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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독 바다청년 Mar 19. 2023

시험을 끝낸 일상, 잠깐의 휴식

뮌헨으로의 여행


오랜만에 글을 쓴다.

한 달만이니 그동안 공부한다고 많이 바쁘긴 했다.


울적한 날들도 꽤 있었는데 주어진 시험을 다 마무리하고 나니 결과를 떠나 후련함을 느꼈다. 사실 공부량만 따지고 보면 과할 정도로 많이 하기도 했으니 많이 배웠다는 점에서는 좋겠지만 한편으로는 지칠 법도 했던 거다.




시험을 보는 이유가 단순히 점수를 매기는 것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배운 내용을 제대로 학습하기 위함이라는 생각을, 처음 1주일 정도 생각했다. 그 때는 공부하는 게 재밌었다. 제대로 알아가는 기분이.


그렇게 첫 시험을 2월 22일에 보고, 그 다음 시험을 5일 간격으로 하나씩 보는데 그런 생각이 점점 사라진다. 시험에 대한 부담감은 점점 커지고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시험 기간이 길어서 좋았던 건 이러나저러나 시간이 많으니 공부를 차근차근 하며 모든 내용을 꼼꼼히 살피다 못해 출제자의 입장까지도 되어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 시험 때 시간이 남는다. 안 좋은 점은 역시나 너무나도 지친다.


2월 10일이 강의가 종료된 시점이었고, 10월 중순부터 학기를 시작했으니 꼬박 4개월 간의 강의 기간과 한 달반의 시험이니 거의 반년동안 한 학기가 이어지는 셈이다. 중간중간 쉬는 기간이 있긴 했지만 지칠 수밖에 없다. 이게 독일 공대의 일반적인 모습이라니 받아들일 수밖에… 작년에는 경영대에서 시험을 봤으니 공부량 자체가 이의 절반 수준밖에 안 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절대 경영학이 공학보다 쉽다는 건 아니지만 공부량 자체가 다르다는 건 사실인 듯하다.


그래도 이렇게 한 과목 빼고는 이 시험을 치고 나니 그 분야의 준전문가가 된 기분이다. 다섯 개의 기본 모듈이 왜 기본 모듈인지, 그리고 이 한 학기를 마치면 다음 학기부터 어떤 수업이든지 원하는대로 다 들을 수 있다는 걸 이해하게 됐다. 그만큼 첫 학기의 시험이 그 기본이 되는 과정이었던 셈이다. 거기에 세번째 학기에 듣는 과목을 미리 당겨 들었으니 어떤 분야로 더 나아가고 싶은지 방향성도 확실했던 셈이다.


이번 학기를 이렇게 마치고 다음 학기까지 고생을 좀 더 하면 확실한 토대를 갖출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뭐든지 쉬웠던 건 아니지만 지금 내 삶이 그 어떤 때보다 만족스럽다고 후회할만한 과거는 없다고 자신할 수 있다. 그게 내가 잘 하고 있다는 증거겠지.




그리고 지금은 뮌헨으로 향하고 있다. 원래는 다음 학기에 일본으로 교환학생을 떠나는 독일 친구가 주도해서 다 같이 모이기로 했는데 그 주관자가 파토를 내버리니 앙꼬 없는 찐빵이나 다름 없는 여행이긴 하다. 그 결정과 더불어 이어지는 그 주관자의 일련의 행보가 무척이나 마음에 안 들어서 분노했었는데, 그 주관자와는 무관하게 그냥 가기로 했다. 모임에 참석하는 이들 중 제일 멀리 사는, 나는 표를 미리 구했던지라, 그간 고생했던 나를 위해서라도.


이곳 프라이부르크에서 동쪽으로 즉, 뮌헨으로 가는 길엔 검은숲이 가로 막고 있어 기차로 가면 숲을 빙 둘러 가기에 버스로 가나 시간 차이가 크지 않다. 그래서 가격도 싼 버스를 타보기로 했다. 이 동네에서 제일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인 Titisee를 지나간다. 이어서 1시간을 더 내달리니 독일에서 제일 큰 호수인 Bodensee가 보인다. 그 Bodensee 뒤에는 알프스가 보이는데, 오른쪽에 앉을 걸 싶다. 또 이 길이 내가 바이에른에서 프라이부르크로 이사할 때 오던 길을 상기해본다. 호화로운 장돌뱅의 이삿길을 떠오르며.

그렇게 고만고만한 1500m 미만의 검은숲의 산을 보다가 깎아진 경사의 알프스를 보니 가슴이 뻥 뚫린다. 아니 어쩌면 이 가는 길이 다 내게는 힐링이 아닌가 싶다. 이왕 이렇게 모임이 흐지부지된 김에 혼자 뮌헨 근처의 자연을 보러 가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내로부터 한 시간 남짓 떨어진 Tegerneee를 찾았다.

역시 바이에른이 호수가 아름답긴 하다. 깎아질 것 같이 보이는 이곳의 산들도 멋지고. 무엇보다 이곳은 물이 깨끗해서 그런지 맥주 맛도 참 좋다. 역시 맥주는 바이에른 것이 맛있다는 걸 상기하면서 며칠동안 계속 맥주를 쉬지 않고 마셨다.



호수에서의 산책을 마치고 뮌헨 시내로 돌아와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매번 학교 일이나 중간에 어딘가를 들릴 때 오곤 했기에 제대로 관광할 일이 없었다. 타인에게는 관광지지만 내겐 그저 집에 가까운 큰 도시이자 본교가 있던 곳이었달까.


추억이 깃든 여러 장소를 돌아봄과 동시에 유명한 장소들을 발걸음 딛는대로 찾아갔다. 생각해 보면 이곳을 처음 왔을 때만 해도 모든 게 새로웠는데 벌써 1년 반이나 지나버렸던 걸 상기하며 역시나 시간은 쏜살 같이 지나간다.


짧게나마 몇몇 친구를 보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역시 집이 제일 좋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시작될 내 일상을 충실히 보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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