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5시 반에 일어나 도시락을 쌌다.
큰 애 것 둘, 남편 것 하나.
코로나가 재확산되자 식당 밥 먹기 꺼려진 남편도 도시락을 싸 달랬다.
내가 도시락을 싼다고 하면 다들 '힘들겠다' 이야기하는데.. 솔직히 귀찮지.
그래도 나더러
'도시락 쌀래? 대입 준비할래?'
'도시락 쌀래? 돈 벌어 올래?'
물어본다면 난 백 번 도시락 싼다.
현재 직업란의 내 직업은 주부이니 도시락 싸는 일은 따지고 보면 내 업무 중 하나라고 볼 수 있겠지.
이제 아이들이 많이 커서 양육에 관한 일도 많이 줄어 크게 힘든 일은 아니다.
'직업', '업무'라고 하니 하기 싫은 일이라도 억지로 해야 하고 잘해야 할 것 같지만
사장 없는 가게의 오래된 직원처럼 대충대충이지만 큰 탈 없이 능숙하게 잘 굴러간다.
한 번씩 들어오는 남편의 태클에 적당히 스트레스받으면서.
도시락의 문제는 항상 반찬이다.
보온병에 카레도 넣어보고, 짜장도 넣어보고, 볶음밥, 유부초밥도 싸서 보냈는데,
큰 애는 밥이 젤 좋다며 반찬은 달걀,김치,미역줄기 넣어주면 된단다. 완전 쉽지.
근데 어떻게 맨날 똑같은 걸 넣어주냐. 보온 도시락 하나엔 국도 담아주고, 따듯한 고기반찬도 넣어준다.
남편은 도시락을 싸간 둘째 날부터 소시지를 싸 달라느니 다른 반찬은 없느냐느니 말이 많았다.
다이어트해야 하니 도시락은 하나만 가져가겠다는데 대신 많이 먹고 싶으니 꽉꽉 담아 달란다.
코로나만 아니면 남편 도시락은 안 싸도 되는 건데..
코로나. 언제쯤 끝날까.
도시락을 싸가니 속도 편안하고 조용히 여유를 즐기며 밥 먹는 게 너무 좋다는데
계속 싸줘야 할지도 모르겠다. 흐잉.
특별한 반찬이 없어도
지루하게 반복되는 하루 중 유일하게 밥 먹는 시간이 가장 기다려지고 즐겁다는 큰 아이.
아무도 없는 회사 테라스에서 조용히 점심을 먹는다며 사진을 찍어 전송하는 남편.
아침은 좀 분주하지만 이런 피드백이 오면 뿌듯하다.
그러나 오늘도 머리에 달고 사는 작은 고민 하나.
내일은 또 뭘 싸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