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세계: Salzburg, Berchtesgaden
Salzburg: Wo sich Wasser, Salz, und die Alpen Kreuzen.
물과 소금, 알프스가 만나는 곳.
사운드 오브 뮤직, 모짜르트로 유명한 잘츠부르크. 오래 전부터 한번쯤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쪽 동네에 살 일이 한 달정도 밖에 남지 않아 즉흥적으로 떠났다.
이곳도 여타 유럽의 도시들처럼 로마 때 만들어졌으나, 그 흔적은 거의 남아있지 않고, 실질적으로는 Worms 출신의 수도사가 이 도시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 이후에도 18세기에 들어서야 정교분리가 되어 다른 어느 곳보다도 가톨릭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다고나 할까. 또, 도시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중세 때, 소금을 생산해 꽤 많은 부를 축적했다. 소금을 백금이라고 할 정도로, 소금이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 생각하게끔 한다. 그리고 이곳에 흐르는 강이 Donau, 이태리와도 연결되어 유럽 전역에 소금을 팔 수 있었다.
그나저나 독일 친구들이 볼 땐 어떨지 모르겠지만, 모든 부분에서 독일의 상위 호환이다. 너무나도 아름답고 세련됐다. 유일하게, 맥주는 바이에른의 것이 낫지만.
그동안 유럽의 도시를 다니며 대부분 땅이 평평한지라, 서울 말고는 배산임수의 명당은 없다고 생각했거늘, 이곳 또한 깎아질 듯한 기암괴석과 아름다운 강이 흐르고 있다. 아마 도선이 있었다면 이곳에 도읍을 정했을 거다. 우리로 따지면, 성당 자리에 궁궐을 짓고 사대문을 만들지 않았겠는가. 흥미로운 점은 성당의 정면이 산, 강과 일직선이 아니라는 점. 그들의 미적 감각과 우리 선조들의 그것은 달랐지, 싶다.
산 위에 있는 성은 이 도시의 통치자가 바이에른 영주들과의 전쟁을 대비해 만들었다고 하는데, 올라가 보니 성안에서도 꽤 오랜 기간 자급자족할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반지의 제왕의 미나스티리스 같은 느낌이랄까. 또, 저 멀리 알프스가 보이는 것이 북악산에 오르면 북한산과 도봉산이 보이는 것 같다. 서울만큼 산과 강까지의 거리가 먼 것은 아니어서, 도읍으로는 다소 작을 수도 있지만, 풍수지리학적으로는 참 훌륭한 곳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알프스로 직접 가본다. 케이블카로 손쉽게 해발 2000m 가까이 올라간다. 도심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멋진 산이 있는 것이 참 경이롭다. 언젠가 이 알프스 트래킹을 할 날이 오지 않겠는가. 오스트리아와 멀어지니, 스위스 알프스 주변에서 할 것 같다.
Berchtesgaden
히틀러의 별장이 있었던 곳. 히틀러는 1923년, 이곳, Obersalzberg 지역을 여행하다가 이곳이 참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1933년. 권력을 잡은 이후, 본인의 별장 및 여러 정부 기관을 이곳에 만들게 된다. 제3제국, 나치가 패망할 땔 즈음 이곳은 연합군에 의해 폭격을 받게 되는데, 이후 연합군의 지상군에는 저항하지 않고 항복하여, 그 이후부터 미군이 관리하게 된다. 1952년, 이 지역의 행정권을 다시 얻게 된 바이에른 정부는 폐허가 된 히틀러와 괴링의 별장은 물론, 수많은 이 지역의 남아있는 나치의 흔적을 모두 완전히 파괴한다. 그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곳은 Kehlsteinhaus. 영어로는 Eagle's Nest, 즉 독수리 둥지다. 해발 2000m에 육박하는 알프스의 산에 거대한 터널을 다섯 개나 뚫어 만들었는데, 나치는 이런 엄청난 공사를 통해 본인들의 기술력, 권력을 과시하고 싶었다고 한다.
이 역사적인 공간에 한번 가보고 싶어 버스를 기다려 타고 산 위로 올라가서, 두 번째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데, 그 줄이 어마어마하다. 마치 로마나 파리에 온 듯하다. 9유로 티켓 때문에 독일 사람들이 다 여행하나 보다 싶으면서도, 곳곳에서 들려오는 미국 억양을 들으니, 여행자가 많구나 싶다. 제일 빠른 버스는 이미 못 타게 됐고, 한 시간 반 이후의 것이나 탈 수 있는 상황이 되니 이렇게까지 하면서 그곳에 가는 게 의미가 있냐는 생각이 들고, 이 아름다운 자연에 탐욕스러운 인간이 만든 건축물보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즐기자며, 경로를 틀어 Königssee를 가기로 했다.
Band of Brothers에서 윈터스와 Easy company가 이곳에 도착했고, 그 중에 찾은 호수가 이곳이 아니겠냐는 생각도 해봤다. 그러면서 생각해보기를, 노르망디 상륙작전부터 1년 정도를 생사를 오가는 전장에서 많은 전우를 잃고, 결국은 전쟁이 끝나 도착한 종착지라고 생각하니 꽤 큰 감동이 밀려온다. 그들이 이 호수에 도착했을 때는 어떠한 기분이었을까.
이곳은 정말 초현실적으로 아름답다. 마치 신선 세계에 와있는 듯했다. 독일이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었나 하는 생각도 해봤다. 그렇게 아름다운 곳에 오니, 1년간 생사를 오가던 이들이 나사가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도 이해가 된다. 여행의 시작부터 우여곡절 끝에 이곳에 오게 된 것만으로도 그들의 여정만큼은 아니었지만 많은 것에 감사함을 느끼기도 했다. 뒤에 있는 산 중 하나가 독일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이다. 히틀러가 그토록 이 산을 좋아했다고.
절대 그를 옹호하지는 않지만, 히틀러가 왜 이곳을 그렇게까지 좋아했는지도 생각해볼 수 있었다. 나도 좋았는데, 본인 고향 가까운 곳에 이런 아름다운 곳이 있으니, 본인으로선 힘이 생겼을 때 이곳에 무언가를 짓고 싶지 않았겠는가. 그러면서도 그의 탐욕스러움의 끝에 남은 건 파멸뿐이었고, 그 많은 건물 중 하나만 남았을 뿐인데, 그런 한편 자연은 지금도 그 자리에 변함없이 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훌륭한 여행이었다. 혼자 여행했을 때 참 많은 걸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끔은 친구가 생각나기도 하지만.
빈털터리가 되었으니 다시 시골에서의 일상을 보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