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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독 바다청년 Nov 01. 2021

독일에서의 정착기 III

집 구하기

이곳에 온지 정확히 한달만에 집을 구했다.


그동안 2~30여개의 집에 연락을 했고, 직접 본 것도 열 번은 족히 된다. 좋은 집은 항상 경쟁자가 많았고, 나보단 독일어를 잘하는 사람이 그 집을 채갔다.


어떤 집주인은 계약하기로 해놓고 뒤통수를 쳤다. 전날밤까지 내일 계약서를 작성하자고 했는데 돌변해서, 갑자기 더 오래 머물 세입자를 구하고 싶다고 했다. 재빨리 전화해서 3년 그 이상, 5년도 머물 수 있고, 이곳이 너무 좋다고 어필했지만, 안 된단다. 내가 좋은 사람인 건 만나서 알겠는데, 개인적인 사정이란다. 정직하지 못해 미안하단다. 아마 그새 다른 세입자를 찾았나보다.


두 번이나 그런 일을 겪으니 멘탈이 나갔다고나 할까.


위기의식이 들어 그냥 비싸고, 대학과 시내 중심부에 다소 떨어진 곳에 계약을 했다. 집 자체는 아주 좋은데 멀리 떨어져 있는 게 흠이다. 다만 이미 그곳에 사는 학생들이 많으니 그건 좋은 점이다.


이웃 중에 한 명인, 차 있는 부자 독일인 친구 덕에 이사를 잘했다. 그 친구는 운전하니 당연히 오겠거니 했는데, 이탈리아 친구도 같이 와서 이삿짐을 손수 옮겨줬다. 좋은 친구들이다. 김치와 밥솥을 보면서 코리안 나이트를 기대한단다. 배달의 민족이 있었으면 좋겠다.


비록 월세지만 집이 생기니, 주거지의 안정이 이렇게도 중요한 것인지 정말 많이 느낀다. 그동안 집 없는 자의 설움이 어떤 건지 힘든 순간이 많았다. 세계 어디든 돈 많은 게 짱이라는 생각이 슬프지만 든다. 이도 하나의 경험이겠거니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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