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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독 바다청년 Jul 19. 2022

에피소드, 그리고 행운

인생사 새옹지마

잘츠부르크를 가겠다고 마음 먹은 뒤, 내가 사는 이곳에서 뮌헨, 잘츠부르크에서 뮌헨까지의 기차 또한 자주 다니니 어렵지 않게 가겠지 싶었는데 웬걸. 뮌헨행 기차가 거의 모두 최소됐다. 사유는 특정 구간 노선이 공사 중인 .


어찌어찌하여, 문제의 공사 구간까지 운행하는 기차를  다음에 그곳에서 기차 대체로 연결해주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버스는 함흥차사. 9유로 티켓의 여파로 가뜩이나 사람은 많은데 버스는 오지 않고, 사람들은 택시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20~30분쯤 지났을까.  택시가 공짜고, 문제의 구간, Landshut까지 가는 연결편이란  사람들이 알고  다음부터는  택시를 타기 위해 모든 사람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같은  애초에 찾아볼  없고 택시가 서는 자리마다 사람들은 뛰어갔다.  꼴이 볼썽사나워서 가만히 있었는데, 이러다간 오늘 안에  가겠다는 위기의식이 들어서 나도  대열에 합류했다. 그래도 조금은 나태하게 행동했는데, 어김없이 새치기를 당했다.  우여곡절 , 택시를 탔고, 40여분 늦게 대형버스도 왔다. 어찌됐든 그렇게 사람들은 그곳에서 Landshut까지 갔다. 도착한 그곳 상황도 마찬가지. 반대편으로 오고 싶은 사람도 발이 묶였다.


택시가 20여분을 달려 도착하니, 원래 타려던 기차편은 역시 지나갔고, 다음 기차를 타면 뮌헨에서 잘츠부르크를 가는거고, 다른 기차는 잘츠부르크 직행인데 4~50분 여유가 있어 이왕 이렇게 된 거 이곳 시내를 보기로 한다. 최악인 점은 기차역에서 시내까지 거리가 걸어서 20여분. 기차역은 왜 이렇게 외딴곳에 지었는지.

그래도  것도 없으니 가보기로 한다. 가면서 보니. 내가 사는 곳보다는 훨씬 크다는 느낌을 받는다. 가는 길에 수력 발전 수업을 했던 교수의 회사도 지나가 본다. 뮌헨에도 흐른 Isar강이 이곳에도 흐르니, 도시 주변에 수력발전소가 있음을 짐작해본다. 오는 길에는 원자력발전소도 봤으니 나로선  괜찮은 현장체험 학습이랄까. 1GW급의 발전소인데 지금까지 돌아가고 있다. 독일은 원래 올해까지 모든 원자력발전소를 폐쇄하기로 했는데,   앞을 내다볼  없는 유럽의 에너지 상황 때문에 이게 번복될 수도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어느 쪽이든 쉽지 않은  사실이다.

시내를 둘러본 건 10분 남짓. 바이에른 도시를 이미 여러 곳 둘러봐서 큰 감흥은 없을 수도 있지만, 괜찮은 느낌을 받았다. 규모가 제법 컸다. 강가에 있는 식당에서 맥주 한잔 할 수 있는 여유도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든다.


가끔 인생에는 이런 오솔길도 좋은 영감을 주곤 한다. 오랜만에 떠나니 많은 곡절이 있기도 하지만, 이런 곡절마저도 흥미롭다. 고속열차 대신 우리로 따지면 무궁화와 같은 급의 열차를 타고 가니 느린 것도 느린 거지만 거치대도 없어 불편함이 이만저만 아니지만, 느린 속도로 바깥을 바라보는 것도 정겹다.


그나저나 독일의 교통 시스템은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싶은 생각이 매번 든다. 자랑스런 우리 조국과 너무나도 비교되는 모습인지라, 내가 상상했던 독일과는 너무 달라서 매번 놀라울 따름이다. 한국만큼 모든 게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나라도 찾기 어렵다. 대한민국 만세.



 번째.

EU는 쉥겐조약으로 여권 없이 다녀도 된다고 그동안 생각했거늘, 외국인은 여권이 꼭 있어야 한단다. 이는 사실 독일 국내를 돌아다닐 때도 해당하는 말이라고. 어찌됐든 원래 챙기려던 여권을 독일 국내 돌아다닌다고 생각하고 기차를 탔다가, 여권이 없다는 사실을 기차 안에서 깨닫고, 오스트리아 국경에 가까워질수록 긴장하기 시작했다. 운 좋게도 갈 때는 border control이 없었다.


이는 사실 다음날 히틀러의 별장이 있었던 Berchtesgaden을 갈 때도 걱정을 하게 만들었다. 그런 이유로, 인터넷을 열심히 찾았는데, 그 어느 곳에도 버스 내에서 여권검사 한다는 걸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가기로 했다. 그렇게 오스트리아 독일을 왔다갔다 두번, 역시 여권검사는 없었다. 운이 좋았다.


여행을 마치고 뮌헨으로 돌아가는 기차. 국경도시를 도착하려는데 신분증을 준비하라는 안내 방송이 나온다. 그리고 이윽고 독일 경찰들이 들어와서 신분증을 요구한다. 잠깐 화장실에 숨어있을까도 고민했는데, 일이 더 커질 수도 있으니 그냥 앉아서 침착한 척 기다렸다. 신분증을 요구하니, 거주허가증을 보여줬는데 유심히 살펴보더니 고맙다고 하고 갔다. 사실 이 거주허가증은 여권과 함께 소지하는 것이 원칙인데, 몇몇 유학생들은 이 때문에 벌금을 받는 등 불이익을 겪는 경우가 꽤 있다고 하니, 걱정했는데 역시나 이번에도 운이 좋았다. 이런 가슴 졸이는 일을 하고 싶지 않으면, 다음부터는 여권을 꼭 챙겨야겠다고 생각해본다.



마지막 여행.

독일 기차답게 역시나 30분 정도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도착하고, 짐을 코인라커에 넣고 움직이려는데 빈 라커가 없었다. 고민하다가 결국 빈 락카를 찾고, 부랴부랴 공연장으로 향했다. 사흘째 이렇게 서두르는 내가 싫었지만 별수 있는가. 항상 시간 여유 있게 출발했다고 생각했거늘, 기차 때문에 항상 문제가 생긴다. 공연장에 도착하니 사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뭐 그래도 제시간에 도착했으니 좋은 일이다.

공연은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라고 학교 측에서 계획한 건데, 코로나 때문에 2년이나 늦춰진 지금에야 하게 됐다고 한다. 아마추어 연주자들에 지휘자와 피아노는 프로페셔널이다. 확실히 처음에 피아노협주곡을 하는데, 프로는 다르긴 달랐다.  


대부분 뮌헨 캠퍼스에 있는 학생, 교수,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이 참석한 것 같았다. 또, 학교에서 하는 거라 학교 총장이 마이크를 잡았는데 15~20분가량 일장 연설을 하니 지루해서 졸았다. 그가 하는 이야기가 왜 그렇게 정치적으로 느껴졌는지. 학계도 똑같다는 것을 혼자 생각해봤다. 음악회인데 그런 행사 비스무리하게 섞여서 진행하는 게 심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지만.


옆에 있는 독일인 아저씨는 아마 교수님인 것 같았는데, 혼자 왔냐며 먼저 말을 건다. 짧은 독일어로 Ja, Ja밖에 하지 않았는데, 마지막 베토벤 운명 교향곡이 끝나고 함께 박수치며 좋지 않았냐고 물어, Sehr Schön이라고 답했다.


베토벤 음악을 오랜만에 들으니 그동안 들었던 팝송보다도 좋게 느껴진다. 그리고 생각해보기를, 이곳에 오고 처음 음악회에 왔는데,  색다르고 좋은 경험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프라이부르크를 가면 그곳에 Philharmonie 없어도 주변의 어딘가에 가서 문화생활을 즐길  있지 않을까. 혹은 그런 의지를 갖춰보려고 생각해본다. 오늘 음악으로 내가 얼마나 감동하였는지 생각해본다면,  정도의 가치는 있다는 생각이 든다. Bonn 가서 베토벤 박물관도 가봐야지.


너무 많은  알게 되고,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다 욕심이 너무 많이 생겨 초조해지는 것도 느꼈다. 어쩌면 아무것도 모를  유럽을 처음 왔을 ,  보려고 하지 않았나 싶으면서도 그때도 병적으로 많이 보려고 했던  기억해본다. 이건 알고 모르고의 차이를 떠나  성격이고 아마 변하지 않을 듯하다. 그럼에도 너무 좋은 여행을 했다. 제일 인상 깊은 여행 중의 하나였다. 참으로 운이 좋았고 감사한 일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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