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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토끼 Mar 02. 2020

나의 작은 브뤼셀 My Little Brussels

#4. 서울 달팽이, 브뤼셀 달팽이가 되다.



앞서 말한 수많은 방법들 중에서 시니어 주거공간 공유 프로그램을 결정하게 된 이유는 금액이었다. '한 지붕 두 세대'라는 뜻의 '1 toit 2 ages', 말 그대로 한 집에 두 세대가 함께 살며 서로의 삶을 공유하는 것이었다. 기사에서 읽었던 단 한 문장을 가지고 구글링을 하기 시작했고,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단체 홈페이지를 찾아냈다. 불어와 영어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었고, 사이트를 통해서 지원 메일을 보낼 수 있는 구조였다.




2009년에 설립된 단체인 '1 Toit 2 Ages'는 브뤼셀을 시작으로 나무르, 몽스 등으로 장소를 넓히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1년 단위로 운영(9월부터 6월)되며, 여름방학에도 지내고 싶으면 단체로 연결해서 집주인과 조율이 가능하다고 되어있다. 단체에 최초 등록비로 250유로를 지불해야 하는 것 같았고, 1년 미만의 짧은 기간 동안 머무르는 경우에는 최소 100유로를 내야 한다고 되어있다. 첫 인터뷰를 할 때 신분증과 서류처리 비용으로 10유로를 지참해야 한다고 되어있었다.


강아지 산책을 시켜주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거주비 또한 한 달에 300유로로 다른 주거형태보다 무척 저렴하며, 집안일을 도와주면(주 당 5시간) 한 달에 180유로로 머무를 수 있다. 물론 공과금 포함 가격이었다.


말이 안 되는 가격이었다. 당시 유로 환율은 1,300원대였는데(1,317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기준으로 계산하면 월세 40만 원으로 브뤼셀에 거주할 수가 있었다. 더 저렴하게 지내고 싶다면, 집안일을 도와드리고 20만 원 초반대로 머무를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도 내가 해당되지 않는 참여조건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학생 신분을 증명할 서류가 필요했는데, 단기 인턴으로 방문하는 나는 준비할 수 있는 서류가 없었다. 또한 1년 미만 거주도 가능하긴 하나, 원칙은 1년 단위이다 보니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될 것이 뻔했다. 하지만 컴퓨터 앞에 앉아서 가능성만 따지기에는 시간이 촉박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이틀이 지나서야 답장이 왔다.

답장이 온 사람은 Peggy라는 사람이었고, 나에 대한 정보를 더 알고 싶다면서 숙박비를 500유로까지도 생각하고 있는지 물어봤다. 기존의 금액보다 더 높은 가격을 물어보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으나, 이것 저것을 따질 겨를이 아닌 건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내 삶과 관심사, 가족관계를 궁금해하면서 사진도 함께 보내달라고 했다. 그래서 어떠한 목적으로 벨기에에 방문하는지 설명하고, 나는 학생이 아니며 30세 이상인데 참여가 가능한지 물었다. 물론 500유로에 대한 얘기도 빠뜨리지 않았고, 사진을 보내달라는 게 왜인지 꺼림칙해서 보내지 않았다.


그녀에게서 다시 온 메일은 3개월짜리 단기 거주는 안된다고 하는 것이다. 그럼 초반부터 안된다고 하지, 왜 말을 안 했지? 하면서 이상하다고 생각하던 찰나, 그녀가 또 500유로에 대해서 언급한 것을 발견했다. 아니 무슨 500유로에 한이 맺혔나...

혹시 내 대답이 부족했던 건가 싶어 이번에는 영문 CV와 함께 장문의 취업할 때 사용하던 자기소개서를 보냈고, 세상 참하게 보이는 사진 2장을 보냈다. 그중 한 장은 우리 집 막내(강아지)와 함께 휴가기간에 찍은 사진이었다.


평소 모습과는 많이 다른 모습들을 골라 보냈다.



다음에 받은 답장은 자신의 집도 괜찮다면, 3개월 간 방을 빌릴 수 있다고 했다. Uccle이라는 동네에 위치한 Peggy의 집은 3층짜리 주택이었고, 내가 묶게 될 방은 개인 화장실이 딸린 방이었다. 자신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함께 방 사진을 7장이나 보내주었다. 뿐만 아니라 내가 일할 곳에서부터 본인 집까지 구글맵으로 동선을 찍어 보내주는 친절함까지 보여주었다.



Peggy 에게서 받은 방 사진이었다. 큰 창이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사진 속 방은 넓고 쾌적해 보였는데, 층수가 낮아 보였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을 봐서는 1층보다는 높아 보이는데, 1.5층 같기도 한 애매한 사진이었다. 자취할 때 1층에 살았던 적이 있었는데 좋지 않던 기억들 뿐이라서 이 부분을 확실히 하고 싶었다.



한국과 벨기에(혹은 프랑스)에서의 층 구별법


참고로 유럽에서는 우리나라와 층을 세는 방법이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1층이 그들에게는 0층 , 우리나라의 2층이 그들한텐 1층이기 때문이다.  Peggy에게 당신이 말하는 1층이 'Rez-de-chaussée'냐고 물었고, 다행히 내가 묶을 방은 1층(우리나라 2층)이라고 했다. 이렇게 층수에 대한 걱정은 끝!


하지만 Uccle(우클)이라는 동네는 들어본 적이 없는 곳이었다. 원래 집을 구할 때 직장까지 도보로 이동 가능한 곳을 구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직장에서 먼 곳에 있었다. 물론 서울에 살 때 출퇴근 거리에 비하면 정말 짧은 거리였긴 하지만. 거리는 둘째치고 동네 분위기도 걱정이 되었다. 위험한 곳이면 어떻게 하지? 인종차별이 심한 동네면 어떻게 하지?라는 사소하지만 개복치에게는 큰 걱정들이 하나 둘 생겨났다.

 일하게 될 직장의 담당자분께 동네에 대해서 여쭤보았는데, 안전한 동네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이 말을 듣고 나니 안심이 되었고 집을 계약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드디어 집 문제 해결!!


마지막으로 공과금이 포함된 가격인지 한 번 더 확인했고, 디파짓(우리나라 보증금의 개념으로, 집에서 나올 때 받을 수 있다.) 500유로에 매달 현금으로 500유로를 지불하기로 합의를 했다.


가장 걱정하던 집을 결정하고 나니 모든 준비가 끝난 느낌이었다. 이제, 진짜로 벨기에로 가는구나!





My Little Brussels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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