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혼집 5

우리의 두 번째 집

by 오늘을 살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

낯익은 놀이터 풍경.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우리가 살던 아파트 놀이터


둘째가 들어선 후 이사를 하려고 집을 보러 다녔다.

계약서를 쓰려다 멈추고, 정해주신 곳으로 하게 된 이사.


아저씨들이 이삿짐을 푸는 동안 아이와 함께 아파트 내 놀이터를 찾았다.

살다 살다 처음 보는 놀이터 풍경.

깨진 초록색 유리병 조각들이 여기저기 섞여있는 거친 자갈 모래밭.

챙챙 꼭대기까지 감겨있는 그네들.

여기저기 칠이 벗겨진 놀이기구.

무성하게 올라온 풀들,

아이들 뛰어 놀라고 만든 놀이터가 맞는 것인가?


우울했던 날씨. 우울했던 풍경. 우울했던 마음.


어른들도 타고 놀기 무서워 보이는 거대하고 공포스러운 놀이터 풍경과 이사하기 전이나 이사 한 후나 여전히 낡은 아파트 외관.


'이렇게 보여도 여기서 10년은 살 수 있다'는 말씀은

'여기서 10년은 살아라'로 곡해되어

우울함까지 보태져 더 슬펐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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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그러나 나는 그날을 오전, 오후 완전히 다른 기분으로 따로따로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다.


그날이 내 생애 가장 행복한 기억중 하나로 남다니.

분명 같은 하루였는데 말이다.


저녁이 되자

나는 기다랗고 좁은 부엌으로 들어가 저녁밥을 지은 후 아직도 정리하지 못한 짐들이 가득한

거실 바닥 한 곳에 상을 폈다.


어질러진 짐들을 치우지 않아도

남편과 나, 아이. 이렇게 셋이 밥 상을 펴고 밥을 먹을 수 있는 비어있는 조그만 공간이 있었던 것이다.


그 사실이 얼마나 기쁘던지.

우리는 전보다 더 큰 집으로 이사했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남편이랑 마주 보고 활짝 웃었다.

겨우 그 작은 공간 하나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그렇게 한참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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