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미술학원에 다녀온 둘째가 물었다.
"엄마. 크리스마스 때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주는 게 아니고 엄마 아빠가 선물 주는 거야?"
"뭐? 누가 그래???"
"미술학원 선생님이 그랬어"
"그래? 그 선생님 집은.... 그랬나.!!!??? (횡설수설..)"
진실을 안다는 것도, 현실을 알려주는 데도 용기가 필요했다. 더구나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인 딸에게
산타할아버지의 존재는 세상의 모든 아이들을 좋은 아이와 나쁜 아이로 나눠주는 기준이 되기도 하고,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한 목표가 되기도 했으니까. 크리스마스 즈음뿐만 아니라 일 년 365일 내내 내가 감당하기 힘들 때면 언제나 '산타할아버지~~ 워니 좀 보세요~!'라고 헬프미를 외칠 때마다 산타할아버지의 초능력은 어김없이 나를 외면하지 않았다. 그렇게 산타할아버지의 존재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내게도 꼭 필요한 것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유야무야 한고비 넘기는가 싶었다. 그러나 다음날 또 생각이 났는지 아빠에게 다시 물었다.
"아빠. 크리스마스 선물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주시는 게 아니고 엄마 아빠가 준거래. 진짜야?"
"누가 그래?"
"미술 선생님 그랬는데... 엄마랑 아빠랑 똑같이 말하는 거 보니까 진짜인 거 같아...(침울)"
"엄마가 뭐라고 그랬는데?"
"아빠랑 똑같이 '누가 그래?'라고 했어. 산타할아버지 진짜 없어? 사람들이 다 거짓말한 거야??"
"워나... 이제 워니도 알 때가 된 거 같아.. 선물. 엄마 아빠가 산거 맞아!"
"그럼 내가 갖고 싶은 선물은 어떻게 알았어?"
"너한테 물어봐서 알았지"
"그럼 선물은 어떻게 샀어?... 밤에는 선물을 파는 곳도 없는데..."
"미리 사서 아빠 차에 숨겨뒀다가... 워니랑 언니가 잠이 들면 가지고 왔어."
"언니도 알아?"
"응... 언니도 알아... 언니도 안 지 얼마 안 됐어..."
지난 크리스마스 당일. 아침 일찍 일어난 큰 딸아이가 산타할아버지에게서 자기가 원한 선물을 받았다며
기뻐하는 모습을 본 후 애들 아빠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큰딸을 조용히 불렀다. 나는 극구 반대했다. 자연히 알게 될 날이 올 거라고, 좀 더 동화 같은 세상에 머물게 해 주자고. 그러나 남편의 생각은 나와 달랐다. 이제 4학년인데 아직까지 산타의 존재를 믿고 있는 모습을 친구들이 알면 놀림감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와 걱정 때문이었다.
모든 사실을 확인한 후 곧 둘째 딸의 대성통곡이 이어졌다. 내 이럴 줄 알았어. 으이그.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두 눈이 퉁퉁 붓도록 울기 시작하는 딸.
"어 엉엉엉~~~!!!! 어우어우어우엉~!!!!!"
"어어~어어~어어~아~어어~어어~어어~!!"
장례식장에서 많이 들어 봄직한 곡 소리였다.
"어어~어어~어어~아~어어~어어~어어~!!"
와우~ 곡 소리 완전 제대로다. 그 슬픈 울음소리를 듣자 우습기도 하고 짠하기도 했다. 그러나 소파에 엎드려 울고 있는 둘째를 마냥 혼자 내버려 둘 수가 없었다. 뭐라고 위로의 말을 해야 하나.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안쓰러운 표정으로 딸을 향해 팔을 벌렸다. 단숨에 뛰어와서 내 품에 꼭 안기는 가여운 녀석. 그러나 나도 몹시 힘들었다. 어엉어엉~ 울던 녀석이 갑자기
"사안~타아~하알~아~버어~지이~이이~이~!!"
산타할아버지를 부르짖었기 때문이다. 나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온몸이 계속 부르르 떨렸다. 어찌나 오래 산타할아버지를 애타게 부르는지. 진짜 산타할아버지가 계셨다면 아마도 슬피 우는 이 아이를 달래러 한달음에 달려오셨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 일이 있은 후 우리 가족들 마음속에는 더 이상 산타할아버지가 살아계시지 않았다. 둘째는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듯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데 무척 고통스러워하였으며, 나도 이제 더 이상 산타할아버지의 파워를 빌릴 수가 없게 돼서 너무나 아쉬웠다. 다른 집 아이들은 언제 어떻게 산타의 진실을 알게 되었을까. 어찌 되었던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육아에 많은 도움을 주셨던 사안~타아~하알~아~버어~지이~이이~이~!!
나는 오래전 있었던 이 이야기 꺼내며 큰 애에게 물었다.
"너는 아빠에게 산타할아버지 없다는 말을 듣고 기분이 어땠어?"
"나 실은 친구들이 산타할아버지 없다고 엄마 아빠가 몰래 선물 주는 거라는 이야기를 할 때마다 가끔 의심이 들기도 했는데 안 믿으면 선물 못 받을까 봐 믿으려고 노력했었어."
"그때 네가 집에 있던 산타에 관련된 책들을 잔뜩 꺼내오며 '이게 다 거짓말이라고?' 하면서 물었던 기억이 나."
"맞아. 기자가 산타에 대해 취재한 책 있었잖아. 나는 그 책 내용이 진짜인 줄 알았거든. 그리고 사실이라고 믿고 싶었고, 그런데 막상 아빠가 산타할아버지 없다고 나를 불러서 이야기했을 때 워니처럼 좀 충격을 받았어. 그런데 한편, '아 이제 더 이상 비싼 선물 갖고 싶다고 말 못 하겠구나' 하는 생각에 많이 아쉬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