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베네핏
어느 직장이든 간에 직원들의 복지를 위한 혜택이 존재한다. 군에 있을 땐, 군 관련 시설을 아주 저렴하게 혹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는데, 그 시설들을 초임장교가 이용하는 데에는 제약이 있었다. 이는 물리적인 시간일 수도, 짬에서 밀릴 수도 있고, 그보다도 군 시설을 이용하는 이들이 대부분 나의 상급자들이기에 그들을 마주치기 싫기도 했을 것이고, 쉬는 날까지 부대 주변에 있는 것이 싫은 것을 넘어 쳐다보기도 싫었던 점이 제일 클 테다.
이와 같은 이유로 군 생활 중 이용한 시설은, 축구장을 제외하곤 없었다. 그마저도 일과 시간에만 썼다. 그렇게 군복을 벗고 독일을 온 이래엔 나의 체육활동은 지극히 제한되었는데, 학생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운동 시설이 제한되었기 때문이요, 마땅한 장비가 없어서 일수도,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일수도, 무엇보다 수중에 돈이 없어서 일 테다.
독일에 온 이래 3년간의 학생 신분을 마치고, 시작한 직장에서는 사실 꽤 많은 혜택이 주어졌는데, 내겐 달마다 주는 월급보다도 이것 자체가 매력적이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한 달에 30유로 안팎의 돈을 내면, 독일 내 대부분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회원권으로 헬스장, 수영장, 동네의 좋은 온천, 요가 수강권 등등이 포함된다. 여기서 괜찮은 헬스장의 매달 사용료만 해도 40유로가 넘는 걸 고려하면, 정말 훌륭한 옵션이다.
그런 이유로 일을 시작하자마자 이 회원권을 바로 신청했는데, 재밌는 건 정작 회원권을 신청하고 이 혜택을 이용하는 일은 달에 손을 꼽았다. 이는 워낙 겨울엔 해도 짧고 우중충하고 춥다는 핑계를 댈 수도 있겠지만, 이외에 결혼 준비나 퇴근 이후에도 논문을 쓰는 등 이런저런 이유로 바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회원권 가격이 아까워서라도 동네 온천장을 한 달에 최소 한 번은 가려고 했다.
4월부터는 이것과 별개로 내가 몸담은 클럽의 축구 시즌이 시작되는지라, 일주일에 두 번 공차면, 또 어영부영 운동을 게을리하게 됐다. 이 회원권이 겨우 한 달에 두세 번 헬스장 가는데 태운다고, 아깝다는 생각이 들던 와중,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이 회원권으로 테니스도 칠 수 있다는 사실. 직장 내부엔 나름대로 조그만 테니스 동호회가 있었다.
아내가 집을 비운 열흘 기간의 첫날, 2년 전에 강습받은 이래 방치되어 있던 라켓을 창고에서 꺼내, 유튜브를 보며 그립을 바꾸고 만반의 준비를 했다.
다음날 회사의 실세이자 동호회 멤버의 핵심과 일 끝나고 테니스 치러가기로 했다. 몇 년 만에 치는 것이라 걱정도 했지만, 나름대로 게임이 됐고, 그 친구와 수준이 딱 맞아서 아주 재밌게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일주일에 세네 번 매일 치다 보니, 내가 테니스 선수인가 싶은 생각까지 든다. (실력이 아니라 그냥 테니스를 치는 빈도에서…)
이런 삶을 고작 2주일밖에 안 했지만, 너무 재밌어서 회사 다니는 맛이 난다. 예전엔 그냥 덥고 파리만 들끓는 여름이 싫었거늘, 매일 같이 운동하고 해가 긴 여름을 사랑하게 됐다. 30도가 넘는 날씨에 클레이 코트에서 있다 보면 익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그것도 나름대로 재미다. (35도가 넘어가니 이런 말은 다시 주어담게 된다….)
이런 게 어쩌면 유럽에서 사는 재미가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에선 코트 찾는다고 이곳저곳을 다녀야 하고, 그 가격도 어마무시무시한 것을, 매일 1시간은 무료요, 뒷사람만 안 오면 두 시간도 더 칠 수 있는 것.
그마저도 집 앞에 있어 다 자전거로 통행하고, 더우면 동네 앞에 호수에 가서 수영하고… 그렇게 어제 하루종일 운동하고, 저녁에 호수에서 수영하고 맥주를 마시니 학생 때 누리지 못했던 여유로움을 이제야 느껴본다. 정작 옆에 있는 수많은 독일인을 비롯한 학생들을 보면서 저들은 저 때도 다 누리고 있는데, 나만 이렇게 바쁘게 산 건가 싶으면서도, 그렇게 살아서 제때 졸업할 수 있었겠거니 싶다.
해야 할 일도, 더 올라가고 싶은 마음도 생겨나지만, 오히려 업무 시간을 줄이고 이런 여유를 더 즐기고 싶은 생각도 든다. 군복을 벗고 그런 시간이 충분히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땐 마음의 여유가 없어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이 모든 것도 내 아이가 생기면 또 바뀔 일상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