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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독 바다청년 Dec 29. 2021

독일 도시 답사기: 칼스루에

여행. 칼스루에


살면서 해외여행이 쉬웠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군 생활 내내 모든 해외여행은 상부의 허가는 물론이고, 가기까지 행정적인 절차가 매우 까다로웠다. 더더욱이나 매번 취소될 수 있다는 압박감에 시달렸고, 실제로 한 번은 모든 여행을 계획했음에도 어마어마한 수수료를 물고 취소해야만 했다. 이런 이유에도, 어떻게든 기회가 닿으면 가려고 했던 건 그만큼이나 가치 있는 일이었을 테니까.


얼마 전, 이탈리아 친구가 긴 연휴에 본인의 집으로 초대했다. 괴테가 이태리 여행 갔다 와서 책도 썼던 게 생각나고, ‘인생 뭐 있어.’하며 로마행 항공편을 끊었다. 다만, 그동안 쓰라린 경험이 생각나서였을까. 이젠 그럴 일이 없겠거니 싶으면서도. 예약할 때 취소를 염두해 두고, 변경가능한 티켓으로 끊었다. 안타깝게도 초대한 친구가 코로나에 확진되고, 상황이 너무 안 좋다고 다른 날을 고려해보자고 했다. 불행 중 다행이랄까. 무튼, 몇 시간 그를 걱정하고 위로했는데, 막상 이 긴 연휴에 할 게 없어진 내 자신이 딱하게 느껴졌다. 정작 나도 위로받아야 할 상황이란 걸 꽤 나중에야 깨달았다.


이런 연유로, 잠을 설치고 기차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 오랜만에 기차를 탄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먼 타지에서 혼자라고 생각했건만, 걱정해주는 친구들도 있고, 다른 일정이 없으면 같이 놀러가자는 친구도 있다.

 

사실 모두들 떠난 이 도시에서 혼자 있으니, 고향 생각이 절로 났다. 학기 중엔 느낄 수 없었던 향수를 짧은 기간에 금세 느낀다. 그런 한편, 기차를 타고 움직이니 또 고향 생각을 뒤로 밀어놓게 된다. 어제 모든 게 엎어지고, 한국 항공편을 끊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는데 지금은 또 그런 마음이 사라진다. 사람은 간사하다.


벤츠의 고향인 슈투트가르트를 지나간다. 축구 경기장이 보인다. 이름도 메르세데즈 벤츠 경기장이다.


Karlsruhe. 유명 대학교 KIT가 있는 곳이다. 친한 독일 친구와 채팅을 하다가 지나간다고 하니, 기차 내려서 밥이라도 한 끼 하자고 한다. 한국에서도 흔치 않은 일임을 생각해본다.


당장 오늘 정책이 바뀌어서 3차 접종을 받지 않은 사람은 식당 출입도 음성 결과를 받아야지만 가능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3차 접종은 2차 접종 이후, 5개월 이후에나 가능했는데, 3개월로 바뀐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접종을 마치지 않은 사람은 돌아다니지 못하게 하는 이런 황당한 경우가 벌어지고 있다. 뭐 그래서 당장 급한대로 Rapid Test를 받았다. 날씨가 워낙 안 좋아서, 대단한 구경은 못 했지만, 시내와 주변의 유명하다는 성 주변을 슬쩍 둘러봤다.


또, 타야 될 기차 시간이 너무 촉박해 트램에 무임승차를 했는데, 이를 타기 전부터 걱정하더니 매 정거장마다 초조하게 검표원이 있는지 보는 걸 보고, 매우 독일인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도 내게 올바른 거 탄 거 맞냐고 묻는데 네가 독일인인지 내가 독일인인지 모르겠다고 놀려줬다.


그나저나 이 친구는 이태리 여행이 취소되고 뭐할거냐며, 오스트리아로 같이 스키타러 가자고 호의를 베푼다. 내게 이런 좋은 독일 친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행운인가 싶다. 정말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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