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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토끼 Feb 19. 2020

나의 작은 브뤼셀 My Little Brussels

#3. 숙소, 어디까지 구해봤니?

이민이나 유학이 아닌데다, 무비자로 출국하기로 한 시점부터는 따로 준비할 서류는 없었다.

하지만 가장 큰 복병, 집 구하기가 남았다.

집을 구할 때 걸리던 점은 3가지였다.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무비자

그리고, 한정된 예산




언제나처럼 예산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것에 제일 마음이 쓰였다.

협약서에 적힌 체제비는 세금이 포함된 것이라는 걸 왜 인지를 못했을까하며 후회를 해도 이미 늦은 상태.

세후 금액은 그저 눈물이 나올 수준... 하지만 항공권을 지원해주는 게 어디냐는 생각에 불평은 쏙 들어갔다.




브뤼셀의 월세 금액대는 매우 다양하다. (물론 서울도 다양하다. 그 퀄리티가 천차만별이라서 그렇지.)

보통 학생 원룸이라고 불리는 'Kot'는 650~700 유로대부터 있고, 주방과 샤워실(혹은 화장실)을 공유하는 편이다. 같은 가격대로 움직일 때 시내랑 가까워질수록 시설이 안좋아지는 마법은 만국 공통인지, 브뤼셀에도 적용이 되었다.

그 다음 단계는 우리나라의 원룸과 비슷한 스튜디오가 있는데, 풀옵션인 경우가 많다.

여기서부터는 가격이 쭉 올라가는데 저렴한 것도 850유로(이 금액이 공과금 미포함인 경우도 많다.)가 넘어가고 대부분 1,000유로 정도였다. 시내에 가까워지면 공과금 포함 1,300유로도 종종 보였다. 그리고 역시 가격과 시설은 비례했다.

( * 그런데 지금 다시 사이트들을 들어가보니, 가격이 많이 내려가있다. 내가 집을 구할 시기는 8월 말, 즉 대학 입학시기랑 맞물려서 매물도 많이 없고 비싼 집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비수기라 그런지 낮은 가격대의 집도 종종 보인다.)


이 구역의 달팽이는 나야!


브뤼셀의 숙소 금액이 비싼 것은 둘째치고,

가장 큰 문제는 서울에서도 달팽이였던지라 3개월 동안 쌍으로 월세를 내야하는 것이었다.

운이 좋게도 지인을 통해 집을 빌려드릴 분을 만나서 잘 풀리나 했었는데, 출국 며칠 전에 연락와서 계약파기를 하시는 바람에... 결국 3개월간 집을 놀리게 되었다.


가족이나 친구한테 서울에 놀러오게 되면 있다가라고 했었는데, 3개월은 정말 짧은 기간이었던지 아무도 사용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3개월동안 나의 소중한 월셋방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채로 방치되었다. 파견이 끝나고 집으로 오니 쓸쓸하지 않게 벽 모퉁이의 곰팡이가 반겨줬다는 웃픈 이야기. (아직도 벽지에 자국이 남아있어서 너무나 슬프다. 락스나 세제를 사용해도 이미 묻은지 오래라 지워지지가 않는다.)



사심을 담은 펭수짤...


점점 출국 시간은 다가오고, 집은 구하지 못한 채로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퇴사 전에 일을 마무리하다보니 제대로 신경을 쓰지 못했고, 2주도 안남은 시점이 되자 시쳇말로 똥줄이 탔다.

파견될 기관의 실무관님께 자문을 구했더니 여러 사이트를 가르쳐주셨고, 나도 왕년의 검색왕 시절을 떠올리며 구글링을 하면서 사이트를 찾기 시작했다.






1. 벨기에 부동산 사이트


IMMOWEB

https://www.immoweb.be/en/


벨기에 현지에서 집을 구할 때 가장 많이 이용하는 사이트이다. 부동산 사이트이다보니 매매도 가능하다. 검색을 할 때 BUY , RENT를 골라서 검색이 가능하며 다양한 필터를 추가해서 내 입맛에 맞는 집을 검색할 수 있다. 우리나라 부동산앱(직*, 다*, 피*팬 등)의 웹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집에 대해 더 자세한 정보가 필요하거나 약속 및 계약을 하기 위해서는 집 소유자나 부동산 측에 메일을 보내면 된다. 나는 가격대가 맞지 않는데다 무비자 입국이라, 가격대 파악을 위해 둘러보기만 하고 실제로 이용하지는 않았다.



Home in Brussels

http://www.homeinbrussels.be/brussels-louise


단기로 머무르는 사람들을 위한 사이트인데, 기간 설정이 다른 곳에 비해서 자유로운데 비해 가격이 높은 편이다. 3개월, 6개월 단위의 매물이 올라오는데 가끔 1주 단위로 거주할 수 있는 매물도 있다. 물론 단기일수록 가겨은 더 높아진다.

사진으로 확인했을 때는 전반적으로 시설이 좋고, 깨끗하고, 예쁘다(!). 하지만 자취 짬빠 8년차가 여러 부동산 앱을 통해서 배운 점이 있지 않은가. 사진에 속지말자! 나는 여기 나온 집들은 가격대가 너무 비싸서 구경만 하고, 어떤 동네가 있는지 분위기 확인 정도로만 활용하였다.



2. 학생 스튜디오


BRUKOT

https://www.brukot.be/en/


학생들이 집을 구할 때, 많이 이용하는 사이트라고 들었다.

학생용 스튜디오(원룸)이 가장 많이 올라오고, 종종 주방과 화장실 등을 공유하는 쉐어하우스나 집에서 방 1개만 빌려서 주인과 같이 사는 주거 형태도 올라온다. 가격은 학생이 타겟이라 그런지 다른 사이트들에 비해 무척 저렴한 편이었다. 잘 구하면 400 유로대의 집도 간간히 보인다.



Studeo Living

http://www.studeoliving.com/en/


이것은 실무관님께서 본인이 집을 찾으면서 지냈던 곳이라고 가르쳐주신 사이트였다. 학생 신분을 받는다고는 되어있지만, 직접 메일을 보내서 얘기하면 인턴 같이 단기로 머무르는 경우도 받아준다고 한다.

임시로 2개월있다가 연장한 곳이라고 하셨는데, 시티랑은 조금 떨어져있지만 지내기에 괜찮으셨다고 하셨다.살아본 사람의 조언이 제일이라고 생각해서, 바로 메일을 보냈으나 아쉽게도 남은 자리가 없었다.

사이트도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한 눈에 보기 편하고, 방 크기와 입주 시점에 따라 금액이 제시되어 있다. 1인실, 2인실을 고를 수 있으며 일부 방은 360도 회전(3D)으로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풀옵션 스튜디오라고 보면 되고 물론 가격에 인터넷 비용은 포함되어 있다.



3. 에어비앤비


https://www.airbnb.co.kr


요즘 여행자들이 많이들 사용하는 사이트인데, 개인적으로는 에어비앤비는 잘 믿지 않아서 사용하지 않는 편이다. (가족여행에 강아지를 동반하다보니 갈 수 있는 숙소가 한정되어 있어서 딱 한 번 사용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2주도 안남은 시점인데, 컨텍하는 집마다 다 방이 없거나 단기는 안받아 준다고하니 맘이 급해졌다.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에어비엔비까지 찾게 되었다. 파견자 대부분이 에어비앤비를 통해서 1-2주 정도 살면서 집을 보러다니거나, 에어비앤비 주인과 협상을 해서 쭉 산다고 하셔서 일단 조금 안심은 했는데..

3개월 거주이다 보니, 에어비앤비에서 1-2주를 살게 되면 나머지 기간동안 집을 구하는 게 더 번거로워질 것 같았다. 3개월도 단기여서 안받는데 2개월은 더 안받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에어비앤비도 3개월 통으로 계약할 수 있는 집들을 찾았는데 역시나 실패. 울며 겨자먹기로 1-2주 짜리 집들도 컨텍해보았지만 고민하는 사이에 모두 예약이 완료되거나, 평일은 다 비어있는데 주말만 예약이 되거나 하는 식이었다.

집주인들의 답변도 느린 경우가 많았는데, 이것도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놀러가는 것도 아니고, 살러가는데 이런 리스크를 지고 숙소를 구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왜인지 모르겠지만, 괜찮아 보이는 집은 대부분이 남자 호스트와 같이 생활하는 공간이여서 뭔가 불안하고 찝찝(..)했다. 내 안의 의심병과 유교걸이 꿈틀대서 도저히 이건 아니다 싶었다. 결국 이렇게 에어비앤비도 실패.



4. 페이스북 : 유학생 커뮤니티, 렌트 커뮤니티


벨기에 한인학생 커뮤니티 -  Korean Student Community in Belgium

https://www.facebook.com/groups/240730419301702/


외국에 있는 한인커뮤니티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한국인들에게 정보를 묻기에 최적화된 사이트이다.  비공개 커뮤니티로, 가입 승인을 해야 페이지를 볼 수 있어서 1-2일 정도 승인 대기상태로 기다려야 한다. 유학생들에게 유익한 정보들이 종종 올라오기는 하나, 활성화가 낮은 편이라 게시물이 많이 올라오지는 않는다.

저렴한 가격에 한국 물건을 구할 수도 있고, 가끔 무료 나눔을 하는 게시글도 있다. (나도 한 번 이용한 적이 있는데,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시는 분이 내놓은 불어 문법책과 사전을 무료로 얻었었다.) 아르바이트 공고나 룸메이트를 구하는 게시글도 가뭄에 콩나듯 올라오기도 한다. 종종 택배나 한국에서 들어올 때 생필품 대리 구매를 부탁하는 경우도 보였다.

장점이라면 벨기에 전체를 아우르는 커뮤니티라 브뤼셀 뿐만 아니라 앤트워프, 루벤 등 다양한 도시의 한인들이 정보를 남긴다는 정도.



Wonen in Brussel

https://www.facebook.com/groups/188519461195986/


한인학생 커뮤니티에 가입하면서 우연히 알게 된 커뮤니티였다. 영어로 글이 올라오기도 하는데 대부분이 불어거나, 불어/네덜란드어가 공통으로 올라와 있었다. 좋아보이는 집이 네덜란드어로 올라와있어서 열심히 구글 번역기를 돌렸던 슬픈 기억이 있다. 몇차례 컨택해 보았지만, 좋은 상태의 집들은 이미 가계약 중이거나 며칠 안으로 집을 보러오지 않으면 계약이 불가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들도 학생이나 직장인이라서, 최대한 빨리 세입자를 받아야하는 상태였기 때문에.

무엇보다 나이대가 젊은 경우(20대 초중반)가 많아서, 혹시나 알코올홀릭 파티광(20대의 내 모습을 반성하며 쓰는 글이 맞다.)들과 함께 살게 될까 걱정되는 마음도 있었다. 그래서 몇 번 시도하다가 다른 프로그램을 알아보기로 했다.



5. 주거공용 프로그램


Colive

https://www.colive.eu/en/


우연히 구글링을 하다가 찾은 사이트였다. 우리나라에서 기업이 하는 쉐어하우스랑 똑같은 방식이라고 보면 된다. 내가 찾아볼 때만 해도 10호점 내외였던 것 같은데 지금 들어가보니 브뤼셀에만 총 20호점이 있다. 가격은 600~700유로대이고, 공과금은 100유로가 추가되기 때문에 700~800유로대의 집이라고 보면 된다. 사람들이 많이들 찾는 지역(Bruxelles, Ixelles, Saint-Gilles)이 반 정도, 시티랑은 조금 먼 Uccle이 반 정도 있다.

'Looking for a room' 탭을 클릭하면 자가 진단을 할 수 있는 채팅이 시작된다. 이름과 원하는 지역, 거주형태 등을 묻는데 진짜 사람이랑 대화를 하는 착각을 하게 만드는 시스템이었다. 그리고 웃긴 짤로 대화를 마무리하는 센스까지...

저는 이런 짤들을 너무 사랑합니다... 소소잼

하지만 이곳도 내가 원하는 지역은 이미 차있고, 방은 10월 중순이 되어서야 나온다는데 이미 그때는 파견기간이 반이나 지나간 시점이라 무용지물이었다. 20대때 쉐어하우스에 살면서 즐거웠던 추억(과 상반되는 사회적 기업의 횡포.. 때문에 한국에서는 쉐어하우스에서 살지 않기로 다짐했다.)들 때문에 벨기에에서도 도전해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여기도 실패.



1 toit 2 ages

https://www.1toit2ages.be/


그리고 마지막으로 찾았던 사이트이다. 다른 사이트와 달리 구글이 아닌 네이버에서 검색을 하다 우연히 발견했다. 다양한 주거 방식에 대해 검색하던 중 무슨 알고리즘인지(?) 독거노인 지원서비스 기사를 읽게 되었는데, 그 마지막 문단에 ‘벨기에에도 비슷한 프로그램이 있다.’라는 글을 발견한 것. 유레카! 이거다!

벨기에로 공부하러 오는 학생들을 지역의 시니어와 함께 살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회사로, 학생과 시니어 각각 원하는 조건에 따라 매칭시켜주는 시스템이었다. 브뤼셀을 중점으로 서비스하는데, 다른 도시(리에주, 나무르) 담당자도 있는 것을 보니 벨기에 전체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것 같다.

어르신들과 함께 지내면 무엇보다 불어가 많이 늘 수 있을 것 같았고, 20대에는 생각도 안했던 홈스테이를 짧게 경험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가격대가 정말 매력적이었다. 한 달에 단 돈 300유로. 물론 모든 공과금은 포함되어 있고, 방을 빌리는 것이다 보니 넓은 주택에 살아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집안일을 도와드리면 더 저렴하게 지낼 수 있다고 하니 마음이 혹할 수 밖에.



왜인지 내 머릿속엔 이런 집이 떠올랐다.



그래서 나는 이 중에서 가장 마지막 방법인

주거공용 프로그램을 통해서 집을 구하기로 맘을 먹었다.




도착한 다음날, 이례적으로 맑았던 브뤼셀의 날씨 




My little Brussels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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