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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독 바다청년 Feb 10. 2023

꿈을 꾸며 살아가기를 소망하며

서른 즈음에


살면서 많은 인간관계를 맺는다. 그 관계 속엔 나의 공과가 진하게 남을 때도 있다. 잘했으면 다행이고, 설령 못했더라도 내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 사과를 하는 등의 노력으로 관계가 회복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경우도 대부분이다. 어떨 때는 무얼 잘못했는지도 모르겠는데 누군가는 나에 대해 안 좋은 기억을 가지고 험담을 하기도 한다. 반대로 나도 그런 뒷담화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우연히 며칠 전 소셜 미디어에 나와 연결이 되어 있는 이들을 봤다. 예전에 꽤 친했던 인물 중 팔로잉이 끊어져 있는 걸 봤다. 순간 생각했다. 내가 그들에게 무얼 잘못했는가. 몇 가지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을 때도 있지만, 그것마저도 내 잘못이 아니라는 생각과 함께 어차피 앞으로는 안 볼 사람이라며 나도 팔로우를 끊었다. 그러면서도 씁쓸한 마음은 지울 수가 없었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소셜 미디어를 꽤 오랜 기간 했는데, 이를 통해 친구들의 소식을 보는 건 즐겁다. 얼굴을 오랫동안 보지 않아도 결혼, 한 가정의 아버지, 어머니가 되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본다. 나이가 들어가는 거다. 그게 순기능이라면, 어떨 때는 얼굴 한두 번 본 게 고작인데 서로 팔로우하기도 하고, 어느 순간 그 팔로우를 끊기도 한다. 뭐가 맞는지는 모르겠다. 나도 그럴 때도 있으니까.


모든 사람에게 항상 잘 대해주고 잘 지냈던 건 아니다. 살면서 숱한 잘못, 어리석은 말과 행동을 했고 사과를 할 기회조차 없을 때도 있지만, 심지어 기억도 못 하는 경우도 꽤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조금은 나아졌다고 생각은 하는데, 가끔 보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아직도 숱한 잘못을 하고 산다.


한편 힘이 되는 든든한 내 편이 있다. 가족, 연인, 그리고 오랜 친구들, 오래되지 않아도 진심으로 나를 응원해주는 꽤 많은 사람. 그런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면 적어도 잘못 살지는 않았다는 생각은 한다. 그 전보다 내가 더 나은 방향으로 살고 있다고도 확신하고.



몇 년 전에는 오래된 친구에게 한번은 해군을 그만두고 유학 가고 싶다고 이야기했는데, 그 친구는 어리석은 행동이라며 나를 꽤 나무랐다. 대책 없고, 그 정도 인정을 밖에서 바랄 수는 없을 거라고. 외국 생활을 오래 했고, 나와도 오래된 친구였기에 그 말이 썩 달갑지 않았다. 달갑다기보다는 싫었다는 게 맞는 표현이겠지. 그 친구를 떠나기 전에 마지막 봤을 때, 그는 다시 말했다. 당시는 정말 대책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20대 후반에 접어드는 나이에 그런 도전을 할 수 있는 용기와 열정이 부럽다고.


어제 오래간만에 연락했다. 사는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 친구는 내가 군에서 느꼈을 답답함을 이제는 많이 느끼겠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지금 내가 이렇게 사는 게 부럽다고 한다. 뭐, 나도 이곳을 오면서 많은 걸 포기하고 두려움도 많았지만, 그 선택을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다. 내 삶에서 제일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하니까. 친구는 저번과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그렇게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부럽다고.


또 다른 친구도 이야기했다. 전에는 대책 없이 낭만적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젠 본인 하고 싶은 일로 경제활동을 하는 게 부럽고, 멋지다고.




이곳에는 다양한 삶의 방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독일에서 학교 나오고, 대학교에 다니고, 대학원생으로 온 이들도 있지만, 누군가는 아프간 전쟁에 참여하고 다치고 전역해서 공부하다가 머나먼 독일까지 온 이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온 사람들도 사연이 무궁무진하다. 제일 큰 공통점은 시간이 오래 걸려도, 혹은 늦었어도 자기 꿈을 찾으려고 하는 사람이 꽤 많다는 점이다. 그게 독일이라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매력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이곳이 모두 낭만적이고 이상적인 사회라는 건 절대 아니다. 다만 꿈을 꾸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 이전의 어떤 대학을 나오고, 돈을 많이 벌던 것과는 별개로. 그래서 나도 꿈을 계속 꾸기로 했다. 몇몇 이들의 이야기를 듣기보단 내가 좋아하는 걸 하고, 내 사람들의 지지를 받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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