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독 바다청년 Jul 23. 2023

수소 경제의 미래


수소 경제. 최근 몇 년간 정·재계 안팎으로 많이 나온 개념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이를 수소가 우주 질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에너지 이동이 쉬우며 물의 전기분해로 수소를 무한히 만들어낸다는 등의 단순한 논리로의 접근은 지금의 에너지 시스템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에 대한 청사진도 그려내지 못한다.


먼저 수소가 왜 필요한지부터 생각해보자. 필자는 이전에도 에너지전환에 관련한 글을 많이 썼는데 핵심은 두 가지, 다음과 같다. 먼저 최대한 많은 분야를 에너지를 전기로 전환, 전력화를 한다. 그 핵심은 전기차와 히트펌프에 있다. 다음은 최대한 많은 분야의 최종 에너지를 전기로 전환한다고 했을 때, 그 전기를 비교적 포화 수준인 수력 발전보다는 태양광과 풍력발전을 통해 이 전기를 발전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가 제일 큰 핵심인데, 태양광과 풍력발전이 완벽하게 에너지 수요를 맞추지 못한다고 했을 때, 이 변동성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이 에너지저장장치이다. 그리고 그 많고 많은 에너지저장장치에는 배터리, 축열(Thermal Storage), 기계식 저장장치 등이 있는데, 대용량 및 장기간의 저장장치에 있어서는 수소가 제일 큰 핵심으로 떠오른다.


그러니 혹자는 에너지전환의 필수 요건인 전력화와 태양광 및 풍력터빈 설치를 제쳐두고 수소를 마치 만능열쇠인 것처럼 접근하니 이것부터가 잘못된 접근이다. 수소에는 꼭 필요한 산업 및 분야가 존재한다. 그런 관점에서 수소 경제라고 한다면 필자는 무조건 찬성이다. 다만 그전에 총체적인 에너지 청사진이 있어야 함이 우선이다.




그럼 수소 관련한 몇 가지 기본적인 팩트를 생각해보자.


먼저,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에는 여러 방식이 있다. 자꾸 인용하고 싶지는 않지만, 지난 대선 TV 토론에서도 위 개념을 인용했었다.


Green/Pink/Yellow/Blue/Grey/Brown/Black Hydrogen이 그것이다, 녹색 수소는 재생에너지로부터, 핑크는 원자력 발전으로부터, 블루는 천연가스에 탄소 포집 기술을 이용한 것, 나머지는 천연가스 및 석탄으로부터 생산되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녹색 혹은 핑크를 제외하고는 모두 탄소 배출을 꽤 많이 한다. 블루 수소는 마치 탄소 배출이 없는 것처럼 마케팅이 되긴 하지만 실상은 지금 상용화된 탄소 포집 기술은 50~67% 수준에 불과하고, 90%까지 포집 가능한 건 아직 연구 단계에 잇으며, 이를 토대로 볼 때 100% 탄소 포집이라는 게 불가능한 개념일 수 있다. 이상적으로 90% 포집 가능하다고 해도 그마저도 탄소 배출을 꽤 많이 한다. 그러니 탄소 포집으로 깨끗하게 에너지를 생산한다는 건 실상 기만에 가깝다.  


그럼 이 중에 거의 유일하게 깨끗하다고 할 수 있는 녹색 수소를 더 알아보자.


이는 간단하게 물을 전기 에너지를 통해 전기분해(Electrolysis)해서 생산한 수소를 저장하고, 이 전기를 전기분해의 반대과정을 통해 다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이를 연료전지(Fuel Cell)라고 한다. 즉 두 번의 과정이 필요하니 손실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원래 에너지의 약 36%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럼 이 질문이 그다음에 있을 수 있다.


과연 녹색 수소가 경제적이냐.


예상할 수 있다시피 아직까지는 경제적이지 못하다. 탄소세가 얼마만큼 부가되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전문가들은 2030년이 경제적인 수익성이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렇다면 이 수소를 만들어서 어떻게 한다는 건가.


아래 그림을 보자. Power to X라는 개념으로, 전기 생산을 수소를 통해 각기 다른 섹터에 연결한다는 개념이다. 이는 각기 다른 섹터를 연결한다고 해서 섹터 커플링이라는 개념과도 큰 연관이 있다.


Source: Fraunhofer ISE


위 그림에서 볼 수 있듯, 수소에는 앞서 언급한 전력화가 불가능한 산업, 예를 들어 농업에서의 비료, 암모니아/메탄올 생산, 그리고 이후에도 경제적이지 못한 산업, 철강, 항공기 및 선박, 장거리 운송 트럭 등에 이용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수소를 운송할 네트워크가 필요함이 그다음 순서이다. 먼저 유럽의 사례를 생각해보자. 유럽엔 유럽 전력망(European Grid)과 유사하게 유럽 가스 파이프라인 네트워크도 존재한다. 이 파이프라인을 큰 투자 비용 없이 수소를 운송하는 것으로 개조할 수 있고, 이외에도 추가적인 파이프라인 건설이 계획되어 있다.


다음은 유럽 수소 파이프라인에 대한 개념도.

Source: European Hydrogen Backbone

유심히 보면, 파이프라인이 북아프리카와 연결되는 걸 볼 수 있다. 이 근본적인 원인에는 깨끗한 전기를 통해 수소를 생산한다고 했을 때, 그 깨끗한 전기는 대부분 태양광 및 태양열 발전을 통해 가져온다고 구상했기 때문인데, 그 청사진에는 북아프리카에서 생산한 전기를 통해 수소로 저장하고, 이 수소를 운송하는 것이 기본적인 개념 중 하나이다. 이외에도 중동에서 선박을 통해 운송하는 것도 방안인데, 모로코에서 스페인을 통해 운송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는 게 유럽인들의 청사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음은 국제에너지기구가 발표한 세계 수소 가격 전망에 관한 그림이다. 빨간색일수록 녹색 수소를 생산하기에 저렴하고, 적합하다는 뜻이다.

Source: IEA, Global Hydrogen Review 2021


우리나라도 수소에 대한 관심이 많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재생에너지 발전에 기반하지 않은 수소 생산은 탄소를 오히려 더 많이 배출한다는 점이 제일 큰 맹점이다.


실제로 탄소 중립의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게 현실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과제인 상황에서 수소를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면서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건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런 이유로 광활한 사막이 있는 호주, 중동, 그리고 중국, 인도 등으로부터 선박을 통해 수소를 공급하는 게 제일 현실적인 선택지로 보인다. 다만 이마저도 제일 중요한 건 현실적인 에너지전환에 대한 청사진이다. 독일에서도 많은 시나리오가 작성되고 있는데, 그때마다 얼마만큼의 수소를 수입할 것인지가 큰 안건 중의 하나인데, 너무나도 많은 수소 수입 계획은 현실적이지도 못하고 경제적이지 못하니 바람직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제일 깨끗하다는 녹색 수소. 여기엔 또 큰 맹점이 존재한다. 먼저 세계의 많은 나라는 아직 100% 깨끗한 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고 있지 않은데, 그러니 녹색 수소를 만든다고 깨끗한 전기를, 수소 생산에 써버리고 정작 부족한 전기 수요를 화석연료로 메꿔버리면 이는 그다지 바람직한 접근방법이 아니다.


또 다른 맹점은 결국은 이 모든 게 개발도상국을 착취하는 선진국의 다른 관행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이다. 돈 많은 유럽인들의 에너지를 가난한 나라가 생산해서 공급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착취의 수단으로 느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길고 길었다.

요약하자면,


1. 환경적인 측면에서 녹색 수소를 제외하고 다른 수소를 고려해서는 안 된다.


2. 수소의 적용 분야는 필요한 분야에서만 한정되게 이용해야만 한다.


3. 이를 위해선 에너지전환의 큰 그림과 실천이 우선이다.


4. 녹색 수소는 지극히 경제적이지 않으니 이를 생산하는 건 재생에너지 잠재력이 큰 곳에서 가능하다. (북아프리카, 중동, 중국, 인도, 호주 등)


5. 선진국의 자본주의적 착취가 아닌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국제적인 차원의 논의, 관련 법령 및 규정 제정이 필요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에너지 시스템 모델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