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세상을 안타깝게 떠난 이에게 그 자리에서 비난할 필요도 없지만, 과거를 미화할 것도 없지 않은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옆나라 정치인이 급작스레 운명을 달리 했다. 유럽 내 정치인들의 소셜미디어 포스트에 그에 대한 추모글이 올라오는 걸 볼 수 있다. 일본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을 알 수 있는 대목이랄까. 우리나라에서도 그에 대한 추모의 이야기가 있는데, 죽어서 마땅한 건 아니지만, 그가 존경할 만한 정치인, 최고의 리더라는 수식에 적지 않은 불편함을 느낀다. 개인으로서는 불행한 일이지만, 그가 그동안 했던 수많은 정책이 과연 그럴만한 성격이었는가.
한국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아베 정권은 상당히 논란이 될만한 정책을 많이 펼쳐왔다. 이는 비단 야스쿠니 신사 참배 논란, 일제 위안부/강제징용 문제 등을 넘어 미국을 등에 업고 아시아 내 패권을 갖기 위해 헌법 개정까지 불사하며 군비 증강을 하고, 동북아 긴장상태를 항상 고조시켰기 때문. 이는 부상하는 중국에 대항하기 위한 어쩌면 일본의 국익을 위한 행동이었을지는 모르지만, 전후 프랑스와 독일이 화해와 협력함으로써 유럽연합의 기초를 만들었던 것과는 참으로 상반되는 행보이다. 그의 이런 정책 덕분에 한반도의 긴장상태 및 한중일 간의 협력도 점점 멀어졌다고 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어쩌면 실제로 길고 길었던 아베정권 당시 그의 정부가 전향적인 모습을 보였다면, 지금의 동아시아의 국제정세도 많이 달라질 수 있지 않았을까. 이는 아베 혼자만의 잘못도 아니고, 그도 시스템에서의 하나의 인물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그가 지금의 신냉전 체제에 큰 책임을 지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몰지각한 특정 정치 세력은 이러면서도 북한이 미우니까 오히려 잘 됐다며 한미일 동맹을 외칠지도 모를 일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다면 일본 내부의 사정을 볼까. 2012년부터 무제한적 양적완화와 정부지출, 구조개혁이라는 큰 축을 삼고 진행된 아베노믹스. 실제로 초창기엔 주가상승, 경제성장률과 취업률도 개선되었지만, 부채가 GDP의 2배를 훌쩍 넘어간데다가, 성장률 또한 정체된 상황에서 금리가 다시 오르고 있는 이순간. 일본 경제의 출구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일본의 미래는 더 어둡다고 할 수밖에. 실제로 독일에 오고 일본 유학생을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지만, 그들은 어떠한 미래를 그리고 있는지 참으로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이런 정치가에게 안타깝게 죽었다는 이유만으로 존경할만하고 훌륭한 리더라고 이야기하는 게 맞는 건지 잘 모르겠다. 물론 악인도 죽어서는 영웅이 되는 게 인간사라지만, 어쩌면 이런 그의 극적인 죽음이 오히려 떨어지던 자민당의 인기에 불을 지피는 요인이 되고 일본의 정치, 한일관계를 더욱 어둡게 만드는 요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나저나 사실 집권 전까지만 하더라도 아베가 지한파였으며, 한국계 도래인 후손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뭐 유대인 학살에 가담한 나치의 핵심 인물도 집안에서는 참으로 훌륭한 아버지이자 남편인 사례도 있지 않은가. 정치가 사람을 괴물로 만드는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