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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발전의 미래

핵융합, 핵분열 뭐가 됐든

by 송다니엘

기후변화 관련된 강의를 매주 월요일 오전에 듣고 있다. 각 분야에 전문가들이 매주 돌아가면서 강의한다.


오늘 강의는 핵융합에 관련된 강의였다. 강의자는 뮌헨공대 옆에 있는 막스플랑크 연구소에서 플라즈마 관련된 연구로 막 박사과정을 마친 이였다. 강의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핵융합의 기본적인 원리까지는 너무나도 당연한 건데, 그동안 본인이 그곳에서 몸담으면서 했던 연구의 전반적인 걸 훑으면서 이 기술의 한계를 굉장히 비판적으로 이야기한다. 모든 프로젝트는 계획했던 것보다 십수년씩 지연되고 있고 연구에 있어 수많은 의문에 봉착하는데, 그 의문을 어렵사리 해결하면 그로 인해 또다른 의문이 오히려 더 많이 생긴다며 그리스로마 신화의 히드라 같다는 비유를 하며..


여러 한계 중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핵융합을 위해선 플라즈마 상태를 도달해야 하는데 이 상태를 위해선 엄청난 고온을 유지해야한다. 섭씨 1억도까지 가열해야 한다고. 위와 같은 상태를 견디는 장비도 문제이지만 이외에도 많은 문제점이 있다. 설사 위 문제를 해결한다고 한들, 이것이 실용화되는 건 또다른 문제고, 생성한 굉장히 고온의 열에너지를 바로 이용할 수도 없고 전기로 전환해야 하는데, 애초에 어마어마한 온도로 가열하는 것 등을 포함해 전기를 무지막지하게 잡아먹기 때문에 시뮬레이션 결과 500MW의 용량의 발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미 기존의 원자력발전의 정격용량이 1GW는 넘으니 이것이 경제적인지 의문이 든다.


결과론적으로 강연자는 이 모든 걸 종합했을 때, 핵융합이 실질적으로 상용가능한 건 최소 2050년 이후인데 그 때에 이 에너지가 경제적일지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 든다고 매듭을 지었다.


강의를 마치고 나는 물었다.

‘내가 지금 듣기로는 굉장히 비관적인 것 같은데, 앞으로 어떤 분야를 연구할 계획인지.’


그는 본인은 아예 다른 분야로 관심을 돌려 바이에른 내의 전력회사에 취직했다고 한다. 그 분야에서 박사과정까지 밟고 회의감이 들어 완전히 다른 분야로 간 셈이다.


누군가는 물었다.

‘독일은 탈원전 정책을 실행하여 이젠 가동되는 원전이 하나도 없는 상황인데, 다른 나라들은 계속 하고 있다.이것에 대한 전망은 어떠냐고.’


그러니 그는 원전 르네상스도 정치적인 어젠다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계획, 정치적인 움직임은 있지만, 실제로 새로 건설 중인 원전은 많은 이유로 계획보다 건설이 지연되고 있고 최근 10~20년간 새로 가동되는 곳은 본인이 알기로는 중국밖에 없다고. (필자가 게을러서 팩트체크는 해보지 못했다.)


한참 한국에서도 부각되었던 SMR, 소형원자로는 마치 핵융합을 상용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나선 벤처기업들이 엄청난 어려움에 봉착한 것과 비슷한 상태라고 보여진다며. 이는 그저 계획일 뿐이지 아직까지 실현된 적은 없다고 한다.


오히려 원자력 종사자에게 이런 말을 들으니 나로선 앞으로 원전에 미래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물론, 마찬가지로 재생에너지로 2050년까지 현재의 에너지 시스템을 완전히 공급할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하지만 이를 무시한 채 원자력 발전으로 화석연료 중심의 현재 시스템을 대체하겠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 발상인지에 대해 느낄 수 있다. 딱 보이는 정답은 없다. 다만 계속 고민하고 현실적인 방안을 고려하는 게 공학자가 해야 할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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