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바탕 폭풍이 휩 쓸고 간 우리 집.
울고, 화내고, 속상해하고...
맑은 날만 있으면 좋게.
어쩌겠어.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그래도 오늘은 남편 생일.
아침에 미역국을 끓였다.
늘 먹던 음식에 미역국과 색깔 있는 밥만.
(햇님인 아직 자고 있으니까)
"케이크는 저녁에 같이 먹자."
뚱한 표정으로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남편.
"뭐야! 케이크도 싫다고?"
끄덕끄덕.
이런...
뺨과 턱, 삼 면에 마스크 트러블이 가득한 연두가
"난 케이크 먹고 싶은데."라고 한마디 한다.
"그래. 그럼 케이크 먹자!"
딸바보 아니랄까 봐 금방 생각을 바꾼다.
나는 남편 맞춤 생일 선물로
그다지 특별한 것 없는
'우리 집 뒷산 같이 올라주기 약속'을 했다.
그래도 뭔가 허전하여
내 생일날 떳떳하게 선물을 챙기기 위해 형식적이나마
핑크색 꽃봉 투에다 '생일 축하 금일봉'이라 써서
축하금을 건넸다.
오늘만큼은 남편 편한 대로.
그날이 그날처럼. 아무 날도 아닌 것처럼. 최대한 밍숭 밍숭 하게.
생일노래도 불러주지 않고 케이크만 먹을까?
하고 물었다.
남편 왈.
"왜 자꾸 신경 써? 마음대로 해. 나는 관심이 없어. ^^;"
본인 생일에
관심 1도 없는 남자.
참...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살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