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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독 바다청년 Dec 30. 2021

독일 도시 답사기: 프라이부르크

프라이부르크

애증의 도시다. 대학 입학 과정에서 내게 처절하게 좌절감을 느끼게 했던 곳인 동시에, 지속가능성이라는 개념에 있어 세계에서 제일 선도적인 정책을 시행하는 탓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곳.


그동안 말로만 들었는데, 내가 지원했던 유사한 과정의 석사과정을 마치고,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친구의 남편에게 여러 이야기를 듣는다.


이 도시는 지속가능성이란 개념을 20년 넘게 도시의 주된 정책으로 시행하고 있는데, 도시 곳곳에 ‘Distributed, Renewable Energy’의 개념이 적용된 걸 직접 볼 수 있다. 예컨대, 구시가지 내부에 흐르는 하천의 물을 이용해 수력발전을 하고, 몇몇 건물은 주변 강물과의 온도차이를 이용한 지열냉난방을 적용한다. 제일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새로 지어진 시청 건물인데, 창문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 있다. 건물 내부의 전력뿐만 아니라, 남는 에너지를 다른 곳에 공급한다고 한다.


이는 그 당시 시장, Dieter Salomon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정치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또 개개인이 어떤 신념을 갖고 있을 때 불가능할 것만 같은 일들을 실행할 수 있는지 생각해본다. 모든 게 자본 위주로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이런 게 가능한 것만으로도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일례로, 독일 모든 전역에서 새로운 건물을 지을 때, 이 시청 건물을 벤치마킹한다고 한다. 참 많은 걸 느낀다.


대학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독일에서 제일 큰 연구재단인 프라운호퍼의 연구소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 중 하나인 ISE, 태양광 연구소가 이곳에 있다. 연구소와 500여년 역사를 지닌 이곳 대학의 컨소시움을 통해 지속가능성 관련된 학과가 처음 생겼다.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해당 연구소에서 일하는 게 일반적인 과정으로 보인다. 그또한 동일한 과정을 하고 있다.


이어서, 그는 뮌헨공대는 이미 엄청난 자본과 어마어마한 연구 협력 단체들이 있어 굳이 프라운호퍼 재단을 거치지 않더라도 크게 문제가 없을 거라고 하면서도 Straubing에 있는 것은 Stuttgart의 해당 연구분야 중에서도 일부분이 떨어져 나온 거라고 설명한다. 이 모든 게 내가 사는 곳의 캠퍼스 역사가 5년이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을 상기시켜준다.


또 주목할 만한 점은, 천하의 카이사르도 고전을 면치 못했던 Schwarzwald, ‘검은숲’이 바로 이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데, 당연하게도 이곳에서 흘러나오는 물은 청정수 그 자체다. 독일은 수돗물에 석회가 섞여 있어서 찌개를 끓이고 나면 흰색 얼룩이 남는다. 지우려고 해도 지워지지 않는다. 그는 이게 Kalk, 석회 때문이라며, 검은숲에서 나오는 물을 쓰는 이곳은 그런 문제가 전혀 없다고 한다. 물론 여기에서도 라인강 물을 끌어다 쓰는 곳과 검은숲에서 끌어다 쓰는 물의 퀄리티가 다르다고 한다.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산과 강, 아주 매력적이다.


어찌됐든 대도시에 오니 이것저것 구경할 거리도 많고, 먹을 것의 선택지가 다양하다. 그에 비례해 사람도 많고 정신도 없는 편이다. 한국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이젠 이 정도만 해도 현기증이 난다.


한편, 제일 유명하다는 양조장에서 맥주를 먹었는데 기대 이하다. 역시 맥주는 바이에른이 낫다. 내일 맛보게 될 Kölsch는 어떨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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