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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독 바다청년 Dec 13. 2022

코펜하겐 여행기

바이킹의 나라. 그 매력에 빠져본다


일상을 벗어나 낯선 곳을 가는 건 참 설레는 일이다. 단순한 즐거움보다도 새로운 자극을 통해 여러 영감이 솟기도 하니. 그동안 이곳저곳 다닐 만큼 다녔다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이제 일상이 편안한 건지, 거의 두 달 반 만에 여행다운 여행을 해본다. 작년 독일을 처음 왔을 때와는 변해도 많이 변했다. 목적지는 코펜하겐. 이곳에서 교환학생을 하는 친구 집에 머물기로 했다. 나 또한 이곳에서 교환학생 하는 것을 한 번쯤은 꿈꾸기도 했고, 말로만 듣던 노르딕을 한번 느껴보고 싶은 생각이 강했다.


노르딕이 유럽 역사 전면에 등장하는 건 유명한 바이킹으로부터. 그들을 바이킹의 후예라고 하지 않는가. 8세기~10세기, 지금의 영국과 프랑스는 그들에게 호되게 당했는데, 그 흔적으로 프랑스의 노르망디는 이곳 바이킹이 그곳에 정착하면서 생긴 이름이다. 북쪽 사람, 즉, Northmen이 Normandy의 어원이라고. 그나저나 이곳에 직접 와보니 왜 그들이 덴마크를 떠나려고 했는지 알 것 같다. 해도 짧고 날씨도 너무 춥다. 바다를 인접해서 산 그들이 항해술에 뛰어날 수밖에 없었다는 점도 실로 이해가 간다.

그 이후의 덴마크의 역사는 대부분 대륙 유럽보다는 북유럽 국가, 특히 스웨덴과의 연정과 반목의 연속이다. 서로 오랫동안 땅따먹기를 했다. 나폴레옹 전쟁 때는, 영국과 프랑스 모두와 무역을 했는데, 이에 반감을 품은 영국이 코펜하겐을 공격하기도 했다. 이 전쟁은 그 유명한 넬슨도 고전한 전쟁인데, 코펜하겐은 영국의 기습적인 공격 때문에 엄청난 피해를 받았다고 한다. 한편, 17세기부터 이어진 덴마크의 패배와 영토 상실은 이윽고 1864년, 프로이센에게 패배하여 Schleswig, 지금의 북독일 영토를 빼앗기기에 이른다. 물론 이런 일련의 과정 끝에 왕국에서 입헌군주국이 되기도 했다.

이후 산업화, 제1차 세계대전에서의 중립으로 많은 경제 발전을 한 덴마크. 2차 세계대전에는 나치 독일에 의해 쉽게 점령당한다. 나치 패망 이후, NATO, OECD, UN의 설립 일원이자 우리가 잘 아는 잘 살고, 살기 좋은 복지 국가가 되었다.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을 답사한다. 건축 양식이 독특하다. 기존의 봐오던 독일이나 서유럽하고는 또다른 양식. 사람들은 이런 걸 노르딕 스타일이라고 하던가. 유럽에서 꽤나 강성했던 국가의 수도였던 만큼 역사적인 건물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건축 디자인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세련된 느낌이 있다. 이곳의 운하를 보면 네덜란드와 비슷한 느낌을 받는데, 여러모로 닮은 구석이 있다. 또, 살기 좋은 나라답게 물가가 사악하다. 어느 식당을 가도 기본 독일의 두 배 가격 정도는 한다. 스위스랑 비슷한 느낌이다.

환경, 에너지 분야에 있어 선도적인 위치에 있다. 세계 최고의 풍력 터빈은 이곳에서 만든다고 하고, 곳곳에 재생에너지 발전이 이뤄지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시내에서 보이는 한 발전소는 도시에서 생산된 쓰레기를 모아 바이오매스를 태워 열을 공급한다고. 즉, 순환경제가 실천된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 한편, 북해에서 석유를 추출해 팔고, 낙농업이 국가 산업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등,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은 편이지만 그들의 개인당 탄소 발자국은 세계에서 제일 높은 수준이다. 600만의 인구니까 괜찮다고 해야 할까. 역설적이다.

오기 전부터 북유럽인이 이런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건 적은 인구수 덕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는데, 직접 와보니 건물 하나하나에도 환경적인 실천을 옮긴 모습에 감탄하면서도 먹고 살만하니까 하지 않겠는가 싶기도 하다. 많은 에너지를 풍력을 통해 공급하는 모습에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이것도 상대적으로 큰 땅덩어리에 사람이 적으니까 가능한 거라는 걸 생각해 본다. 그런 점에서 독일이 실천하고 있는 게 더 큰 규모이지 않은가 싶은 생각이 든다.


이런 나의 다소 비판적인 태도가 날씨도 한몫하는 걸까. 여름에 오면 다를까? 모르긴 몰라도 원래 오고 싶었던 대학교, 덴마크 공대, DTU는 참 좋다. 기억에 남기기 위해 티셔츠도 사본다.

시내를 쓱 훑어보고 다시 돌아간다. 가보지도 않고 평가하거나 꿈을 꾸는 것보다 실제로 보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깨닫는다. 그나저나 언급한 것처럼, 위도가 너무 높은지라 오후 세시면 어둑어둑해진다. 여름에는 오히려 늦게까지 해가 떠 있으니 좋겠으나, 겨울에 살만한 곳은 아니다. 돈이 많으면 여름에 이곳에 살고, 겨울에 남부 이태리에 가면 좋겠거니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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