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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토끼 Feb 12. 2020

나의 작은 브뤼셀 My Little Brussels

#2. 한 달 동안 어떤 준비를 할까?

합격 발표는 7월 30일에 났다.

그리고 이틀 뒤 오리엔테이션이 잡혔고, 회사에는 급하게 연차를 내고 참석을 했다.

같이 출발하는 기수들과 어색한 인사를 하고,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을 듣는 자리였다.

또한 기존에 프로그램을 통해서 해외 기관에 파견 되었던 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질의응답을 할 기회가 있었다. 운이 좋게도 지난 번 벨기에로 파견된 분이 오셔서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보았다.

가장 궁금했던 건 불어 사용의 빈도였는데, 업무를 할 때는 영어로 해도 충분하다고 하시면서

생각보다 불어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그래서 짧지만 남은 기간동안 영어 회화나 조금 공부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물론 당연하게도, 정말 한톨도 하지 않았다.) 회사일을 마무리 짓고, 짐을 싸는데만 열중했다.

영어만하고도 살아남을 수 있다니, 역시 브뤼셀은 유럽의 심장(?)이구나 싶었다.


그리고 이것은 나의 큰 착각이었다는 것을, 

브뤼셀에 도착하자마자 깨닫게 된다.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나서 나에게 남은 큰 숙제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매듭을 짓는 것이고, 또 하나는 시작하는 일.

퇴사와 비자 준비였다.



오리엔테이션에서 빠르면 2주, 늦어도 한 달 안에 출국해야 할 거라는 얘기를 듣는 순간

일단 빨리 회사에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니고 있던 직장은 한시적인 임기직으로, 최대가 1년 6개월인 자리였다. 처음 들어갈 땐 9개월 계약으로 들어가서 그만큼만 하다 나오려고 했는데, 연장을 하게 되서 다니고 있던 상태였다. 

지금까지 계약직 신분으로 여러 회사를 옮겨다녔었는데, 단 한 번도 자발적으로 퇴사를 한 적이 없었다.

모두 계약만료. 성격탓인지 나를 잠깐 쓸 회사에 필요 이상으로 충성심이 강했다.

이 자리에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간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해서,

이상하리만큼 맡은 일에 책임감만 강해서, 


그리고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가끔 좋은 자리가 나면 추천해주시는 분들도 계셨는데

조건과 업무에 혹 하다가도 기간을 채우지 않고 다니고 있는 회사를 떠난다는 것이 배신(?)하는 기분이 들어서 가지 않았던 경우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렇게 우직했을까 싶기도 하다가,

그래도 그 선택으로 좋은 분들도 많이 만났고 다양한 경험도 할 수 있었다고 나를 위로하기로 했다.




급작스럽게 해외 파견을 가게 되었다고 말씀드리면서 굉장히 죄송한 마음이 들었는데,

다행히도 이해해주시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에 격려의 말씀도 해주셔서 괜시리 더 미안하고 감사했다. 

정확한 파견일정이 나온 이후에 사직서를 제출했고, '자발성 퇴사'라는 것에 서명을 하는 순간 기분이 묘했다.

정해진 기간이 아닌, 내 스스로 결정한 퇴사.

홀가분하기도 하면서 동시에 무섭기도 했다. 이게 정말 잘하는 일일까?


나는 최대한 일을 마무리 짓고 갈 수 있도록 퇴사일을 결정했고, 서류는 순식간에 처리가 되었다.

그래서 출국 3일 전에 일을 그만두기로 했고, 

퇴사하는 주에는 알차게 주말 당직까지 완료한 후 퇴직을 했다.


직장인들의 꿈의 바탕화면(feat.퇴사)


이제 남은 것은 비자와 예방접종이었다.

먼저 비자의 경우는 파견 기간이 3개월이라서 무비자로 출국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파견될 기관에서는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오는 것을 추천해주었다. 통신, 주거문제 등에서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실제로 무비자인 경우에는 집을 구하는 것이 상당히 까다로워지는데 이것은 다음 편에서 설명할 예정이다.




하지만 신체검사와 서류 등을 챙겨서 신청을 하면 워킹홀리데이 비자가 나오는데만 넉넉잡아 4주가량이 걸린다는 것을 보고는, 무비자로 출국하기로 했다. 기관에서는 내가 9월달부터 근무하기를 원했는데, 물리적인 시간상 거의 불가능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른 파견자들과는 달리, 나는 나이도 만 30이 끝나가는 시점이라(게다가 미혼) 비자 진행이 더뎌질 수도 있을 거 같기도 해서.


하지만 이 부분은 돌아오고 보니 아쉽기는 하다.

그 때 비자를 받아서 출국했더라면, 뭔가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올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리고 예방 접종.

사실 벨기에는 위험한 질병이 없기는한데, 어차피 예방접종 지원을 해줘서 일단 맞고 가기로 했다.

워낙 건강염려증이 있는 데다가, 안 맞았다가 잘못되는 것보다는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국가별 질병정보 - 벨기에 / 질병관리본부 참고

http://www.cdc.go.kr/cdc/travelView.es?mid=a20102010105&nationcd=BE



질병관리본부 사이트에서 참고한 이후에, 

홍역(MMR), A형 간염, B형 간염을 각 1차씩만 맞고 출국했다.

4주 밖에 안남은 시점이라 2차를 맞을 시간은 부족해서, 뭔가 애매하게 준비만 하고 출국길에 올랐다.

(어렸을 때 홍역을 앓지 않았어서, 홍역이 약간 겁이 나긴 했는데 무탈하게 귀국했다!)



자 이제 집을 구해볼까!




퇴사할 때 남기고 나왔던 유일한 짐, 동물 친구들





My little Brussels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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