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사랑을 꿈꾸는 이들에게
가을 하늘, 투명하고 푸르다. 짙은 푸름이 아닌 옅은 푸름의 색을 가졌다. 눈물이 스민 것들의 모든 빛은 옅어지고 형체는 흐려진다. 그래서 슬픔이 만진 무언가는 경계가 허물어지고 중심이 흔들린다.
하늘을 꽉 채운 몽글몽글한 구름들이 낮게 내려앉아 땅에 닿았다. 매년 겪는 일인데, 가을이 오는 모습은 낯설고 생경하다.
멍하니 바라보다 문득, 내가 한 자리에 생각보다 오래 머물러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살다 보면 빠르게 걷거나 숨 가쁘게 뛰기도 하고, 또 반대로 잠시 숨을 돌리며 쉬기도 한다. 하지만 지난 삼 년 동안, 나는 제법 오랜 시간을 같은 자리에서 오도 가도 못했다. 몽실 구름이 땅에 닿은 이상한 장면처럼, 비현실적인 공간에 있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잘못되었다기보다는, 그저 상황을 비로소 알아차린 순간이었다.
나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까,
뒤로 돌아가야 할까.
고개를 올려 하늘을 보다가 나지막이 한숨을 내뱉는다.
모래시계의 모래가 스르르 무너진 뒤, 다시 위아래를 뒤집으면 또다시 쌓이고, 다시 스르르 무너져 내리는 것처럼, 나는 한 공간에서 이별을 무한 반복하고 있는 중이다. 결코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은 감정들은 버려도 버려도 다시 채워진다.
시끄러운 매미 소리도 들리지 않고 여름은 끝나가고 있는데, 끝나지 않는 이별을 평생 반복하는 것만큼 잔인한 일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를 '영원히' 사랑할 것이다.
여기서 ‘영원’은 물리적인 시간이 아니다. 조금만 관점을 돌려보면, ‘영원히 너를 사랑하겠다’는 말이 가능하다는 것을 너도 이해하게 될 것이다. 내가 말하는 ‘영원’은 수천 년, 수억 년을 함께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내가 살아있는 동안, 평생 너를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니 나는 너를 ‘나만의 영원’으로 사랑할 것이다. 그게 나의 '영원'이다.
슬픔이 찾아와 바닥까지 무너져 내리고, 눈물을 쏟으며 한없이 가라앉으면 우리는 비로소 상실의 진실과 마주할 수 있다. 하지만 상실과 붕괴를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이별 뒤에 남는 공허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무의 공간이 된다. 새로운 의미가 들어설 수 있는 가능성의 장이다. 우리는 이전과는 다른 자신과 세계를 맞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