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둘째 초딩시절 -
"엄마 우리 집에서 핼러윈 파티해도 돼?"
"올해는 우리 집에서 하는 거야? 집 꾸며야 하는 거 아냐?"
"내가 할 거야. 엄마는 집만 빌려주면 돼."
친구들이랑 어울려 노는 거라면 절대 빠지고 싶어 하지 않는 우리 둘째.
수첩을 펴고는 그림을 그리기에 뭐하나 슬쩍 보니
손톱 모양들을 열개쯤 그리더니
그 위에 십자가, 거미줄, 마녀모자, 박쥐, 호박.. 등등
핼러윈을 떠올릴만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
"뭐 하는 거야?"
"친구들에게 그려줄 네일아트 디자인이야. 친구들이 그림을 고르면 손톱에 똑같이 그려줄 거야."
"와~ 친구들이 좋아하겠다~"
"네일 드라이어도 만들 거야."
"그게 뭐야?"
"매니큐어 빨리 말리는 거지."
< 네일 드리이어, 설계도와 완성품 >
"엄마 집에 하얀 천 있어?"
"응 찾아보면.. 안 입는 옷들 잘라서 모아둔 거 중에 있을 거야."
우리 집엔 없는 거 빼고 다 있다. 특히 만들기 재료들은.
언제든 생각나면 뚝딱 만들어 보라고 버리지 못하는 재활용 쓰레기 때문에
지금도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어때?"
"느므 무~서~워~~~ 진짜 피 같아~~"
"내가 생각해도 잘 만든 거 같아 (으쓱으쓱)"
친정에서 가져온 누렁 덩이 호박에 얼굴도 그려 넣고,
양초에 불도 붙이고,
거미줄에,
피 뭍은 붕대까지...
< 둘째가 직접 제작한 핼러윈 장식들 >
친구들과 함께 모은 돈으로 파티 때 먹을 간식도 준비해놓고
약속한 시간이 다가오자 가오나시로 변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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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찍은 사진을 보니
그날 파티에 함께한 친구들은
여자 친구 다섯, 남자 친구 여섯이었고,
모두 행복한 표정이었다.
스스로 생각하고, 계획하고, 실행하는 아이를 바라볼 때면 어른이 되어서도 그러겠지.. 나는 내 할 일 잘하고 있는 기분이 들어 흐뭇했다. 그러나 요즘 그동안 내 교육방식에 한 번도 틀렸다 하지 않던 남편이 나와 자꾸 부딪힌다. 아이들이 어릴 땐 무심해 보이던 남편이 이제야 본인의 시간이 찾아왔다 생각이라도 한 것처럼 아이에게 꼭 맞는 정보를 찾아내어 제공해주고 있다. 그러나 아빠 말을 듣지 않는 아이. 아이와의 소통이 어렵자 나의 생각을 물었다. 누구보다 본인이 제일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스스로 한 결정 때문에 좀 넘어지고 늦어지더라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기다리자 했다. 웁스... 아이를 향하던 화살이 나를 향해 날아왔다. 공감하고 동참해주길 원했던 것 같다. 날더러 남의 집 아이 보듯 한다고 독설 했다. 풉. 솔직히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싶을 때가 많았지. 그런데 그런 거 아니야. 우리 서로 아이를 사랑하고 걱정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야. 넓은 길로 쉽고 편하게 가면 그보다 좋을 수는 없지. 그런데 기어코 말 안 듣고 간다면 어쩌겠어. 언제나 아이들에게 부모가 내비게이션이 되어 줄 수는 없잖아. 도움이 필요하다고 스스로 생각될 때 아빠를 찾을 거야. 그때 알려주라고. 분명히 그런 날이 올 거야. 억지로는 안돼. 강요하면 더 안 들어. 이 녀석이 어떤 아인지 알잖아.
놀 줄 아는 아이잖아.
스스로 제 길을 찾는 아이야.
너무 불안해하지 말자.
PS.. 그리고 내가 당신과 다르다는 것을 틀리다고 말하지 말기.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