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신혼집 1

by 오늘을 살다


TV 속에서 봤다.

아스라지는 낙엽 같은 색깔을 띤 아파트들.

저런 곳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결혼을 준비하며 남편은 내게 신혼집을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을 줬다.

주위 환경은 좋은데 낡은 아파트와 주위 환경은 안 좋은데 깨끗한 빌라. 나의 선택은 깨끗한 빌라였다.

그러나 선택권은 정말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었다.

자세히 봤다면 '선택권'아래 '답정너'라는 글자가 점점 선명하게 올라오는 것이 보였을까.

뭐라고 설득했었지? 이유 같지 않은 이유들이 지루하게 이어졌다.

하나도 가슴에 와닿지 않는데 그가 나에게 원하는 말이 무엇인지는 너무 또렷이 느낄 수 있었다.


결혼 전 처음 인사드리러 갔었던 그 아파트.


어릴 적부터 떨어져 살아 함께 살았던 날이 적어서 장가가기 전까지만,

정말 잠깐만 같이 살려고 하셨던 거 같다.

시부모님은 남편이 스무 살이 되자마자 장가보내기 위해 무척 애를 쓰셨단다.

어린 나이부터 선도 많이 봤단다. (그때 잘 좀 해보지...)

7남매 중 아버님 마흔아홉, 어머님 마흔둘에 본 늦둥이 아들의 결혼은

어머님 아버님 살아생전 마지막으로 치러 야 할 숙제 같았으리라.


처음 인사드리러 갔었던 그 아파트.

시부모님과 함께 살던 그 작고 오래된 아파트는

벽지며, 밥상이며 심지어 싱크대까지 초록색 청테이프가 덕지덕지 발라져 있었다.

나더러 그 아파트에 살자고 했다.

13평. 천장 한쪽 구석에 연탄아궁이가 달린. 누렇게 빛바랜 전세 아파트.

깨끗한 집 구할 돈 없어 그러나 보다.


"알았어. 아파트에 살자."

"그래그래 잘 생각했어."


전화기 너머 만족해하는 남편의 목소리가 들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도시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