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사랑이 필요해요
다시 쓰는 안데르센 세계 명작 <미운 아기오리>
엄마 오리가 오리알들 위에 올라앉은 것처럼 보여요. 그러나 자세히 보면 다리에 힘을 잔뜩 주고 있어요. 알들이 깨지지 않게 조심조심 따듯하고 부드럽게 알을 품고 있는 중이죠. 엄마 오리의 품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에요.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아기 오리들이 하나둘 알을 깨고 나오기 시작했어요. 그중에 유난히 큰 알 하나가 남아 있습니다.
"막내야. 너는 언제 나오려고 하니?"
엄마 오리가 묻자 엄마 목소리를 들은 것처럼 드디어 알이 갈라지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태풍이라도 온 것인지 천둥번개가 치고 바람이 몹시 심하게 불기 시작했어요. 엄마 오리는 갓 태어난 아기 오리들을 지키기 위해 날개를 활짝 폈지요. 그러자 거센 바람이 엄마 오리를 날려버렸어요.
오랜 시간이 지나 바람이 멈추었어요.
정신을 잃었던 엄마 오리가 깨어나 아기 오리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어요. 매서운 바람에 이리저리 휘둘리던 아기 오리들이 흙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채 울고 있었어요. 심한 바람으로 생긴 흙먼지가 아기 오리들의 눈에 들어가 눈을 다쳐 앞이 잘 보이지 않았어요. 제일 나중에 태어난 덩치 큰 회색빛 막내 오리만 빼고요.
눈은 잘 보이지 않는 아기 오리들이었지만 엄마 오리는 열심히 수영도 가르쳐주고 먹이 잡는 법도 가르쳐 주었어요. 앞서가는 엄마 목소리를 듣고 따라가던 형아 오리들이 가끔 엉뚱한 길로 빠질 때면 항상 유난히 덩치가 크고 못생긴 막내 오리가 뒤따르며 형들을 챙겨주었죠.
"막내야 너는 키도 크고 건강하니 형아들에게 양보해."
"막내야 너는 키도 크고 건강하니 형아들 좀 도와줘."
"막내야 너는 키도 크고 건강하니 형아들 먼저 하게 해 주렴."
막내 오리는 엄마가 자기에겐 관심도 없고 눈 아픈 형들만 챙기는 것 같아 속상했어요. 노란 깃털을 가진 이쁜 형들만 이뻐하고 회색빛 자기는 못생겨서 싫어하는 것 같았어요.
막내 오리는 자신이 가진 회색빛 털이 싫었어요. 형들처럼 아프고도 싶었어요. 그러면 자기도 엄마의 사랑과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손에 잡히는 대로 회색빛 깃털을 뽑았어요. 너무 아팠어요. 황토색 진흙 구덩이에 얼굴을 처박고 비볐어요. 눈이 따가워 자기도 모르게 눈을 꼭 감아버렸어요.
듬성듬성해진 회색빛 깃털에 황토색 진흙을 잔뜩 뒤집어쓴 막내 오리가 집으로 돌아오자 엄마 오리는 깜짝 놀랐어요.
"막내야 얼굴이 왜 그래? 어디 다쳤니? 무슨 일이야? 혹시 족제비라도 만났니? 아픈 데는 없어? 형아들이 너를 얼마나 찾고 걱정했는데."
엄마 목소리를 듣고 형아 오리들이 달려왔어요.
"막내야 어디 아파?"
"막내야 다쳤어?"
"막내야 누가 그랬어?"
"막내야 형아들이 혼내줄게."
막내 오리는 형들과 엄마 오리의 말을 듣고
으앙 울어버렸어요. 그동안 모르고 있었지만 막내 오리는 엄마 오리와 형아 오리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된 거예요.
막내 오리는 이제 외롭지 않았어요. 엄마와 함께 형들을 돕는 일이 힘들지 않았어요. 생긴 모습은 다르지만 좋을 때나 힘들 때나 언제나 함께하는 가족이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