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의 핵심: 에너지전환
매년 이상기후가 온 지구를 덮친다. 유럽의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 미국 캘리포니아의 산불, 우리나라 중부지방의 폭우까지도 그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기후위기’라고까지 표현하는 기후변화, 우리는 이를 얼마만큼 이해하고 있는가.
기후변화의 본질을 간단하게 짚어본다. 그 시작은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온실효과(Greenhouse Effect)이다. 온실효과란 태양의 열이 지구로 들어와서 나가지 못하고 순환되는 현상인데, 자연적인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기체는 수증기, 이산화탄소, 메탄, 오존 등이다. IPCC 보고서에 따르면, 만일 온실효과가 아예 없다면 지구의 평균기온은 지금보다 30 ℃ 이상 낮아질 것이다(IPCC, 1990). 즉 이 온실효과 때문에 수많은 문제가 발생한다는 이야기는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설명이다. 문제는 인류 문명과 산업활동에 의해 추가로 배출된 인위적인 온실가스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이산화탄소(CO2)때문에 지구의 온도가 정상보다 더 올라가고 이것이 기후변화, 기후위기로까지 번지고 있다.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1.5 ℃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 2015년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Conference of the Parties) 파리협정의 결과이고, 그것이 지금의 기후목표이다. 이와 관련하여 참가국 스스로 국가별 온실가스감축목표(NDCs;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를 설정하였다. 이 온실가스의 대부분, 총 3/4가량이 에너지 생산으로부터 발생하는데, 에너지믹스(Energy Mix)를 살펴보면, 글로벌 에너지의 80%를 화석연료가 담당한다(IEA, 2022). 그만큼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니,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탄소 중심의 에너지 체계를 탄소 배출이 없는 체계로 전환한다는 것이 탄소중립이자 에너지전환의 최종적인 목표이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운송 분야에서 전기차, 냉난방 분야에서 열펌프(Heat Pump)의 도입, 산업 분야(철강, 시멘트, 화학, 석탄ㆍ석유ㆍ가스)에서의 탄소 배출이 없는 재료 생산 및 순환경제(Circular Economy)로의 전환이다. 위 전환을 통해 모든 에너지가 전기로 대체된다고 했을 때, 그 전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현재 글로벌 발전량은 석탄, 가스 등 화석연료가 대략 2/3, 그다음이 수력, 원자력, 풍력, 태양광, 바이오매스, 지열 순으로 담당하고 있다(IEA, 2022). 상대적으로 포화상태인 수력발전을 제외하고, 태양광 및 풍력 발전으로 기존의 화석연료 발전을 대체한다는 게 에너지전환의 핵심이다. 즉 이 에너지전환의 본질이라면 모든 에너지 분야의 최종 에너지를 전기로 전환하고, 이 전기를 탄소 배출이 안 되는 재생에너지로 발전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이어서 에너지전환에 있어 선도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알려진 독일의 사례를 살펴본다.
<그림 1>에서 보다시피 독일은 팬데믹 이후 전기 수요의 증가 및 가스 가격 폭등으로 인해 석탄 발전량이 다소 늘어났다. 그 결과 2021년에는 탄소 배출량이 전년 대비 4.5% 증가하긴 했지만 전반적인 감소 추세가 뚜렷하며,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39%가량이나 감축시켰다. 제조업이 근간을 이루는 독일의 산업구조를 고려했을 때, 지난 30년간 독일이 보인 탄소 배출량 감축은 본받을 만하다. 더불어 독일은 기존의 계획을 5년 앞당겨 2045년에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기후목표를 설정했다. 독일에서는 이미 30년 전부터 탄소세가 정치적 의제로 등장했을 만큼, 환경에 대한 대중적 관심 및 정치적인 시도들이 꾸준히 있었다. 즉 독일이 이런 성과를 보인 요인에는 여러 정책적인 노력이 있었고, 구체적으로는 분산에너지 시스템을 실천에 옮기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우선 독일의 재생에너지법(EEG; Erneuerbare-Energien-Gesetz)을 살펴보면 현재 발전량의 40%를 담당하는 재생에너지를 2030까지 80%까지 올리겠다는 목표로, 가정 및 산업에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는 내용이다. 이 증가량은 이미 포화 수준에 오른 수력발전보다는 태양광과 풍력에 집중된다. 또한, 화석연료거래법(BEHG; Brennstoffemissionshandelsgesetz)에 따라 독일의 전기 시장에서는 화석연료에 대하여 탄소 배출량만큼 가격을 더 부과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석탄, 가스 발전을 통한 전력은 훨씬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다음 요인은 분산에너지 시스템이다. 이는 기존의 중앙집중적인 에너지를 소규모의 발전으로 대체하는 개념인데, 그 조그만 발전소는 개인의 아파트는 물론이고, 관공서가 될 수도 있다. 실제로 독일 프라이부르크는 이런 모델을 선도적으로 도입한 곳이다. 그 대표적인 예로, 이 도시의 시청은 지붕은 물론이고, 창문에도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고, 지열 냉난방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로써 에너지 소비보다도 발전량이 더 많아 다른 곳에도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이처럼 독일이 잘하고 있는 건 맞다. 하지만 과연 이 모든 게 통계와 수치처럼 잘 이뤄지고 있는가. 그 이면을 보면 여러 어려움이 존재한다. 그 어려움이라 하면 재생에너지 발전의 태생적인 한계와도 맞물려 있다. 쉽게 말해 우리가 원하는 만큼 태양은 내리쬐지 않고, 바람은 불지 않는다.
<그림 2>는 작년 7월, 재생에너지 발전량에 따른 독일 전력공급의 변동에 관한 자료이다. 태양광은 노란색이고, 풍력은 파란색, 도표의 ⑦,⑧,⑨,⑩으로 표시한 색은 원자력 및 화력발전에 해당한다. 한낮에는 태양광 발전량이 많고, 밤에는 파란색인 풍력 발전량이 늘어난다. 한편, <그림 3>의 2022년 월별 발전량을 살펴보면, 일조량이 거의 없는 겨울에는 태양광 발전량은 거의 없는 반면, 풍력 발전량이 더 늘어나는데, 태양광과 풍력을 조합하면 재생에너지 변동성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고려해보면, 지금 설치용량의 2배가량의 태양광과 풍력 발전을 한다고 해도, 전기 수요를 매 순간 완벽하게 공급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변동성을 극복하는 대안으로 에너지 저장장치가 부각되고 있다. 이는 기계ㆍ전기ㆍ열ㆍ화학적 저장장치, 배터리로 구분되는데, 저장장치마다 에너지 용량과 정격 출력이 다른데다가 경제적인 이유로 그 어떤 저장장치도 이 변동성의 완벽한 대안이 되진 못한 상태이다. 이외에도 이미 연결된 유럽 전력망(European Grid)을 통해 국가 간 전력 거래를 더욱 확대하는 것도 변동성에 대한 대안이 되고 있다. 유럽 전력망에는 EU 회원국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우크라이나도 이 시스템에 합류했다.
여기까지가 간략하게 정리해 본, 에너지전환에 있어 선도적인 독일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흔히 사람들은 전기를 사용하면서 본인들이 탄소 배출이 없는 깨끗한 에너지를 사용한다고 생각한다. 마치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바꾸면 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것처럼. 이건 거의 모든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발전하는 노르웨이에서나 적합한 현실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아니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태양광과 풍력 발전 비중은 총 전력 생산의 4%에 못 미친다(IEA, 2020). 안타깝지만, 우리나라는 OECD 예하의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 중 태양광과 풍력 발전이 제일 낮은 나라이며, G20 국가 중에선 가장 후순위인 사우디아라비아 다음으로 19위에 위치한다.
2020년에, ‘2050탄소중립’을 선언한 이후, 관련하여 한국판 그린뉴딜 등 정책적인 방향 설정은 고무적이지만 현실적인 실행에 있어서는 필자가 과문해서인지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다른 국가보다 한국은 재생에너지의 잠재량이 적고, 에너지 사용량은 많기에 더욱이나 분산에너지 시스템의 적용은 필수적이다.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안 등 관련 법안 제정이 최근 속도를 내는 건 긍정적인 부분이지만, 대중들에게 홍보가 부족하고, 역시나 이를 실천으로 옮기는 건 또 다른 문제다. 그렇다면 탈탄소사회를 위해 우리가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첫째로, 상대적으로 대용량 발전이 가능한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는 일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나라에서 대규모 해상풍력단지를 설치한다는 계획은 고무적인 부분이다. 실제로 세계 각국에서 해상 풍력이 주목받는 이유는, 대형 풍력 터빈은 운송 문제 등으로 인해 육상 설치가 어렵고, 해상에서는 이동 및 설치가 용이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풍력 터빈의 용량뿐만 아니라 로터의 크기가 클수록 효율이 높고 궁극적으로 이것이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EERE, 2022).
둘째로, 가능한 만큼 태양광 패널을 많이 설치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건물 지붕이나 아파트 창문 등 유휴 공간의 활용이 너무나도 부족한 실정이다. 이를 촉진하기 위한 독일의 재생에너지법, 화석연료거래법 등을 참고한 추가적인 관련 법령 제정과 인센티브 부여를 고려해 봄 직하다. 예를 들어, 전기요금에 재생에너지 설치를 촉진하는 부과금을 추가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전기료는 kWh당 143원(4인가족 기준 300kWh 사용 시), 독일의 전기료는 이에 비해 kWh당 440원(32.7센트)으로, 약 3배이다(한국전력, 2023; Strom-Report, 2023). 독일에서는 작년 7월 1일부로 중단되긴 했지만, 2000년부터 재생에너지부과금이 가정용 소매요금에 부과되었다. 우리나라에도 기후환경요금을 2021년 부로 부과하기 시작했는데,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기요금을 사용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독일의 사례를 참고해 더욱 확대 운용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겠다.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원전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이미 우리나라의 원자력 발전 비중은 굉장히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기후변화와 관련한 선도적인 정책을 펼치는 EU에서 영구적인 방사성 폐기물(사용후핵연료) 처분장을 설치하지 않은 원전의 경우엔 청정에너지로 분류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나라처럼 처분장 확보가 요원한 상황에서 원전 발전 비중을 높여 화력발전을 대체한다는 정책은 근본적인 에너지전환 방법으로 보이지 않는다. 프랑스의 원전 사례를 드는 이도 있을 텐데, 실제로 프랑스는 작년에, 노후 원전의 냉각 계통의 부식으로 총 56기의 원자로 중 26기가 정상 작동하지 않아 전력 수급에 문제가 있었다. 이는 프랑스와 유럽의 전기료 폭등의 원인 중 하나였다(New York Times, 2022). 러시아 가스 수급 중단으로 인해 에너지 위기에 처한 유럽의 상황을 고려할 때, 프랑스의 노후 원전은 미래에도 지속적인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
여기에 더해서 태양광과 풍력이 원전보다 경제적이기까지 한데, 우리는 현재 왜 주저하고 있는 것일까. 일단은 더 많은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화석연료로 에너지를 공급하지 않고도 에너지를 모두 공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여부는 지금까지 살펴본 에너지전환의 실천뿐만 아니라, 유럽전력망과 같은 국가 간의 전력망 도입도 고려해야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지정학적 상황으로 볼 때, 이는 단순한 의제만이 아님은 분명하다.
현재 무엇보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시급한 문제는 에너지전환의 핵심인 모든 분야를 전력화하는 것보다 깨끗하지 않게 발전되는 전기를 깨끗한 에너지로 생산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태양광과 풍력은 과연 깨끗하냐고 물을 수도 있다. 물론, 태양광 패널 생산에 대해 전과정평가(LCA; Life Cycle Assessment)를 거친다면 일정량의 탄소가 배출되기는 한다. 하지만, 이는 화력발전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NREL, 2012). 결국 최종적인 목표는 이마저도 탈탄소 과정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구체적인 에너지전환 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독일의 예를 들어, 재생에너지 관련 법안 및 실질적인 데이터를 통해 앞으로의 에너지전환의 모습도 살펴봤다. 물론 독일도 태양광과 풍력에너지의 변동성을 극복하기 위한 과정을 겪고 있지만, 재생에너지 잠재량 등 기후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그 방향성은 매우 구체적이고, 이미 세부적인 모델을 많이 개발하였다. 그런 토대 위에 독일은 지금도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비추어 이제는 우리나라도 정책적인 슬로건만 내세운다거나 구체적인 후속 실행은 하지 않는 채 시간만 흘려보내서는 안 될 것이다.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모델을 바탕으로 현실에 적용할 시기이다. 덧붙여, 이에 대해 대중들에게 널리 홍보함으로써 일반 시민과 기업이 기꺼이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지난 세기에 우리나라는 라인강의 기적에 비견하는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탈탄소사회를 지향하는 에너지전환정책을 확립하고,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고 가정해보자. 차제에는 기후위기에 대응해 두 번째 한강의 기적을 이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독일에서 기후변화 대응이 새로운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산업 아이템으로 자리 잡은 것으로도 충분히 증명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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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의 일부는 한국서부발전 블로그에 ‘[글로 볼 에너지 이야기]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탄소 중립의 핵심, 에너지 전환’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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