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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시스템 현실로 옮긴 마을

Vauban

by 송다니엘


프라이부르크 내에는 몇 가지 구역의 이름이 있다. 우리로 따지면 서울에 영등포, 강남, 신도림 등이 있듯이. Vauban은 프라이부르크 내 그런 구역인데, 인구가 5,600명밖에 안 되니 사실상 그런 이름보다도 동, 마을에 가깝다. 그럼 이 마을이 무엇이 특별한가.


이곳은 1936년, 나치 독일이 군사기지로 개발한 것이 시초였는데, 그것을 2차세계대전 종전 후 프랑스군이 넘겨받았고, 1992년 프랑스군이 물러난 곳에 히피족들과 무정부주의자들이 이곳을 허가 없이 무단으로 점유하게 된다. 그들이 시 정부와 지속된 시위와 협상 끝에 부분적으로 거주 허가를 받게 된다.


그리고 동시에 ‘Vauban Forum’이라는 이름의 단체가 이곳 지역을 환경친화적인 공간으로 만들 것을 시 정부로부터 계속 요구하여 이런 영향으로 기존과 다르게 급진적으로 도시 개발을 할 수 여건이 조성된다.


그 예가 일부 지역을 차가 없는 구역으로 개발한 것이다. 실제로 이곳에는 차가 없는 건 아니지만, 자가용을 위한 주차장은 세 곳만 있고, 나머지는 일시적으로 주차가 가능한 곳, 카셰어링을 위한 공간만이 있다. 여담으로 하나의 주차장은 원래 계획됐으나 주민들이 반대하는 바람에 지금은 도시 내 조그만 숲이 되었다.


도로는 차가 통행하기엔 비좁게 설계되었고, 자가용을 소지할 시 최초에 2천만원에 가까운 주차장 이용 요금을 일시불로 내야 하고 그 이후에도 매달 월 사용료를 납부해야 하는 시스템이다. 이런 이유로 평균 독일인 자가용 수와 비교해 이곳의 자가용은 1/3에 채 미치지 못한다. 위와 같은 모든 시스템은 시 정부의 정책과는 대립하는 것이었는데, 프라이부르크 내 다른 마을인 Rieselfeld에서 본인들이 원하는 만큼 친환경적인 마을을 구축하는 데 실패했던 나머지 시 정부에 더욱 강경하게 나간 것이 이런 결과를 얻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이어서 곳곳에 최소한의 냉난방으로 적절한 실내 온도를 유지할 수 있게 설계된 Passive House가 있다. 그리고 그 지역난방을 위한 열병합 발전소가 구역 바로 옆에 위치해있고, 어떤 집에는 한 건물만을 위한 별도의 소형 지역난방 시스템 또한 갖춰져 있다. 건물 외벽 곳곳엔 태양광 패널이 그 어떤 곳보다 많은 것도 눈에 띈다.


주택이 들어서면서 프라이부르크 내 시민들에게 이곳으로 이사하기를 원하는 명단을 받았는데 주택 공급 수보다 희망자가 훨씬 더 많게 되어 희망자 중 일부만 이곳에 이사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이 모든 걸 설명한 이곳 주민이자 프라운호퍼 연구소의 빌딩 전문가는 이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곳엔 우리 미래 세대를 위한 친환경적인 모든 컨셉이 실천으로 옮겨져 있다. 그리고 이런 급진적인 정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이곳 주민들은 그 누구보다도 만족하며 살고 있다.”


실제로 프라이부르크를 찾는 많은 관광객, 해외의 수많은 정치인, 전문가들이 이곳을 보고 이런 친환경적인 시스템이 가능하다는 점을 직접 보고 갔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에 이 마을을 제외하고 성공적인 사례를 들은 건 흔치 않다.

다시금 생각한다. 기후변화에 대한 정책을 각국에서 너무나도 많이 내고 있지만 사실 모든 기술적 해법은 이미 우리 손안에 있다. 중요한 건 의지의 문제인데, 그 의지의 문제라는 건 단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동참할 때 가능하다는 걸 Vauban의 사례에서 우리는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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