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일상 수집가

by 오늘을 살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요즘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20대 후반을 넘어가던 나는 결혼을 할 때가 됐다 생각했고 그때 마침 내게 호감을 보이며 다가온 한 남자가 있었다. 이 사람이라면 평생 함께 할 수 있겠다는 호기로운 믿음 하나로 그 남자와 결혼을 했고 전업 주부가 되었다.남편은 말했다. '결혼은 타이밍이야!' 이제 어디가서 그런말 하지말길...

아이가 태어난 후 나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다. 틈나는 대로 인터넷을 뒤지고 육아책을 읽었다. 자고 나면 한 뼘씩 더 예뻐지는 아이는 모유수유를 하다가도 나와 눈이 마주치면 젖꼭지를 물고 씩 웃어주었다. 세상에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가 또 있을까 의심하던 중에 둘째가 생겼다.

둘째는 울어도 이쁘고, 떼를 써도 귀여워 몸둘바를 몰랐다. 믿기 힘들었지만 세상에는 그렇게 사랑스러운 아이가 또 있었다.


아이들은 이뻤지만 나는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집안 일과 육아로 항상 바빴다. 나를 위한 시간이 필요했고 하루가 48시간이면 얼마나 좋을까 입버릇처럼 말하며 사는 날이 많았다. 그래도 어쩌다 새벽에 잠깐이나마 짬이 생기면 컴퓨터를 켰다. 큰 애가 처음으로 혼자 두부를 사왔던 일, 아장아장 걷던 작은 아이가 떨어진 모자를 탈탈 털어 머리에 쓰던 일 등. 낮에 아이들과 있었던 일들을 메모하듯 기록하고 사진도 정리했다. 그런 일련의 작업들은 전쟁 같은 내 삶에 숨어 있는 보물 찾기를 하는 것 같았다. 유일한 나만의 시간이었고, 방전된 에너지를 다시 채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나는 일상 수집가가 되어갔다.


조금씩 성장하고 하루하루 발전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지금도 내 삶의 기쁨이자 원동력이다. 그러나 이제는 아이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나와 남편 이야기, 그리고 내 주위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도 기록해두고 싶다. 글을 쓰다 보면 상처받았던 일들에 화도 나 울기도 하고, 때론 스스로 위로받기도 하고, 시시껄렁한 이야기들을 적을 땐 사는 게 별건가 싶기도 하다. 그런 모든 날들을 거쳐 지금의 내가 되었다.


이렇게 모아놓은 기록들은 먼 훗날 내 삶을 되돌아보았을 때 그 어떤 보석들보다 환한 빛으로 내 생을 비춰주고 있지 않을까.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대단한 이야기는 없지만 뭐 어때. 쌓아놓은 재물보다 추억이 많은 사람이 더 행복한 법이다. 너무나 사소한 일들이라 쉽게 잊어버리기 전에 작은 바람에도 사라져 버리기 전에 얼른 기록하고 붙잡아 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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