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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제일 아름다운 곳.

Neuschwanstein. Füssen

by 송다니엘



퍼즐 맞추던 소싯적을 떠올려본다. 영화 시작 전에 나오는 디즈니의 성이 이 성이라는 것을 퍼즐을 맞추며 처음 알게 됐다. 독일에 이런 성이 있구나. 내가 이 성을 갈 일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어렴풋이 했던 것 같다.


꿈은 이루어진다? 사실 그렇게 꿈을 꾸진 않았다. 인간이 만든 건축물에 그렇게 크게 감탄한 적도 많이 없으니. 성이 비현실적으로 멋진 것도 맞는데 그보다는 주변의 모든 자연이 비현실적으로 아름답다. 감히 독일 내 제일 아름다운 곳이라고 평해본다. 히틀러가 Berchtesgaden을 본인의 아지트로 만들려고 했던 것도 그보다 백년 가까이 앞서 미친 공사를 벌였던 그를 모티브로 삼은 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잠시 들었다.


최초 여행의 목적지는 독일의 피렌체라고 불리는 드레스덴. 피렌체까지는 몰라도 워낙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그보다도 근교에 있는 작센스위스로의 등산을 가려 했기에 두고두고 별렀다. 독일에 오고 등산을 한 게 작년 10월 중순이니 등산에 굶주렸다는 표현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숙소 예약까지 해놓은 상황에서 구체적 동선을 위해 웹사이트를 보는데 탐방로가 모두 통제되었다는 안내문을 접했다. 사유는 산불 때문. 국립 공원에 산불이 날 정도였으니, 뉴스에도 나왔을 법한데, 역시 독일 뉴스를 안 보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구나 싶다. 이 계기로 독일 뉴스를 봐야겠다고 생각해본다. 그래도 운이 좋았다. 출발 전날에 알게 되었으니.


모든 계획이 수포가 되었다는 생각에 망연자실하고 있는데, 이대로 이 기간을 보내기엔 너무 아쉬워 뮌헨 남쪽 알프스로 눈을 돌려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독일 최고봉 Zugspitze 주변을 알아보는데, 케이블카 가격이 사악하다. 왕복 60유로. 마땅한 숙소도 거의 없는 편. 이로 인해 디즈니 성으로도 유명한 Neuschwanstein, Füssen을 가기로 한다. 잘은 몰라도 여기도 알프스이니 괜찮은 등산로가 있으리라 생각하고, 인터넷을 뒤져 평점이 높은 등산로를 찾았다. 최근에 졸업해 시간이 널널한 친구에게 가고 싶냐고 물어보니, 흔쾌히 가겠다고 한다. 그렇게 급조하여 여행을 계획했다.


아침부터 뮌헨의 친구 집에서 차를 끌고 퓌센으로 향한다. 흐린 것이 날씨가 썩 훌륭하진 않다. 산 정상에 올라가면 곰탕일 것 같은 기분이랄까. 도착해 호수에서부터 등산을 시작한다. 얼마 만의 등산인가.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 하나의 봉우리에 도착한다. Neuschwanstein 성을 만든 Ludwig 2세가 이곳에도 그런 성을 만들려고 했었다가 죽어버려서 못 만들었단다. 살면서 산 위에 성을 두 개씩이나 만들고도 만족이 안 돼서 하나를 더 만들려고 했다니. 끝없는 인간의 욕심에 혀를 찬다.


바위산의 능선을 오르락내리락하니 한국에서 한창 산 다니던 생각이 떠오른다. 그때도 참 좋았는데. 지금 지구 반대편에서 산 타고 다닐 거라고 그땐 상상조차 못 했었지.


혼자 왔다면 길도 많이 헤맸을 텐데 친구 덕에 제법 수월하게 잘 찾아왔다. 독일산만의 몇 가지 신호도 알 수 있게 된다. 길을 알려주는 신호, 우리로 따지면 산악회 리본이 여긴 오스트리아 국기처럼 빨간색 흰색 빨간색, 나무에 표시되어 있다. 그 길이 맞는 등산로다. 중간중간 울타리 혹은 철조망이 있는데 이는 소나 말이 우리를 못 벗어나게 하려는 것이라고. 산 위에 딸랑거리는 소의 종소리를 들으니, 이곳이 알프스구나 싶은 생각을 하게끔 한다. 특별한 경험이다.


산 반대편은 오스트리아다. 한 고개에는 국경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그렇게 다시 내려오기로 한다. 호수에 발을 담그고 10분 정도 있었나. 참 좋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무 생각 없이 가다가 반대편으로 향하게 됐다. 호수를 향하는 표지판만 보고 가니 반대편으로 간 셈. 그런 이유로 30분 정도 더 걷게 됐고, 그렇게 20키로를 걸었지만 그마저도 지금 생각하면 좋은 일이다. 그 때문에 지금 무릎이 아픈지도.


다음날도 관광보다는 등산에 가깝게 다녔다. 성 입장을 위한 줄도 설 수 있었는데, 그 줄을 기다리는 시간만큼 성 안을 보는 게 가치 있는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잘한 일이다.

이틀 동안 꽤 긴 등산을 하다 보니 삭신이 쑤신다. 산을 오르내리고 마침내 아름다운 호수에 이르러 성을 보며 수영을 했던 건 기억에 남을 듯하다. 에메랄드빛. 너무나도 깨끗한 물이었다. 독일에도 신선이 산다면 이 주변에 살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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