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프로방스 구석구석을 지나가는데, 내게 묻는다. ‘왜 프로방스나 시칠리아 남쪽 동네는 집 색깔이 아이보리색이고, 통으로 지어졌지?’ 나는 이에 ‘이곳에 나오는 돌이 다르기 때문이겠지,’라고 대답하고서도 확신이 가지 않았는데, 이는 어디선가 얼핏 본 것 같지만,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평소에 너무 아는 척을 많이 해서 그랬을까. 아내는 왜 이건 모르냐고 해서, 어떻게 다 아느냐고 되물었지만, 충분히 알 법한 일을 내가 모른 건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찾아봤다.
먼저 나의 추측은 맞다. 남부 유럽은 석회암/사암이 많은데 이는 해양퇴적 환경이 많았던 지층 영역이라는 사실과 북부/중부, 즉 독일 프랑스 북부는 회색/짙은 색 계열의 화강암 변성암 등이 많은 것이 지층 자체가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이 경계선이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여러 산맥이 될 테다. 인류의 역사를 기준으로 자연을 바라보다가, 인류가 출현하기 훨씬 전의 지층의 역사에 대해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땅에 관련된 박사인 아버지는 사실 내게 이런 이야기를 지나가면서 하긴 했을 텐데, 당시엔 그다지 관심이 없다 보니 기억에 남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결국 본인이 직접 찾아보기 전에는 기억에 남기기가 쉽지 않다. 마치 학창 시절에 아무리 수업을 많이 들어도, 본인이 복습하지 않고서야 기억에 남지 않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한편, 동네마다 건축 양식은 신비로운 돌의 차이 때문이기도 하고, 날씨의 영향 때문이기도 하다. 먼저 남부 유럽은 돌이 부드럽고 가공하기 쉬워서 ‘붙이는 건축’이 가능했고, 북부·중부 유럽은 돌이 단단해 잘 다듬기 어려워서 ‘쌓는 건축’이 발달했다. 또, 남부유럽의 석회암은 압축강도는 높지만 인장강도(휘어짐)는 낮기에 큰 덩어리로 쌓고, 하중을 수직으로 받는 구조에 유리하고, 화강암은 더 강하지만 다듬기 어렵고 무거우기에 작은 블록으로 나누어 쌓아야 하며, 구조적으로 벽돌·프레임 결합이 효율적일 테다.
이어서 날씨의 영향이라면, 남쪽은 태양·열을 피하고, 북쪽은 추위·습기를 막는 건축으로 발달했다. 예전에 다니던 독일 석사 과정 중에 건물의 에너지 소비 관련된 강의가 있었는데, 이 때 이런 이야기를 했던 게 얼핏 기억이 난다. 건물뿐만 아니라, 창문이 기후에 따라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들었었다.
사실 대학 강의보다도, 이런 정리는 챗지피티가 다 해주니, 지금 글을 쓰는 처지에서, 나의 이런 정보 전달이 그 어떤 의미가 있는가 싶으면서도, 이마저도 내가 질문하기 전에는 대답하지 않고, 질문에 따라 대답하는 퀄리티도 다르니, 이게 나의 쓸모가 아닌가 싶다.
전반적인 건축 양식을 살펴보다가 리옹, 낭시, 파리, 바르셀로나와 같은 대도시에 있는 화려한 건축 양식들은 이와 꼭 부합하지 않으니 이는 또 다른 카테고리로 묶어야할 필요가 있다. 이것저것 찾다보니, 끝이 없다. 사실 예전에 다 얼핏 보고 그다지 관심 없다고 치웠다가 지금 와서야 다시 찾아보게 된다. 다시금 생각하지만, 뭐든지 다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