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한 당신

by 오늘을 살다

"양말에 구멍이 났네. 자꾸 이 자리에 구멍이 생겨."


남편의 양말을 보니 복숭아뼈 아랫부분에 작은 구멍이 보였다.


"또 꿰매 줘?"

"치... "

"말만 해. 이제 예전보다 더 잘 꿰맬 수 있어!"

"..... 한 방만 딱 꿰매면 될 것 같은데."

"알았어. 한 방 꿰매 줄까?"

"쳇~ 됐~어~"




출근 준비하던 남편이 영양제를 한 알을 식탁에 올려 넣으며 하는 말.


"바닥에 떨어졌는데 씻어서 먹어"











아침에 감기 기운 있다는 딸에게

테라플루를 타서 줬더니 못 마시겠다며 남겼다.

감기 기운이 있다며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날아온 남편의 톡.


"버리지말고 두어라. 내가 저녁에 먹을게"

"헐..벌써 치웠어."







남편에게 돈이 생겼다.

가족들을 위해 쓰고 싶다며 사고 싶은 것이 있냐 묻기에

가죽이 헤어져 패브릭 커버를 씌운 소파를 바꾸자 했더니 예상을 웃도는 거금이 들것 같아 그런지

머뭇거렸다.


"커버 비싸고 좋은 걸로 다시 바꿀까?"

"카우치 속이 부러졌잖아."

"고칠 수 있어. 내가 고칠게."


제 아무리 권 가이버라고 해도 저걸 고친다고? 어쩌나 한번 볼까?


"알았어. 고쳐봐."


쭈욱. 슥삭슥삭. 뚝딱뚝딱.

소파를 뒤집고 칼로 바닥을 잘라내더니

부러진 나무를 확인하고

집에 있는 나무 조각을 이용해 못질한 후

다시 부러지지 않게 작은 기둥까지 세웠다.


"오우~ 진짜 이걸 다 고치네. 부라보~! (짝짝짝)"


아이들에게 아빠가 소파 고쳤다고 했더니

장성한 아이들이 확인한답시고 소파 위에 올라서서 살짝 굴렀다.

다시 뿌직...



남편의 알뜰함에 관한 에피소드는 많고 많다

내가 '알뜰하다 알뜰 해!'놀리듯 말하면

"그래도 쓸 때는 쓴다!"라고 반박하는 남편.

그건 그래. 인정.

우리가 지금 이만큼 사는 건 다 남편 덕이다.




< 구멍 난 양말에 관한..... 지난 에피소드 >


출근하던 남편이 구멍 난 양말을 내밀며 말했다.


"양말 좀 꿰매 줘."


복숭아뼈 아래가 구멍이 나있었다.


"요즘 양말 꿰매 신는 사람이 어딨어. 그냥 버려."

"여기만 살짝 꿰매면 신을 수 있을 것 같아. 꿰매 줘."

"......!!! 꿰매 놓으면 신고 갈 거야?"

"당연하지."

"꼭 신고 가야 해!"


진회색 양말 위에

진핑크 천을 덧대고

노란색 굵은 실로 하트를 수놓았다.


누가 봐도 눈에 딱 들어온다.

예~쓰!


퇴근한 남편이 양말 꿰맸느냐 물었다.


"힘들게 꿰맸으니까 내일 꼭 신고 가!"


양말을 본 남편의 난감한 표정.


다음날.

남편은 약속대로 꿰맨 양말을 신고 출근했고,

직장동료에게 신고 간 양말을 보여주기까지 했단다.

ㅋㅋㅋ


ps.

남편은 하트 모양에 조금 좋아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사실 그날 나는

하트가 아니라 해골을 수놓고 싶었다.

솜씨가 마음 같지 않아 포기하고 하트로 바꿨을 뿐이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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