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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다니엘 Apr 06. 2024

검은숲 탐험


오늘의 즉흥적 여행은 의도하진 않았다. 나는 이제 일상을 다시금 시작하려 했으나 여러 이유로 하루 미루게 됐다. 카쉐어링 서비스로 차를 빌리는 김에 좋은 날씨이기도 하니 드라이브를 해보기로 했다.


목적지는 검은숲 최고봉 Feldberg. 구글 내비게이션이 길이 좀 막힌다고 우회로를 알려주는데, 이 우회로 덕분에 더 좋은 경치를 볼 수 있게 된다. 프라이부르크에서도 접근성이 제일 좋은 검은숲의 봉우리, Schauinsland를 지나갔는데 그 풍경이 정말 멋졌다. 날씨도 좋아 저 멀리 프랑스의 Vosges, 알프스도 보이는 듯하다. 거기서 다시 봉우리를 올랐다 내려갔다 하면, Feldberg에 도착한다. 아직도 눈이 꽤 많이 쌓여 있고, 곤돌라가 운행하는 걸 보고 스키도 탈 수 있나 싶지만, 스키를 타는 이가 아무도 없다. 이제 스키시즌은 끝이 난 듯하다.



조금만 걸으면 정상에도 오를 수 있지만,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쓰기 싫은 이유로 곤돌라를 보는데 가격이 사악하다. 다음 기회에 또 오르겠다고 다짐하고 발걸음을 돌린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이 주변 최고 관광지인 Titisee가 산 아래에 멋지게 자리잡고 있다. 정말 크긴 크다. 처음 내가 바이에른을 떠나 스위스를 거쳐 프라이부르크를 올 당시에 갔던 길이다.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데, 1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꽤 많은 것을 해냈다는 생각을 잠시금 해본다. 재밌는 건 어디서 기름을 넣었는지까지 기억이 난다.



그렇게 숲을 깎은 구불구불한 도로를 지나가다가 한번쯤 가보겠다고 생각했던 Ravennaschlucht, 협곡을 잠깐 들린다. 거대한 다리가 있는데, 저 다리는 무엇인가 싶어 그냥 보고 있는데, 기차가 지나다닌다. 이곳에 온지 1년 반만에 깨닫는다. 내가 타던 Titisee로 향하던 기차가 이 거대한 다리를 지나간다는 사실을. 순간 우스웠다. 그동안 몰랐다는 사실을.

다리만 떡하니 있는 조그만 협곡 내지는 마을이 뭐가 그리 검은숲의 유명한 명물인가 의심스러웠는데,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숙소와 유리공예점, 정각에 울리는 이곳의 명물, 뻐꾸기 시계가 볼만하다. 그리고 알고 보니 이곳을 통해 마리 앙투아네트가 오스트리아에서 파리로 향했다는 기록을 전한다. 사실 가려면 북쪽으로 더 돌아가는 게 현명하지 않았을까 싶긴 하지만, 이곳은 어찌됐든 오랜 기간 동안 검은숲의 목재를 유럽 전역으로 운송하는 하나의 허브였던 곳이다. 그런 이유로 저런 거대한 터널과 다리를 만들었던 계기가 되기도 했고.

2차세계대전 기간 중엔 Barrage Balloon, 즉 큰 풍선을 띄워놓아 이 다리의 폭격을 막았고 그 덕택에 전쟁이 종료된 그다음해부터 다리의 역할을 계속 수행할 수 있었다. 이 작은 협곡을 떠나려고 할 때, 이곳에서도 괴테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어딜 가나 괴테가 있다. 프랑크푸르트, 카를로비 바리, 하이델베르크, 레겐스부르크, 심지어 이곳까지. 저 멀리 시칠리아에도 있지 않았나. 멀지 않은 시기에 그가 여생을 보냈던 바이마르에도 한번 가겠다고 다짐해본다.


오늘까지 하여 만 나흘의 여행을 마무리한다. 사람도 얻고, 독일 내 여러 지역에 대한 이해는 물론이고 개인적으론 내가 사는 곳에 대한 애정이 더 많아진 여행이었다. 어쩌면 이곳이 나의 삶의 터전으로 계속 남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독일에선 제일 살기 좋은 곳이라고 느낀다. 더 나은 대안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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