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와 햇님이

by 오늘을 살다

나는 어린 시절 엄마가 크레파스를 사다주시면

매번 연두색 크레파스가 빨리 사라졌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내가 아마 연두색을 좋아하다 보니 연두색을 많이 칠했던 탓일 것이다.


나는 지금도 사계절 중

연둣빛 새 잎사귀가 돋아나는 봄이 제일 좋다.

그런 나를 알았던 탓일까?


친구 명화에게

"태명을 뭘로 지을까?"물었더니

'연두'라고 답이 왔었다.


그렇게 우리 첫째의 태명은 '연두'가 되었다.




연두가 두 돌이 넘었을 때 둘째가 생긴 걸 알게 됐다.

내가 봄을 좋아하니 둘째도 봄에 태어나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조금 더 이르게 우리 가족을 찾아온 둘째.

병원에서 확인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연두에게 물었다.


"동생 태명 뭘로 할까?"

"해!"

"뭐?"

"해! 해!"

"해? 햇님? 그래 좋다. 햇님이라고 부르자."


실은 그때 우리 연두는 '회'라고 말했을 것이다.

당시 연두는 아이답지 않게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회'였으므로.

우리가 부르는 '햇님'이는 뱃속에서 '횟님'으로 들렸는지

햇님이는 지금도 단골 횟집이 있을 정도로 회 킬러다.

있으면 먹고, 없으면 안 먹고, 그다지 즐기는 음식은 아녔는데도

입덧할 때 회가 먹고 싶어서 잠이 안 오더니...

그 영향인가. 참 신기하다.




우리 두 아이들의 이름은 평범하다 못해

어디 놀러 가서 꼭 한 번씩 듣게 되는 이름임에도

딸들이 엄마 글 쓸 때 본인들의 이름을 쓰지 말라하여

앞으로는 두 아이 이름 대신

태명을 쓰기로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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