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항수 May 13. 2016

소설 하나 지어볼래?

2014. 5. 29.

아침부터 글쓰기 공책과 필기도구만 들고 도서관으로 갔다.

시간표에 '소설'이라 적어둬서 아이들은 뭘 할지 예상하는 듯했다.


"지금부터 소설을 써볼 거예요.

이 말을 들으니 막막하죠?

어떻게 하든 좋아요.

책을 읽고 그것을 그대로 옮겨 적어도 좋고요, 약간씩 변형해도 좋아요.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공책에 써도 돼요.

단, 여러분들이 쓴 소설은 다른 친구들이 보도록 발표회를 할 거예요."


아이들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공포스러운 거 써도 돼요?"

"막장으로 써도 괜찮아요?"


"뭐든지 좋아요."


따로 어떻게 써야 한다던가 형식을 정해주지 않았다.

모든 사람은 소설을 쓸 줄 알기에.

첫 문장을 쓰기만 하면, 그다음부터는 글을 쓴다는 느낌이 아니라 생각이 필기구를 통해 공책에 옮겨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미 이야기는 첫 줄에서 완성이 된 것이다.


몇 명이 모여 공동작품을 쓰기도 하고, 여러 책을 뒤적거리는 아이, 친구에게 어떻게 쓸 거냐고 묻는 아이, 다른 친구들이 볼 수 없도록 가리고 글을 쓰는 아이, 도서관을 계속 돌아다니는 아이 등 각자의 개성대로 활동에 참여했다.

쉬지도 않고 내내 집중해서 쓰는 아이도 있는 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한 글자도 적지 못한 아이도 있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첫 문장만이라도 쓸 수 있도록 유도해보기도 했지만, 아직 글이 나오지 못하는 상태인데 내가 욕심을 부리는 것이 아닐까 싶어 편히 두었다.

그랬더니 책을 읽으며 웃기도 하고, 친구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 모든 것이 소설과 연결되어 있는 것일 테니 마음 편히 기다려보자.



마지막 10분 정도는 서로의 작품을 감상하는 시간이었다.

S의 로맨스, K의 공포, Y의 막장이 호평을 받았다.


소설을 쓰면서 느낀 점을 이야기해보게 했더니 처음에는 지루할 거라 생각했는데 쓰다 보니 색다른 재미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내가 무언가를 따로 가르치는 것보다 친구의 작품을 보며 더욱 많은 것을 배웠을 것이다.

앞으로도 몇 차례에 걸쳐 소설을 지으면서 아이들은 여러 모로 성장할 것이라 믿는다.



  

추가.

체육시간에 Y와 D가 다퉈

5교시에 평화회의를 하였다.


최근 들어 다툼이 잦아졌는데 욕심과 험한 말이 원인임을 찾을 수 있었다.


아이들의 회의 참여도가 낮아 제법 늦게 끝났다.

매년 말을 하지만 올해는 아직까지 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


'싫은 것은 바꿔라.'


"누군가 바꾸겠지 라고 생각만 하면 바뀌는 건 없어.

너희들이 직접 바꿔야만 세상은 너희들이 바라는 모습으로 변한다.

그리고 너희들에게는 그런 힘이 충분히 있어."

매거진의 이전글 이런 공개수업 어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