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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다니엘 Mar 27. 2024

Donaueschingen: 도나우의 발원지


독일에 처음 오고, 나와 제일 친했던 이탈리아 친구가 처음으로 프라이부르크를 방문했다. 일정이 짧은 탓에 검은숲까지 돌아보지는 못했으나 프라이부르크 대부분의 시내와 마을을 자전거를 통해 구경했는데, 이젠 역사 공부도 빠삭하게 했고, 이곳 지리도, 맛있는 가게도 다 알다 보니 수월하게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역시나 이곳은 사순절을 앞둔 탓에 사육제가 한창이었는데 작년에 그 모습을 처음 접했을 때보단 훨씬 거부감이 없었다. 이젠 그들의 문화에 좀 적응했다고나 할까. 뭘 저렇게 하나 싶으면서도 그들 삶에선 이게 중요한 부분이라는 걸 나도 새삼 느끼게 되는 듯하다.


독일의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오느라고 먼 길을 또 갈 친구가 딱한 탓에 그 여행길의 일부분을 동행하기로 했다. 이곳의 지역열차인 S-bahn을 타고 종점 주변에 있는 곳인데 이름은 Donaueschingen이다. 거의 두 시간을 기차를 타면, 검은숲을 가로질러 반대편에 도착하는데 이곳이 유럽 대륙 내 제일 중요한 강인 도나우 강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이 도나우를 지나는 도시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비엔나, 부다페스트, 브라티슬라바, 베오그라드, 그리고 독일에선 레겐스부르크, 파사우, 그리고 내가 일년 남짓 살던 슈트라우빙까지.


사실 도나우의 발원지라고 하는 이곳 도시에 별로 특별한 건 없다. 이 대단한 강의 발원지가 이곳이었다는 점과 시내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도나우의 뿌리가 되는 두 강이 합쳐지는 곳이 있다는 정도가 이곳의 특별한 점이라면 그렇다. 그런 이유로 역사도 그리 길지 않다. 그 대단히도 중요한 강의 뿌리가 별로 대단한 것이 없다는 점에 원래 모든 강의 뿌리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도 생각해본다. 사실 인간사에 대입해봐도 태어날 때부터 대단한 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정말 많지 않은가. 그런 관점에서 바라볼 수 도 있겠다.


도나우강 이외에 주목할 만한 점은 이곳이 바덴뷔르템베르크 내의 제일 큰 맥주 브랜드 Fürstenberg의 본고장이라는 점이다. Fürstenberg 가문은 합스부르크 왕가로부터 이 지역의 소유권을 인정받았는데, 이 가문이 프라이부르크의 시조새인 Zähringen 공작 가문의 영토를 물려받았으니, 그 뿌리는 프라이부르크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 동네 시내엔 이 가문의 성도 지금까지도 존재한다. 이 맥주 상표에 1283년부터 시작했다고 하니, 750년 가량의 역사로, 가문의 시작은 맥주와도 큰 연관을 갖고 있다.

당일 역시 사육제 기간 중 하나로, 사람들이 정말 많았지만 아주 운 좋게 그곳에서 식사를 할 수 있었고, 우리가 앉은 자리 위에는 그 옛날 바이에른 공작으로부터 서명받은 맥주순수령이 액자에 걸려 있었다. 바이에른에서만 맥주를 먹는 이태리인은 바이에른이 다 되었는지 이곳 맥주는 다 별로라고 했는데, 여기만큼은 그래도 나쁘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그러고 보면, 나도 그런 시각을 갖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이 동네의 맥주에 길들여져 최고의 맥주를 맛본 지 오래됐다는 생각도 든다.


강가에 어마어마한 맥주 창고 내지는 공장이 있는 걸 보고 이 맥주들이 이 바덴뷔르템베르크 내에서 다 소비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나라 카스나 하이트 공장도 비슷한 풍경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렇게 다시 지역얼차를 타고 검은숲을 가로질러 집으로 돌아온다. 이 검은숲이 도나우강의 발원지이자 유럽 대륙의 지리적 중심이고, 라인강의 발원지인 라인폭포도 멀리 떨어져 있지 않으니 나는 이태리인에게 이곳이 유럽의 심장 (Il cuore dell’ europa)이라고 이야기했는데, 그런지는 몰라도 이 동네에 정이 많이 붙은 듯하다. 그리고 생각보다 독일 내 구석구석 가볼 곳이 많다는 생각도 해본다. 그리하여 나름대로 독일 여행 스팟을 정해봤다. 나중에 시간 되면 49유로 티켓으로 지역열차를 타며 다 구경해보려는 심산으로. 그렇게 독일을 다 하면,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나머지 유럽도 하는 순간도 오겠지. 그걸 다 할 때쯤이면 내 나이가 얼마가 되려는지, 아니 그걸 다 할 순간이 내 삶에 오려는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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