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어른들이 어린 아이들만 보면 '애 나이 맞추기'게임에 빠져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대한민국 표준과 통계에 힘입은 정답 아닌 정답을 가지고 시시때때로, 너무나 정답게. 그러나 그 친절하고 살가운 어른들은 우리 연두와 햇님이 나이는 하나도 못 맞췄다.
'네~ 아닙니다~ 땡~ 탈락!'
내 키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표준 키라 생각하지만 남편은 좀 작은 편이다. 시댁에서 우리 남편만 유일하게 키가 작다. 어머님, 아버님은 키가 큰 편이셨고, 시댁 6남매도 모두 작은 편이 아닌데 유독 우리 남편만 작다.
본인 왈. 한참 클 때 잘 챙겨 먹지 못해서란다. 짠하다.
결혼 전 시댁에 처음으로 인사하러 갔다가 돌아가는데 셋째 시누가 뛰어나와 나에게 말했다.
"동생보다 키가 작아서 너무 좋다~" 키가 작아서 본의 아니게 점수 딴 이야기.
태어날 때 우리 연두랑 햇님이는 키와 몸무게가 표준이었다. 남들 들으면 깜짝 놀랄 길고 긴 모유수유기간 때문인지, 아니면 밤에 잠을 푹 안 자고 자꾸 깨서 인지, 유전자 때문인지. 키가 안 컸다. 항상 두어 살은 적게 봤고, 그만큼 작았다. 키뿐 아니라 얼굴은 동글동글 얼마나 여리여리 귀엽게 생긴 것인지.
첫째인 연두는 초등학교 다닐 때 독보적으로 키가 작아서 비슷한 친구 한 명만 딱 있어도 의지되고 맘이 편하겠다 생각했다. 햇님이도 언니만큼은 아니지만 반에서 1번 2번을 엎치락뒤치락할 만큼 작았다. 나는 유전자를 탓했다. 아빠가 작아서 그렇다고. 그러나 친정에 갔을 때 보니 외할머니 유전자를 정통으로 받은 것 같다.
둘째 햇님이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를 가서도 무럭무럭 거북이처럼 오래 자라더니 지금은 내 키를 앞서고 있는 중이다. 이제 그만 크고 싶단다. 풉. 요즘 애들 치곤 큰 편이 아닌데 우리 집에서 혼자 튀고 싶지 않은 것인가.
우리 연두는요...우리 연두는 달팽이처럼 천천히 자라다 말았다. 다행히 지금은 비슷한 키의 친구들이 있다. 너무 고마운 친구들. 그러나 얼굴은 어릴 때나 지금이나 최강 동안이다.
어릴 때부터 나는 연두에게 사람들이 너를 어리게 보면 이렇게 말하라고 시켰다.
"제가 좀 동안이에요. 호호호호~"
연두는 유치원, 초등학교 다닐 땐 항상 두세 살은 어리게 보았던 건 물론이고, 동생과 함께 다닐 때는 당연 동생으로 보았으며, 고등학생 땐 일찍 집으로 오다 길거리에서 마주친 중학생들이 연두를 보며 말했다.
"초등학교 벌써 끝났나 봐."
20살 우리 연두. 최근 아이스크림을 사는데 편의점 아저씨가 말했다.
"날씨가 이렇게 추운데 아이스크림을 사다니 이열치열이네. 이열치열이 무슨 뜻인지 알아?"
"네."
"벌써 그런 걸 배웠어?"
흠... 벌써?.... 아저씬 도대체 몇 살로 보신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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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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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연두가 감기 기운이 있는 거 같아 약국에 갔더니 약사가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했단다
"감기약 사는데 신분증 필요해요?"
약사님 왈.
"감기약은 12세부터 판매 가능해요."
그날 집으로 돌아온 연두가 한마디 했다.
"엄마, 내가 어려 보이는 게 동안이라서 그런 게 아니야. 마스크 써서 눈밖에 안 보이는 데도 신분증 보자고 하는 걸 보면 내 눈이 문제야 내 눈이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