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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독 바다청년 Aug 09. 2022

나는 마늘 냄새가 날까?

인종차별과 편견


독일에서 뛰고 있는 축구 국가대표 이재성 선수의 축구일기를 빠짐없이 읽는 편이다. 사실 박지성 은퇴 이후, 손흥민 이외에 크게 국가대표 선수에 관심을 두지 않았었는데, 이곳에 살다 보니 자연스레 독일에서 뛰는 우리 선수들이 궁금하고, 아무래도 같은 나라다 보니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다.


마늘 냄새. 삼겹살 먹은 다음 날 훈련하던 도중 동료가 마늘 냄새난다고 하여 이단 옆차기를 날렸다는 박찬호부터, 뭐 많은 일화가 있다. 유학생 커뮤니티 등에도 심심찮게 등장하는 주제이기도. 나 또한 마늘 냄새의 진위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도대체 무엇이 진실일까.


이제는 정말 친해졌다고 자부할 수 있는 유럽인들에게 수차례 물어봤다. 괜찮으니까 말해보라고. 나한테 마늘 냄새 나냐고. 몇 번이나 물어봤지만 아니라고 한다. 예의를 갖추려고 한 말은 아니다. 다만 네가 음식하면 통로에 한국 음식 냄새가 가득찬다고는 한다. 내 몸으로부터는 아니고. 이후로, 사람에 따라 다를 수는 있고, 냄새가 아예 안 난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마늘 냄새난다는 것 자체가 인종차별이라는 생각을 어느 순간부터 하게 됐다.


사실 나는 이곳에서도 한식을 자주 먹는 편이다. 저번 학기보다는 물론 적지만, 마늘은 거의 모든 요리에 들어가는 편. 뭐 우리만 마늘 많이 먹는다고 생각하지만, 세계 대부분 음식에 마늘은 들어간다. 이태리, 멕시코 대륙을 가리지 않고. 독일인들이 마늘을 안 먹는다고? 그것도 틀린 말이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엄연히 독일 마트에 마늘을 많이 팔고, 독일인들도 꽤 많이 먹는다. 물론 우리만큼은 많이 안 먹지만.


이재성 선수의 칼럼을 보니 공감되는 부분이 많다. 잘 몰라서 하는 이야기도 있고, 가끔은 ‘이 새끼가 나를 엿 먹이려고 말하는 건가?’ 싶을 때도 있다. 또 길 가다가 괜히 시비를 걸거나 불쾌한 경험도 여럿 있다. 너무나도 불쾌한 경험들이고, 보통은 반응을 잘 하지 않는 편이다. 내게 시비를 거는 이들에게 다 상대할 만큼 마음의 여유가 있는 건 아니라서리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한편, 이미 성인이 된 나는 그래도 이를 어떤 방향으로 해결하는데 나보다 훨씬 어린 친구들, 특히 학창 시절을 이곳에 보내는 사람들은 참 어렵겠다고 생각해본다. 물론 한국에서도 학창 시절 학교폭력부터 왕따, 뭐 문제가 적지 않았다. 학교 가기 싫다고 생각할 때도 꽤 있었으니. 한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생각하면 이곳에서 어릴 적부터 사는 게 더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선뜻 그게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같은 언어를 쓰고 비슷한 생김새를 한 이들끼리 사는 게 더 편하지 않겠냐는 생각이다.


여러 가지의 많은 세상의 많은 문제처럼, 이도 시간이 지나면서 나아질지도 모른다. 그런 한편 그보다도 잘 변하지 않을 것 같다는 다소 비관적인 생각을 덧붙인다. 총기 사건이 훨씬 덜한 유럽이 미국 사회보다 안전한 것 같으면서도 일상에서의 차별과 편견은 이곳에서 훨씬 더 많지 않은가 싶은 생각을 다시금 해본다. 슬픈 일이다. 이방인으로 산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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