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의 한식 도전

Korean night

by 송다니엘

짧은 시간에 친해진 친구들끼리 홈파티를 열기로 했다. 첫 번째는 Carbonara Night. 이태리 커플이 파스타를 만들었다. 원래 잘 먹지 않는 느끼한 파스타를 맛있게 먹었다.

내게 할당된 것은 Korean night.

이를 위해 독일에 있는 한국 온라인 마트에서 많은 양의 음식을 주문했다. 된장, 고추장은 물론이고, 두부, 무말랭이, 꼬막무침, 닭갈비, 막국수, 칼국수, 막걸리와 소주 등.

20만원이 넘는 돈을 쓰고,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이를 계획했다. 누군가를 초대해서 많은 양의 음식을 해본 적이 없기에 걱정도 됐지만, 닭갈비는 완제품이었으니 못해도 중간은 가지 않겠느냐는 생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도움의 손길이 닿았다. 이곳에서 알게 된 한국인 유학생. 어쩌다보니 같이 요리하게 됐다.

메뉴는 전형적인 한국 음식, 삼겹살과 찌개. 고추장으로 삼겹살을 만드니, 찌개는 고추장이 아니라 된장을 쓰기로 했다. 그리고 반찬으로는, 온갖 김치와 꼬막무침.

며칠 전 독일인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한국인은 본인들을 비하할 때 뭐라고 부르냐고 묻길래, ‘양놈’이라고 할 때가 있다고 하니, 스스로를 양놈이라 한다.

무튼, ‘양놈’들이 한국 음식에 아주 푹 빠졌다. 된장찌개, 삼겹살, 그리고 여러가지 김치들.

그리고 고추장 삼겹살과 꼬막무침, 김치를 먹더니 맵다고 물 달라고 하고, 벌컥벌컥 마신다. 한국인의 매운맛을 보여주었다. 그들은 매운맛을 그냥 ‘Spicy’라는 단어로 밖에 이해하지 못했을 테다.

또, 전날밤에 고주망태가 되어서 그런지 술은 거의 손도 안 댔다. 소주는커녕, 막걸리도. 재밌는 건 몇 모금이나마 마신 막걸리를 되게 맛있어했다. 막걸리 세계화의 가능성을 봤달까.

독일인 친구는 내년에 갈 교환학생을 지원하는 것이 있어 내게 많이 물어봤다. ‘헤이 원선, 한국에 어떤 대학이 좋니?’라고 물어 ‘서울대랑 연세대 아니면 카이스트를 써. 카이스트는 내가 사는 고향에 있어.’라고 했더니, 인터넷 검색을 좀 해봤는지 서울대랑 연세대에 경영대학을 찾을 수 없다며, 이미 카이스트랑 일본 대학을 각각 1개씩 썼단다. 본인에겐 한국 대학교 홈페이지에서 학과를 찾기가 너무 어렵다나 뭐라나.

나는 ‘분명 카이스트는 서울이 아니고, 대전에 있고, 그곳엔 사실 재밌는 건 없어.’라고 했더니, 그래도 그 친구는 ‘도시 크기가 뮌헨만 하다고 하지 않았냐. 그 정도면 됐지.’라고 한다. 정말 대전에 가서 날 원망하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옆에 있는 한국 친구가 독일인이 카이스트에 지원했다고 하니, ‘나 사실 거기 가봤는데, boring.’이라고 말한다. 그리하여, 대전은 독일에서도 노잼도시가 됐다. 그래도 신세계가 생겼으니 금발의 파란눈 독일인에겐 신기한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시작하기에 앞서 걱정도 많이 했지만, 모두들 행복하게 한식을 먹을 수 있어 참 다행이다. 코로나 덕에 ‘집밥 송선생’을 꽤 오래 한 게 이렇게 도움이 되는구나 싶다. 멀고도 먼 타지 땅에 한국의 맛을 알렸다. 이들이 또 다른 독일인, 외국인에게 한국의 맛을 알릴 기회가 되길 소망한다.

결국 사놓은 닭갈비는 못 먹었다. 나 혼자 배불리 먹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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