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다양한 사람이 있더라
독일인들과 조금 친해지고 나니 여러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들은 왜 멀고도 먼 한국 청년이 이곳 바이에른 지방. 특히 이 소도시에 오게 됐는지 궁금해한다. 나는 그래서 이곳에 위치한 학교가 지속가능성의 분야에 있어 굉장히 좋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몇몇은 멋있다고 수긍하고, 몇몇은 ‘여기에 뮌헨공대가 있었어?’ 하는 반응을 보인다. 실제로 이곳에 캠퍼스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잘 모르는 사람도 있다. 우리에게 서울대학교가 다른 도시에 생기면 모를 수가 없는데, 여기선 그게 당연한 것이 아니니, 나로서는 참 당황스러울 만한 일이었다.
⠀
그 이유를 추측해본다면, 이곳에선 사실 모든 사람이 대학을 가길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말인즉슨, 꼭 대학을 가지 않더라도,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다는 뜻이다. 우리처럼 매 순간마다 등수를 매기고, 줄을 세우는 시스템이 아니다. 뭐, 우리도 바뀌고 있다. 꼭 좋은 대학 나왔다고, 성공이 보장되는 시대는 끝났다. 때때로, 대학 나오지 않은 게 도움이 될 때도 있다. 그들은 어쩌면 그런 과정을 이미 200여년 간 천천히 겪은 건 아니겠나 싶다.
⠀
또, 굳이 많고 많은 나라 중에 왜 독일이냐고 물어서, 독일이 기후변화에 있어서 제일 올바른 방향으로 실천하는 나라라고 생각해서라고 말했더니, ‘독일이 정말?’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나도 대답했다. “한국에선 그런 줄 알았는데, 여기 와보니까, 너희는 우리보다 고기도 훨씬 많이 먹고, 다 차 끌고 다니더라?” 그래. 역시나 사회의 대부분은 어디나 비슷하다.
⠀
물론, 우리보다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은 편이고, 이에 대한 공론화가 많이 이뤄지는 독일이지만, 대중들에게 제일 중요한 건 경제적인 문제다. 누군가는 저번 투표 때, 기후변화 등에 제일 앞장서서 대응하는 녹색당을 지지했지만, 결국 그들이 한 건 가스비를 올린 것밖에 없다며, 이번 선거 때는 중도 보수인 기민련(기독민주연합)에 투표했다고 얘기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세계 어디나 정치에 대한 실망은 있는 법이다. 남의 나라 이야기 같지 않고, 심지어 더 뼈저리게 느껴진다.
⠀
또, 한국의 청년이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고, 먼 곳 타지에 와서, 독일인들만 있는 축구팀에서 같이 축구를 하니, 신기해하는 사람도 있고, 몇몇 사람은 진짜 필요한 거 있으면 다 이야기하라며 도와주기까지 한다. 집을 못 구했다고 하니, 집도 알아봐준다고 한다. 참, 살다 보면 세상에 좋은 사람이 많구나 싶다.
⠀
다른 데는 몰라도, 축구팀에서만큼은 BTS보다 손흥민이 인기가 훨씬 좋다. 30년 전 윗세대에는 차범근이 인기가 좋을 테다. 물론, 바이에른 지방에서 뛰지 않아 해당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
또, 바이에른 사람이라고 모두 맥주를 좋아하는 건 아니더라. 끓인 물에 담가져 나오는 흰색 소시지를 그냥 꺼내서 먹으면 되는 줄 알았더니, 대부분의 바이에른 사람들은 껍질을 벗겨서 먹는다더라. 시범을 보여준 덕분에 껍질을 벗기고, 바이에른식으로 먹을 수 있게 됐다. 참 많은 걸 배운다.
⠀
결국, 문화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게 커먼 센스다. 오래 살고자 하니, 여행을 다닐 때처럼 그냥 간단하게 식사하고, 기차 타는 게 아니라 걱정했지만, 사실 생활하는 것. 즉, 집을 구하는 것, 관공서에 가는 것도 비슷하다. 한국에서 그렇게 수없이 집을 알아본 게 여기서 도움이 될 줄 누가 알았으랴. 역시 세상에 버릴 경험은 없고, 내가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많은 경험이 내게 도움을 준다.
독일맥주는 맛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