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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독 바다청년 Apr 06. 2023

타국에서의 첫 직장, 첫 출근


사원증을 받는데 기분이 묘하다. 장교가 되고 공무원증을 받았을 때가 처음 떠오르기도 하고, 머나먼 타국에서 괜찮은 직장에 취직했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

몇몇 오리엔테이션 강의가 이어졌다. 큰 기관이다 보니 체계적이다. 내가 봤던 독일인들 중에 제일 체계적이었다고나 할까. 내가 독일을 오기 전 처음 생각했던 독일의 모습이었다고나 할까.


이어서 나의 부서, 사수를 만나 여러가지 일을 배운다. 조직 내 인트라넷부터 해야할 일을 차근차근 알려주는데 이렇게까지 친절한 독일인을 봤나 싶을 정도다.


사수는 같은 과 3년 선배로 나이는 서른. 코로나 때문에 공부를 쉬었고, 지금은 검은숲 안에 집을 얻어 정원관리에 신경쓰다가 이제는 진짜 졸업을 해야 할 것 같다며 다음 학기에 더 공부를 한단다.


본인과 상사가 쓴 코딩 하나하나를 말해주는데 그 설명 또한 훌륭하다. 이렇게까지 코딩 하나하나를 자세히, 잘 설명해주는 이는 본 적이 없다.


다음날 휴가를 떠나는 관계로, 그만의 코딩 강의는 오늘부로 종료하기로 했다. 하루종일 너무 많이 떠들었다며 이틀동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일을 했단다.


제일 재밌는 건, 우리의 상사와 MS teams를 통해 영상통화를 했던 시간이다. 이틀동안 이러이러한 일을 했고, 다음주엔 새로운 environment를 만들어서 그곳에 처음부터 필요한 코딩만 깔끔하게 작성할 거라 했는데, 상사는 그외에 본인 머리 속에 있는 여러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영상통화가 끝나고 나의 사수는 원래 상사가 저렇다며 너무 귀에 담아두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보스는 항상 일을 더 시키고 싶어하고, 구성원은 본인이 하고 싶은만큼만 일하고 싶은 셈이다. 세상 어딜가나 다 똑같다.


그나저나 무엇보다 좋았던 건 지금은 빌딩, heat pump만 모델링하고 있는데, 우리의 상사는 이를 pv, 배터리 등으로 확대하는 것을 제한할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다. 본인도 수학적 배경에 프로그래밍 전문가기에 빌딩은 잘 모르는 분야이기도 하고, 그냥 모델링 자체를 좋아한다는 점.


또 좋은 점은 이런 모델링을 python으로 접근하는 게 기관 내에 우리밖에 없다는 점이다. 어쩌면 크게 봐도 별로 없을 테다. 그래서 이것만으로도 장기적으로 논문은 물론이고 밥벌이가 될 수도 있단 생각도 든다. 그래서 더 동기부여가 됐다.


결과론적으로 그런 모델링이 distributed integrated energy system을 해석하는 모델이 될 셈이다. 6개월동안 할 일이 생겼다.


결국은 수학적 배경과 프로그래밍 스킬, 그리고 어떤 방향으로 이걸 써먹냐는 게 핵심이다. 그동안 내가 생각해오던 걸 실천으로 써먹는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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