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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독 바다청년 May 24. 2022

친구의 소중함

감사한 일

감사한 일들


가끔은 혼자 있어야 사색을 하고, 집중해서 무언가를 할 수 있다. 그래서 때때로 혼자 모든 일을 해낼 수 있을 거란 착각을 한다. 하지만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정말 제한적이다.


지난 금요일. 친구들과 근교 호수로 놀러갔다. 많은 이들이 금요일에 수업이 없는지라, 금요일도 휴일처럼 보내고 있다.


호수까지의 거리는 10km 내외로, 자전거를 타고 갔다. 30분 정도 가니, 이 도시 혹은 바이에른 주에서 관리하는 호수가 나온다. 가볍게 공놀이와 물놀이를 하다가, 나와 독일인 세 명만이  수상스키를 하러 갔다. 다른 친구들은 해본 적도 없거니와 25유로가 부담된다고 선뜻 내키지 않아 했다. 나 또한, 내 주머니 사정 때문에 걱정을 했지만, 이번 아니면 언제 해보겠냐는 생각에 해보기로 했다.


이곳에선 우리나라처럼 배가 끌고 가는 게 아니라, 스키 리프트처럼 주기적으로 도는 리프트의 줄을 잡고 타는 개념이다. 오랜만에 타니 쉽지 않다. 물에 고꾸라지길 두세 번 하니, 적응이 된다. 그나저나 이게 운동량이 상당하다. 팔, 다리 온몸이 다 쑤신다.


그러고 생각하기를, 독일인들은 모든 운동을 곧잘 하는 편이다. 심지어 여성들도 잘한다. 그 친구들은 보드를 타고 묘기를 부리고 난리도 아니었다. 예전에 한국인 친구와 이야기하기를, 본인도 나름대로 한국에서 여러 운동도 경험해서 웬만한 건 할 줄 안다고 생각했는데, 유럽인들이 훨씬 더 다양한 운동을 한다고 느낄 때면, 그 격차가 느껴지고, 자존심이 상할 때가 있었다고. 나도 일례로 스키장에서부터, 그들이 여러 운동을 하는 걸 보면, 그런 감정을 느낄 때가 있었다. 유난히 독일인들을 볼때마다 더 그런 느낌을 받는다. 국민소득이 높을수록 다양한 취미 생활이 생긴다는 걸 실감하는 순간이다.


한편, 독일인 친구는 웨이크보드를 타다가 애플워치를 잃어버렸다. 찾겠다고 호수를 뒤졌지만, 녹조로 물이 뿌연 탓에 이는 거의 불가능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이번엔 내 자전거가 말썽을 부렸다. 막막해서 어쩌지 싶었는데 자전거에 발을 올려놓고, 한 손으로 이태리 친구 팔을 잡고 시내까지 왔다. 무동력으로 이게 가능할까 싶었는데, 가능했다.


없는 살림에 자전거가 말썽인지라 우울해 있던 와중, 친구처럼 애플워치 안 잃어버린 게 어디냐 하면서 위로했다. 그러곤 시계 잃어버린 친구를 놀린 게 마음에 걸려, 사과의 문자를 보내며, 내가 널 놀려서 업보로 자전거가 고장났나보다 하니, 친구끼리 다 하는 농담이었다며 걱정 말라고 한다.


여러모로 마음씨가 참 좋은 친구들이다.


그나저나 그동안 남아있던 비상금도 소진된 지라, 주식을 팔아야 되나 봤는데, 수익률이 형편없어, 고민고민하다가 아버지께 전화를 걸었다. 필요할 때만 전화를 거는 것 같아 죄송하다고 돈 떨어졌다고 이야기하니 놀 것 다 놀고, 비싼 옷 사입고 돈 떨어졌냐며 놀린다. 아버지는 배고플 때도 필요하다며, 아직 내가 덜 배고픈 것 같다고 한다.


생도 때는 가끔씩 손 벌리는 게 그렇게 죄스럽지 않았는데, 이번만큼은 죄스럽게 느껴졌다. 아빠가 된 내 친구들을 생각하니 더 그렇다.


한국을 떠날 땐 내가 투자해놓은 것이 이런 어려움을 덜어줄 거라 기대했는데, 아무래도 나는 마이너스의 손이 분명하다. 1년 넘게, 2년 가까이 오히려 날이 갈수록 손해만 보니 참 안타까운 노릇이다.


이런 생각을 하니,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 든다. 열심히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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