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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독 바다청년 Mar 19. 2023

내가 사는 곳의 시위, 데모


내가 사는 Freiburg는 Frei의 이름처럼 사람들의 생각들도 다분히 자유롭다. 히피족도 있고 기후변화에 대응한다고 베지테리안이나 비건도 많다. 생각이 자유롭다는 건 어쩌면 기존 사회에 대한 반감도 많다는 걸 수도 있다. 또 유난히 프랑스와 가깝기도 한데, 추측컨대 이런 이유로 이곳에는 시위가 정말 많다.


두 가지의 시위를 떠올려본다.


먼저 기후변화 시위.

Friday for Future. 내가 사는 이곳에선 꽤 유명한 시위다. 독일 전역에서 하는데 이게 독일 이외에 다른 나라에서도 이뤄지는지는 모르겠다. 대개 젊은 사람들이 시위에 참여한다. 그 시위에 참여하는 많은 사람들이 베지테리언이고 비건이다. 이곳 학생식당에는 항상 베지터리언과 비건 메뉴가 있는데, 많은 독일 학생들은 이를 먹는다. 못해도 70, 80% 정도가 그렇다. 웃긴 건 독일인이 아니라 외국에서 온 학생들은 대부분 이를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는 점. 반대로 70, 80%가 고기 있는 식단을 먹는다. 메뉴가 마땅치 않으면 그냥 베지터리언 메뉴를 먹긴 하지만, 베지터리언이나 비건이어야 하는 음식만을 먹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나는 생각하기를 독일 음식에 워낙 고기가 많이 들어가기도 하지만, 굳이 독일 음식이 이탈리아만큼 엄청나게 식재료가 풍부한 건 아니기에 채식을 하겠거니 싶다. 내가 봤던 이태리인 중에 채식주의자는 없었다. 이건 한국인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 내가 봤던 채식주의자는 영국인 혹은 독일인이니 딱히 엄청나게 맛있는 음식이 없으니 채식주의자가 되겠거니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 살다보면 그런 생각이 들더라.


각설.


여러 구호와 피켓을 보니 ‘전기차를 사용하는데, 그럼 그 전기는 어디서 오느냐.’ 사실 무엇보다 제일 큰 어젠다는 독일 서북부 한 갈탄 광산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 내막은 이렇다. 원래 이 광산은 문을 닫았어야 했는데,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에 따른 독일 내 에너지 공급의 차질로 인해 이 폐광을 늦추기로 했던 거다. 이들은 이를 당장 폐광해야 한다고 하는데, 나로서는 시위의 취지는 알겠지만 어쩌겠나 싶다.


당장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을 더 세우고 전력망을 더 확충하면 좋겠지만 그게 단기적으로 해결이 되는 게 아니라는 점과 이런 걸 고려해서 독일에선 에너지전환 계획이 그래도 있지 않는가. 현재 독일이 다시 군비 증강을 하고 러시아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시점에서 별다른 해결책이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사실 그보다도 더 어처구니가 없는 건 이런 이유 즉, 기후변화에 대응한다는 명목으로 시내의 모든 교통수단이 파업을 했는데, 당장 자전거가 없거나 자전거를 못 타는 사람은 그 거리를 걷거나 택시를 탈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인지 그날따라 택시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보였다. 취지는 알겠으나 트램을 못 타게 할 건 아니지 않는가. 참 우스운 일이다.




다음 시위는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된 시위.


그냥 전쟁을 반대하는 것 까지는 이해를 하겠는데 이 시위는 다소 놀랍다. 우크라이나에 탱크 지원을 하지 말라는 시위다. 본인들은 평화를 원한다면서. 그 시위를 도서관 위에서 보는데 어처구니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애초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침략당했을 때 이에 대해서도 아무 말 하지 않던가, 러시아가 세계악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탱크 주지 말자는 건 무슨 논리였을까. 그냥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이기는 기적을 바라는 것인가.


내 생각엔 이런 시위 자체가 1945년 이후 이미 80년 가까이 전쟁을 모르고 산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물론 독일도 냉전 당시까지만 해도 군대가 이렇게 없다시피 하지는 않았지만, 어쩌면 냉전 이후 30여년간의 세월동안 사람들이 안보에 대한 관념이 없어진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국제정치에선 어찌됐든 힘이 있어야 한다는 걸, 그들은 이미 오랜 세월동안 잊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그걸 그렇게도 알고 그 누구보다 지독하게 실천했던 그 선조들의 만행은 잊어버린 채.




꼭 시위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이또한 민주주의의 하나의 방식이니. 취지가 좋은 시위가 있는 것도 맞고. 하지만 그 방식 자체, 어젠다가 과연 현실적인지, 그저 비판을 위한 비판이 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이번 시위를 통해 다시 생각하기를 기후변화도 그렇고 러시아의 전쟁도 그렇고 참 난맥상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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