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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독 바다청년 Aug 09. 2022

독일 사회. 과연 바람직한가?

독일의 문제점


독일에서의 두 학기가 마무리됐다. 내겐 참으로 큰 변화였고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 첫 학기만 하더라도 현실 세계에서는 그나마 이상적인 사회에 가깝다고 생각했던 독일에 오랜 기간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하다가 최근에는, 그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독일. 좋은 나라다. 한 주를 제외하고는 학비가 없고,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보장하는 일자리, 안정된 사회와 정치 시스템. 더불어 물가도 저렴한 편. 유럽의 리더로서 정치인은 친환경 정책을 펼치고, 사람들도 상대적으로 자연 친화적이고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이들이 대부분. 이게 전반적인 독일의 총평이다. 그렇다면 그 이면에는 무엇이 있는가.


동향 형님과 뮌헨 시내에서 독일의 시스템, 독일인들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일단 형은 현실적인 이야기를 한다. 독일에 머물렀을 때, 외국인으로서 성공할 수 있는 한계가 매우 명확하다며. 나는 미국은 다르냐고 물으니, 확연히 다르다고 한다. 일례로, BMW 임원이 본인 연구실에 자주 오는데, 그 임원 모두 독일 남성이었다고. 이것만으로도 독일이 얼마나 경직된 사회구조인지 알 수 있지 않은가.


또, 독일 최고의 대학이라는 타이틀이 있는 이곳의 수준이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점. 사실 이들의 자질보다도 더 큰 문제점은 이들이 별로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형이 느꼈을 땐, 본인이 본 미국의 대학원생은 본인들이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하기에 그 부족한 점을 메꾸기 위해 더 노력하는데, 여긴 본인들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 똑똑해서 잘났다고 생각하고 노력하지 않는다는 거다. 형의 이야기 중 하나가 잘해도 BMW 가고 못해도 BMW 가니 뭔가를 더 하려는 동기부여가 부족하다는 게 느껴진다는 거다.


이 두 가지 이야기를 통해 이 경직된 사회, 인재가 더 성장하지 않는 사회라는 게 이 사회를 갉아먹는 요인이라는 하나의 결론을 내렸다. 이런 점에서 본인은 독일, 그리고 유럽이 다시 세계의 중심이 되기보다는 이미 병들었고 다시는 패권을 갖지 못할 것이고, 반면 미국은 인재를 받아들이고 그 인재가 주류 사회에서 활약할 수 있다는 점, 그 점이 본인은 이곳과 미국의 차이라고 느낀다는 거다.


아버지가 예전에 미국의 한 명문대학이 더는 일류 대학이 아닌 이유에 관해 설명했던 게 기억난다. 25년 전에 봤을 때도 대학 구조가 폐쇄적이고 혁신이 없었다고. 그런 점에서 이곳뿐만 아니라, 독일이라는 사회, 그리고 유럽이 그런 건 아닌가 조심스럽게 생각하며, 유럽의 장래는 어쩌면 더욱 어두운 건 아닌가.


그런 이야기를 하다가도 우리가 본 유럽, 독일의 모습이 바이에른에 국한되었으니 속단할 수 없는 것 아니겠냐며, 나는 앞으로 다른 독일의 모습을 볼 것이고, 또 이런 관점에서 더 넓은 세상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런 고민 이후, 두 명의 젊은 독일 친구와 꽤 오랜 시간을 나누며 했던 이야기를 되짚어본다. 사회 전반의 시스템부터.


합리적이고 모든 시스템이 잘 돌아갈 거라는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너무나도 많은 문제가 있다. 이를 너무 쉽게 보여주는 것이 그들의 철도 DB. 너무 많이 말썽을 부려 이젠 놀랍지도 않다. 독일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느끼게 한다. 친구는 대대적인 변화, 개혁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까지 한다. 디지털화는 거리가 멀고, 체계적이지 않고 문제가 많은 독일 사회를 볼 때 과연 그들이 정말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게 맞는가 싶은 의구심을 갖게 된다.


다른 하나는 폐쇄적인 독일 사회. 친구는 우리 학교가 독일 최고의 대학보다는 마케팅을 잘하는 것 아니냐는 화두를 던졌다. 독일인이 봐도 불만이 많은 듯했다. 나는 잘해도 못 해도 BMW를 간다는 이야기도 해줬는데, 이에 거들며 막말로 북부 독일은 다 Volkswagen가고, 남서부는 벤츠, 바이에른은 BMW를 간다며 이게 독일의 지금까지의 경제성장을 견인한 것도 맞는데 이게 지금 시대에도 맞는 교육의 방향이자 비즈니스 모델인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또 독일의 에너지 문제. 러시아 가스의 의존도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독일의 상황. 유럽의 리더로서 병약한 모습만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런 한편, 가스가 끊기니 탈원전 정책의 전면 수정을 제고하는 움직임. 얼마 전까지 최장수 총리였던 메르켈의 정치적 최악의 실수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돈독히 한 것이 아닌가 하는 결과론적인 생각을 한다. 한편, 러시아가 이렇게까지 극악무도한 전쟁을 벌이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또, 독일이 항상 자랑하는 전기를 50%가량 재생에너지로 생산한다고 친환경이라고 이야기하는 게 기만이라는 것. 최근 친구는 BMW에서 수소차에 대한 강연을 듣다가 그 수소는 어떻게 생산하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어릴 때만 해도 어른들은 본인이 가진 문제의식을 해결하는 방안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커서 보니 그게 아닌 게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고 덧붙였다. 나는 독일은 한국과 달리 대책이 있는 줄 알았는데, 없어서 충격받았다고 이야기해줬다. 이렇게 우린 기후변화에 대응하기엔 너무 늦었다는 비관적인 이야기로 이어졌다.


인상 깊었던 건 서두에 언급한 폐쇄적인 독일 사회의 모습, 인재가 부족한 건 홀로코스트의 여파로부터 아직 자유롭지 못하다고 이야기한다. 인재가 모두 미국, 영국으로 가버렸기 때문. 나는 그것도 맞지만, 한편으론 그런 역사가 있기에 독일이 미국, 영국과 같이 단순한 경제성장뿐만 아니라 환경이나 사회보장제도가 더 발전할 수 있는 것 아니었겠냐고 덧붙였다. 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는 거니까.


두 친구 모두 독일에 계속 머물 생각 있냐고 물었다. 반년 전만 해도 그런 생각이 강했는데 이젠 모르겠다고 하니 본인은 앞으로 질 좋은 노동력이 부족해질 것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모든 임원이 백인 남성인 사회에서 다양해질 거라고 한다. 또 독일의 공용어도 점차 독일어에서 영어로 변화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도 덧붙인다.




삶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른다. 이미 서른 가까이 산 곳에서 떠났는데, 고작 1년 남짓 산 곳을 떠나지 못할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이것이 세계관의 확장이라면 그런 거겠지. 새로운 곳을 가서 다른 경험을 하다 보면 더 계획이 구체화하지 않겠는가.


향후 세계의 패권이 어디로 향할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적어도 유럽이 나아가는 방향이 미국보다는 낫다고 믿는 편이다. 하지만, 유럽 사회가 이상적이지 않다는 건 많이 느끼고 있고, 또 다른 관점에서 세계를 바라볼 필요성이 있다는 건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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