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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독 바다청년 Mar 22. 2023

이웃나라 아니고 먼나라 이야기: 이란




이곳 대학에는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있다. 물론 독일인지라 독일 출신이 제일 많고 그 뒤를 이어 인도, 터키, 미국 국적의 순인데 한국에 살면서는 만나기 어려운 출신의 친구들도 많다. 예를 들어 아제르바이잔, 이란, 키프로스 등등.


우연히 학생 식당에서 같은 학과 아제르바이잔, 이란 출신 친구가 있어 합석하게 되었다. 평소 말수도 없는 친구들인지라 내가 먼저 말 걸기 전엔 대화도 잘 안 하는 편인데 밥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봤다.


어쩌면 민감한 질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이란의 반정부 시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부터 해서 이것저것 물어보다 보니 더 궁금해지던 지라 더 물어봤다. 놀랍게도 이란 내 현 정부에 대한 지지율은 60% 정도인지라 지금의 정부가 바로 퇴진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해줬다. 그래서 현 정부가 바뀔 일이 있냐는 질문에는 그 질문을 불과 작년에만 물어봐도 없다고 단언했을텐데 지금은 본인도 모르겠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엄청난 진전이 있었던 거라고 참 좋은 일이라고 말해줬다.


그 친구는 히잡을 쓰고 있지 않아 물어봤다. 히잡은 독일에 도착하자마자 풀게 되는 거냐고 하니, 이곳을 오려면 터키를 거쳐서 와야 하는데 터키 비행기를 타자마자 히잡을 벗는다고 했다. 그러면 혹시 그 비행기에 비밀 요원이라도 숨어 있으면 어쩌려고 그러냐 했더니 이런저런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한다. 내가 사는 세상과 다른 세상이 있단 걸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그러고 물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질문이 있는데 네가 이란을 떠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 같은데 절차가 어땠는지 말해줄 수 있냐고. 그러니 독일 오려는 비자 신청 자체가 엄청나게 까다로웠다고 말해준다. 그리고 이란을 떠나는 순간 다시 돌아가는 것이 더 힘든 지라 이란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고 했다.


이어서 이란은 지금의 정부가 혁명으로 집권한 이후로는 모든 교육과정을 본인들의 언어인 페르시아어만을 사용한다고 했다. 영어를 배우려고 해도 사설 학원에 다녀야 한다고. 내가 들었던 그 어느 나라보다도 폐쇄적인 시스템이었다. 이런 어려움을 다 뚫고 이곳에 왔으니 학업에 임하는 자세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꼭 누군가가 더 잘한다는 건 아니겠지만 그런 어려움을 다 이겨내고 이곳에 있으니 매일 같이 도서관에서 공부하겠거니 싶었다.


과연 이곳에서 평생을 살고 딱히 어려움이 없었던 유럽인이 그들의 어려움을 얼만큼이나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니 그 친구들이 지금은 영어도 조금 어눌하고 독일어는 아예 못하는지라 처음에는 어려움도 있겠지만 그 정도의 노력을 계속하는 그들이 끝내 성과를 이뤄낼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든다. 세상에 여러 사람이 있고 열심히 사는 사람이 많다는 걸 깨닫게 됐다. 그런 여러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참으로 행운이란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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