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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독 바다청년 Jul 29. 2023

새로운 기술의 허들과 가능성


풍력 발전에 관한 초빙 강연이었다. 강의자는 북독일, 덴마크 바로 아래에 있는 Flensburg 대학 교수였는데, 그 대학은 한국으로 치면 전문대인데, 이곳에 풍력 에너지 관련한 학과가 있다. 바람이 많이 불고 그쪽 주변에 풍력 관련된 산업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교수는 풍력발전 분야에서 본인이 직접 사업체도 이끌었었는데, 어떤 이유로 부도가 나서 지금은 교수를 하고 있다. 그야말로 풍력 분야에 있어선 정말 제대로 아는 이였는데, 질문에 대해서 거의 완벽에 가까운 대답을 했기에 그런 느낌을 받았다.


사실 나는 풍력발전이 어떻게 이뤄지는지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다. 대충 알기도 알거니와 그 메카니즘을 완벽히 이해하는 게 내가 풍력 터빈 회사에 가지 않는 이상 별로 소용이 없기 때문이랄까. 사실 이 공부를 깊게 할지 말지 그 고민은 이번 학기 초에 마쳤었다. 물론, 안 하는 것으로.


그런 이유로 그래서 그의 대부분 강연에는 굉장히 시큰둥했었고, 그저 제어 분야를 유의 깊게 들었는데, 결과론적으로는 제일 간단한 PID 컨트롤러를 사용한다. 사실 내가 이 초빙강연에 간 이유는 나를 머리 아프게 했던 Model Predictive Control (MPC) 수업을 가르치는 이가 수업 시간에 초빙강연이 있다고 관심 있는 사람은 오라고 했었기 때문이다. 그 인물이 강연자에게 질문한다.


“PID 컨트롤러 밖에 안 쓰냐. Model Predictive Control가 산업에서 쓰일 일은 없는 거냐.”


강연자는 너무나도 명쾌하게 대답한다. 이미 풍력발전에 들어가는 인풋 데이터만 어마어마하고, 이를 처리하는 PLC, Programmable logic controller가 1GHz 사양밖에 되지 않아 MPC는 꿈도 꿀 수 없다고.


이번엔 그 교수의 강연이 끝나고 이번엔 제어 분야의 대가이자 질문했던 이의 보스가 다시 질문한다.


“아까 MPC 안 쓴다고 했는데, 최소한 PID보다는 더 발전된 State-Based Multiple Input, Multiple Ouput 등 정도의 컨트롤은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강연자는 다시 이야기한다.


‘물론 학계에서 이와 관련된 연구 결과, 논문이 엄청나게 많다(‘tons of paper’). 하지만 실제로 산업에서는 쓰이지 않는다. 이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는 이 분야 자체에 오래 종사한 이는 은퇴하고 젊은 사람은 회사에 들어와서 이 시스템 자체를 처음에 이해하는 데 급급한 것이 그 이유고, 두 번째는 PID에서 MPC 등으로 제어를 바꾸는 투자 비용만큼 그 효과가 경제적으로 계산했을 때 불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MPC 등을 적용해서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MPC를 아는 전문가 한 명이라면 그것 또한 문제일 것이다. ‘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갑자기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내가 골머리 싸면서 공부했던 이 분야가 그다지 의미가 없다는 점에서 그랬을 테다. 물론 풍력에 MPC를 적용했을 때, PID보다 효율이 높은 건 맞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까지 엄청난 효과냐고 물었을 때 그전에도 나는 의문이 있었는데, 이를 그 강연자가 명확하게 짚은 셈이다.



그는 이어서 그가 했던 사업이 망한 이유가 대기업은 풍력 터빈 하나가 아니라 엄청나게 싼 가격으로 수십, 수백개를 한번에 사고 파니, 조그만 회사는 가격경쟁을 할 수가 없다. 대기업에 망하는 중소기업 이야기는 어딜 가나 똑같다고 생각한다. 경제 논리에 다 당해낼 재간이 없는 셈이다. 말은 다들 기후변화에 대응한다고 하지만, 결국은 다 돈장사다. 이 자본주의 시스템에선.


그리고 지금 풍력 터빈을 만들 때 대부분은 기계공학자들이 단순히 터빈 사이즈는 이렇게 할 거라고 통보를 하는 식인데, 이런 이유로 제일 효율이 좋은 터빈이 생산될 리가 없다. 어쩌면 재생에너지라는 분야가 기존의 산업보다 경쟁도 적고 기술 자체가 성숙한 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일까 싶으면서도, 어쩌면 모든 산업이 학계가 연구하는 것처럼 그다지 효율과는 거리가 먼 예전의 방법을 고수하며 보수적으로 움직이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미국에선 더 빡센 경쟁이 있는데 유럽에선 경쟁이 덜해서 혁신이 부족한지도 모르겠다. 산업을 직접 경험하고 나서야만 판단할 수 있는 문제인지는 아직까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MPC 컨트롤러가 꼭 필요한지 모르겠다. PID 컨트롤러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고, 우리가 진정으로 다뤄야 할 문제가 그것인지, 그보다 더 영향력 있고 다뤄야 할 과제가 더 많은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에필로그.


이 모든 게 내가 얼마 전에 했던 생각들이다. 나의 사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며 MPC가 과연 필요하냐는 회의감에 젖은 질문을 했다. 사수는 오히려 그래서 더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MPC가 세상에 나온 지 얼마 안 된 컨셉인데, 이미 산업계에서 수십 년 머물렀던 이들이 이를 알고자 하는 의지도, 의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알 수도 없다고 한다. 사실은 더욱 필요하고 많이 쓰일 분야가 아니겠냐고 되묻는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전력전자를 가르쳤던 교수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지금 반도체 산업에 지금까지도 실리콘이 살아 남아있는 이유는 단 한 가지. 이 산업에 오래 머문 이들이 그저 게을러서 새로운 것을 공부하려 하지 않고, 이로 인해 새로운 재료를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 그 이유뿐. 어쩌면 양산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을 때, 새로운 기술, 재료를 채택하는 건 꽤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산업이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발전하는 것이라면 더더욱, 더 좋은 기술, 재료를 하루빨리 도입하는 게 필요할 테다. 그렇게 해서 에너지를 조금이라도 덜 쓰면 그게 환경에도 도움이 되는 거니까.


아직도 MPC를 나의 밥벌이가 될 기술이라고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그래도 그 기술 자체에 회의감은 떨치고 모르는 분야에 조금 더 귀와 눈을 열고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아직은 무언가를 딱 정해서 그것만 파기에는 나의 지식, 내공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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