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
떠난 지 4달 정도 지났다. 한국 생각이 난다. 그래서 끄집어본다. 외국인들에게 밋밋한 독일 산과 대조되는 멋진 한국 산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도 든다. ‘노잼 도시’ 대전의 진산을 소개해본다.
“한반도 내에 있는 오방(五方) 중심 산악의 하나로 일찍부터 주목되어 백제가 공주에 도읍을 하면서부터는 중악으로 제사를 받기 시작하였으며 통일신라 이후에는 서악으로 중시되었고 조선 왕조 초창기에는 신도(新都)의 물망에 올라 터를 닦기까지 하였었다.”
“한양 서울이 도읍이 되자 이곳은 이후, 장차 정씨 8백년 왕조의 도읍이 되리라는 도참설과 함께 이를 믿으려는 사람들의 이상향이 되어 왔다.”
광주에 무등산, 대구에 팔공산, 서울에 북한산이 있다면 대전에는 계룡산이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 물론 행정구역상 대전은 아니지만 말이다.
수학여행으로 한라산 윗새오름을 올라간 것을 제외하고 산은 그저 아버지를 따라 계룡산을 오른 것이 다였다. 애초에 어떤 지식, 배경이 없던 터이기에 무엇이 멋있는지 안 멋있는지 구별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어릴 땐 요세미티나, 계룡산이나, 지리산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을테다.
그래서 내가 오른 산의 기준점이 되는 건 계룡산. 계룡산보다 멋있거나 허접하거나. 쉽거나 어렵거나. 그렇게 아버지와 계룡산을 오른 것도 2015년도가 마지막.
여러 가지 이유로 산을 다시 오르게 된 이후로, 다시 찾게 된 계룡산.
계룡산이 물론 국립공원인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나 멋진 산이었다니 새삼 느낀다.
지금도 현충원을 지나 공주로 가는 길 초입에 떡하니 보이는 계룡산의 웅장한 산세. 충남, 대전에 이와 같은 멋진 산세는 계룡산이 유일하다고 말할 수 있다.
계룡산 정상으로 가는 길엔 크게 세 가지 절을 통해 갈 수 있는데, 이는 동학사, 갑사, 신원사를 통한 길이다. 이 중 동학사가 도심지와 제일 가깝고 등산로도 무난해 사람들이 제일 많이 찾고, 갑사는 춘마곡추갑사라는 말이 있듯, 가을에 특히 북적인다.
다소 특이할 것 없는 등산로 초입을 지나 관음봉 ~ 삼불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경치는 아주 장관이다. 지금은 데크로 이어져 있지만, 어릴 땐 데크 없이 로프를 잡고 바위를 넘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사실 지릴 뻔했다. 안전한 게 좋은 것이겠거니 싶으면서도 바위를 타고 가는 스릴이 없어진 건 다소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지금도 집앞에 이런 명산이 있는 것이 감사한 일이자, 내게는 수많은 추억을 가진 우리의 명산이다.
가기 전에 친구와 같이 떠났다. 동학사 진입하기 전 샛길로 올라가 삼불봉, 능선을 거쳐 관음봉, 동학사로 내려와 계곡에 입수.
살이 타는 듯한 햇살과 푹푹 찌는 습기로 쉽진 않았지만, 다시 돌아보니 잘 다녀왔다는 생각이 든다.
매일 같이 해도 뜨지 않고 흐리멍텅한 하늘을 볼 때마다 맑고 청명한 한국의 날씨가 그립다. 그 싫던 찌는 듯한 더위조차도 그립다.
얼마 전 같이 간 친구는 결혼했다. 행복한 가정 꾸리기를 멀리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