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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흔적을 찾다

남프랑스의 고대 로마 유적

by 송다니엘

독일에서 리옹까지 많이 남쪽으로 왔지만, 아직 더 내려갈 곳이 많다. 리옹에서 남쪽, 프로방스로 출발했다.

리옹 시내를 벗어나니 정말 엄청난 규모의 산업이 있는 것을 목도할 수 있었다. 딱 봐도 정유 공장 같아서, 혹시 토탈 에너지인가 싶었는데 정말 그러했고, 시멘트 공장 등 없는 게 없었다. 과연 리옹은 파리 다음으로 프랑스 내 거대한 도시권역을 가졌구나 싶었다.


한편, 고속도로 바로 옆에 론강이 보이는 건 참으로 흥미로웠다. 적어도 독일에서는 강이 옆으로 흐르는 경우는 적었는데, 이는 강이 범람할 수도 있어서가 아닐까? 사실 며칠 전, 아주 많은 강수량이 예보되었고, 홍수주의보가 있었기에 여행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었는데, 실제로 범람하는 일도 있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찾아보니 작년 10월 중순에 론강이 범람해 리옹 시내와 고속도로가 물에 잠겼었다. 합리적으로 고속도로를 바로 옆에 짓는 게 위험하지 않은가 싶은 나의 생각이 들어맞았다.


그러면 왜 굳이 강을 따라 지었을까? 이는 이 지역의 지형을 통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리옹 주변이 산악지형에 론강 유역만이 평지이니, 이곳을 따라 이동하는 게 굉장히 합리적이고, 로마시대 갈리아 (지금의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 일부)의 수도가 리옹이었으니 이 길은, 이미 고대 로마부터 있었던 길이기도 하다.

고대 로마의 도로. 리옹(Lugdunum)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뻗었다. 출처: 위키피디아

즉, 고대 로마 도로의 경로의 토대 위에 현대 고속도로가 들어선 셈이다. 지금 보니, 로마의 건축물이 유명하게 남아있는 곳들이 다 이 길 위에 있다. 어쩌면 이탈리아 내에선 뻔할 수도 있는 길을, 프랑스의 고속도로와도 연결이 되니, 10여년 전 처음 로마인 이야기를 읽을 때처럼 호기심 가득한 어린아이처럼 찾아보게 됐다.


우리는 로마인들의 흔적, 그 고속도로를 지나, Orange, 먹는 오렌지가 아니고 프로방스의 초입이 되는 도시부터, 아비뇽 등을 지나 숙소인 생레미에 도착했다. 무엇보다 따뜻한 남쪽의 날씨가 공기에서부터 느껴졌고, 풍경과 건축양식부터 달랐다. 건축 양식은 따로 다뤄보도록 한다.





다음날.

아내와 함께 현존하는 수도교 중 제일 보존 상태가 양호하다는 퐁뒤가르 (Pont du Gard)로 향했다. 거리는 숙소에서 40분 남짓, 다만 이곳은 엄연히 따지면 프로방스는 아니다.


수도교의 규모가 굉장히 웅장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수원이 산에 있고, 시내로 물을 조달하기 위해서 아주 적은 경사각으로 지을 필요가 있었고, 구조적 안정성을 위해 아치를 만들었던 것이다. 예전부터 생각했지만, 로마인들은 참으로 훌륭한 엔지니어였다. 10년전, 세고비아에서 첫 로마 수도교를 봤을 때와는 다른 시선으로 이 건축물을 생각해보게 된다.


의문이 생겨 이것저것 물어보다 보니, AI가 이런 이미지까지 만들어준다. 참으로 대단한 시대에 살고 있다. 출처: Chat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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