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돌이표

by 오늘을 살다

밤새 잠도 못 자고 수학 숙제하느라 피곤하다는 너는. 학원가는 길에 쓰러질 거라던 너는. 학원 수업이 끝나고 12시 넘어 집에 오자마자 점심을 먹은 후 지금까지 쭈욱 몇 시간째 유튜브를 보고 있구나.


"지금 시각 2시! 20분!"

"아으으응~"


이러다... 또 밤이 되면 해야 할 일이 많다며, 밤새야 한다며, 편의점으로 커피를 사러 가겠지. 그리고 내일 아침이면 너무나 피곤하여 네 알람 소리를 네가 못 듣다는 핑계로 식탁 위에 '워니 6시에 깨워줘'라는 쪽지를 올려놓겠지. 그럼 나는 깨워야 할 시간에 알람을 맞춰 놓고 아침 식사 준비하느라 바쁜 와중에 시간에 맞춰 네 이름 부르며 몸을 흔들겠지. 그래도 너는 꿈쩍 않겠지."어제 몇 시에 잤어?" 물으면 너는 "새벽 4시에.."라고 말을 하겠지.


피곤하겠네. 그럼 좀 더 자게 해 주려고 나는 다시 부엌으로 갔다가 남편이랑 큰 애가 일어날 6시 30분에 맞춰 또 너를 깨우러 가겠지. 그래도 너는 꿈쩍도 않겠지.


나는 "이럴 거면 깨워달라는 말을 말든가!" 언성을 높이다 부엌으로 돌아가겠지. 7시 10분. 후다닥 아침식사를 하고 도시락을 챙긴 남편과 큰 애가 나가고 나면 나는 다시 너를 깨우러 가겠지. 그제까지 아직 일어나지 않는 너를 보면서 나는 "엄마 똥개 훈련시키냐! 내 다시는 너를 깨워주나 봐라!" 또 지키지도 못할 다짐을 하겠지. 밖에 나와서 씩씩 거리며 툴툴거리는 내 목소리에 도저히 못 견디겠다는 듯 엉금엉금 밖으로 나와 화장실로 향하며 하루를 시작하겠지.


소파에 떡 붙어 유튜브 보는 너에게 나는 또 나도 모르게


"지금 시각 2시 50분!"이라고 하는구나.

"안 알려 주셔도 됩니다. 제가 다~~ 알아서 하겠습니다!!"


맨날 바쁘다면서, 할 일이 너무 많다면서, 딴짓만 하는 네가 걱정돼 "해야 할 일 있다고 하지 않았어?" 물으면 항상 "내가 다 알아서 할게!"라고 하지. "그래. 아침에도 네가 좀 알아서 일어나라! 깨워달라지 말고!"


오후 3시가 넘자 방으로 들어간 이후 지금까지 쉬지 않고 둘째의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누군가 우리 집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면 아마도 우리 집에 '가수 지망생'이 살고 있는 줄 알겠지. 그리고 오래 감상한 후에 이렇게 말하겠지. '안타깝지만 데뷔는 어렵겠어.'


수학 숙제를 할 때도 블루투스 마이크를 한 손에 들고 노래를 부르고, 학교 과제를 할 때도 노래를 부르는 너,

마이크가 망가질 지경이다. 제 용돈으로 제일 싼 걸로 샀는데 많이 써서 본전은 뽑았단다.

이번에 망가지면 나더러 하나 사주면 좋겠단다. "어림없다."라고 말했지만 고민해보는 걸로. 노래 부르고 있는 녀석의 모습이 즐거워 보인다. 그 즐거움이 노래를 따라 귀를 통해 내 안으로 들어온다. 조금만 더 잘 불렀으면 좋겠다. 미안하다. 나 닮았다.


멀티에 능숙한 이 녀석. 노래 부르며 뭘 하고 있나 방으로 쓱 들어가 봤다. 영상 작업 중이다.

부탁받지도 않았는데 유기견 보호소에 직접 연락해 홍보 영상을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더니

(코로나로 그쪽에서 찍은 영상을 편집만 해서 보내주기로 했단다.) 그 작업이구나.


"봉사점수 들어가는 거야?"

"아니지~ 당연히 재능기부지~ 엄마는~ 이런 일을 그런 걸로 따지고..."


어이없다. 나를 속물로 만든다. 물어보지도 못하나. 내가 언제 대놓고 성적 올려라. 봉사점수 관리하라. 이래라저래라 간섭 한 적이 있었나. 이 세상 어느 엄마가 자식 공부 잘하길 바라지 않는 사람이 있겠나. 나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제 이만큼 크면 공부하란다고 하는 아이는 없다. 효과가 있다고 생각지 않으니 그런 말도 덜하게 되는 것뿐이다. 스스로 찾을 때까지 기다려주고, 지켜봐 주는 게 내 일이다. 언제나 네 인생의 주체는 너이니까.


그러나 해야 할 일을 자꾸 미루는 너. 코 앞에 이르러 힘들어하는 네 모습을 보는 건 매번 힘들다.

그 힘듦도 네 몫이다. 네가 겪고 힘들면 피하는 방법을 찾겠지. 기다린다.


에효. 그렇게 또 해야 할 과제들은, 해야 할 숙제들은 또 뒤로 밀리는구나. 또 저녁이 되면 힘들어하겠구나. 그래서 밤늦게까지 하겠구나. 낼 아침에 또 쪽지가 올라와 있을까? 깨워달란 그런 쪽지 말고, 어릴 때처럼 "엄마 사랑해"라고 한마디 적혀있으면 좋겠다. 그럼 감동일 텐데.


우리의 생활은 이렇게 또 도돌이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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