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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독 바다청년 Jan 01. 2022

독일 도시 답사기: 쾰른

쾰른

쾰른.

베를린, 함부르크, 뮌헨에 이어 네 번째로 큰 독일에서 흔치 않은 백만 인구의 도시. 로마의 군사기지로 2천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곳이자, 라인 강에 위치해 무역의 중심으로 중세, 르네상스 때까지 유럽에서 제일 큰 도시 중 하나였다. 수차례 프랑스에 의해 점령당했고, 19세기 초, 프로이센의 일부가 되었다. 대성당 바로 앞에 있는 다리의 이름이 ‘Hohenzollern’인 것은 이를 상징한다.


1차세계대전 이후, 베르사유 조약에 의해 연합군은 라인 지방에 주둔하며, 이 지역을 비무장지대로 삼는다(Occupation of the Rhineland). 프랑스는 독일을 지독히도 미워해 막대한 전쟁배상금을 요구하는 것은 물론이고, 라인란트의 영구 합병을 시도했다. 한편 당시 쾰른에는 영국군이 주둔했는데, 프랑스군에 비해 지역민에게 유들유들했다고 한다. 당시 시장이었던 콘라트 아데나워(서독 최초의 수상)는 외교적 수완을 발휘해 프랑스의 라인란트 합병을 막고, 전후 쾰른을 안정적으로 이끌며 정치적인 영향력을 키우게 된다. 곳곳에 그의 이름이 많은 걸 본다.


2차세계대전 후, 서독은 Bonn을 국가의 수도로, Nordrhine-Westfalen의 주도를 Düsseldorf로 삼았는데, 그 사이에 위치한 쾰른은, 샌드위치 효과로, 유럽 내 교통의 중심지이자, 거대 언론이 자리 잡으며 크게 팽창하였다. 쾰른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에 의해 구시가지의 대부분이 파괴되고, 모든 것이 새로 지어져서 그런지, 대성당을 제외하곤 한국의 대도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시내는 마치 명동 시내를 보는 것 같았는데, 이는 나의 흥미를 크게 반감시켰다. 거리엔 노숙자와 주정뱅이가 가득했다. 잘못 왔나 싶다가도 ‘원래 밤 10시 이후엔 어디나 다 이렇지.’하며 생각을 바로 한다. 내가 본 쾰른은 그래봐야 하루고, 중심가에 불과했으니.


아침에 역시나 먼저 성당을 보고, 라인 강변을 걷는데 한적함과 자유로움을 느낀다. 저 멀리 보이는 성당은 볼 때마다 기분이 좋다. 이것이 쾰른의 매력인가 싶다. 한편, 오늘이 12월 31일이라고 열려있는 박물관이 없다. 오늘도 새옹지마. 보상심리로, 한식당에 가서 거하게 먹었다. 김치전, 불고기를 혼자 다 먹고 나니 저녁까지 밥 생각이 안 난다.


오래된 역사와 현대의 분주함이 공존하는 도시. 이곳에서 올해의 마지막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간다. 기차는 이번에도 역시 연착이 되어 다음 기차로 환승을 못 할 뻔했다가, 극적으로 환승해 예정대로 돌아가게 되었다. 집에 돌아갈 때까지 완전히 안심할 순 없겠지만, 새해를 집에서 보낼 수 있게 될 것 같다. 독일이 이런 곳이다. 이럴 때면 한국의 KTX가 그립다. 열차가 워낙 많아서 그렇다는 변명을 염두에 둬본다.


어찌됐든, 다사다난하고 뜻깊었던 올 한해를 이렇게 마무리한다.

새해엔 다 좋은 일만 있게 해달라는 어리석은 소망은 하지 않는다. 매순간 좌충우돌하더라도,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모두들 건강하시길.


Guten Ruts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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