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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독 바다청년 Nov 08. 2021

독일인들과 천하제일 요리대회?

스시 나이트

우리가 생각하는 스시는 초밥. 생선회에 밥 사이에 와사비가 있는 것. 이곳 푸른눈의 금발 독일인이 스시를 만든다길래, ‘생선 손질할 수 있어?’라고 하니, 무슨 말을 하냐길래. 들어보니 그들에게 스시는 롤, 김밥이다. 뭐 스시의 정의를 생각한다면 틀린 건 아니지만, 내가 생각한 스시의 이미지와는 생경한지라 다소 당황스러웠다.

그렇게 독일인 친구가 준비한 스시 나이트. 도착했더니 준비가 안 되어 있어서, 떡볶이를 만들어주기로 했다. 한국에서 몇 번 했던 솜씨로, 떡이랑 어묵이랑 야채와 라면 면을 넣어서 갖다주니 다들 맛있게 먹는다. 이번에도 성공이었다.

떡볶이는 잘 되었지만, ‘스시’에 들어갈 밥은 실패작이었다. 독일, 이태리 친구가 냄비에 1kg가 되는 쌀을 다 부어버렸는데, 역시나 밥이 설익었다. 응급처치로 두 번째 냄비에 옮겨 담았지만, 해결되지는 않았다. 내게 조언을 구하길래 돌 씹는 것 같아서, 다시 끓이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엔 밥이 너무 퍼졌다. 어쩔 수 없다. 이대로 만드는 수밖에.

밥이 되는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지라 남는 시간에 한국 보드게임을 알려주기로 했다. 공기는 숙달이 필요하기에 제일 쉬운 윷놀이부터 알려줬다. 재밌다고 한다. 상대편 말을 잡고, 다시 한번 하는 걸 특히 즐거워했다. 밥이 되자 김을 두르고 밥을 하는데, 말은 스시지만 내겐 김밥일 뿐이다. 김밥 안에 연어, 새우, 아보카도, 당근 등을 넣는다. 한국 김밥이 그리운 순간이었다.

또, 아시아 시장에서 산 사케를 맛보게 했다. 역시 유럽 친구들은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 독하다고 생각해서인지 별로 많이 먹지는 않는다. 그래도 한국식 건배를 알려줬다. 서툰 발음이지만 ‘위하여’를 하는 모습이 아주 대견하다.

식사를 어느 정도 정리하고, 다음엔 화투짝을 들고, 고스톱을 알려줬다. 고스톱 알려주는 게 쉽지 않다. 일단 그림 맞추는 걸 설명하는데, 본인이 들고 있는 패를 무슨 훌라처럼 등록하겠다길래 그런 게 아니고 짝이 있어야지만 네 것으로 할 수 있는 거라고 여러 번 설명해줬다. 특히 뻑, 쪽, 싹쓸이 등 특수한 규칙에선 이해시키는 데 조금 애를 먹었지만, 결국 그냥 하다 보니 재밌어한다. 사실 돈을 걸고 해야 재밌다고 하며, 이거 하다가 너희 돈 다 잃을 수도 있다며 겁도 줬다. 다음엔 포커를 하자나 뭐라나.

그동안 이 친구들이 여러 도움을 받다 보니, 나도 그들에게 아낌없이 주려고 노력한다. 고맙게도 재밌게 받아들이는 듯하여 뿌듯하다. 가끔 5살 어린 동생들하고 이러고 놀고 있구나 싶으며, 20대 초반으로 돌아간 듯하여, 현실을 자각하기도 하지만, 젊게 사는 게 좋은 거로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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