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어른이 된다는 것은

사랑, 그래도 사랑, 그리고 사랑을 바라는 모든 이들을 위해

by 유선미

한때는 네가 참 미웠다. 그때는 너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이 칼날이 되어, 사랑하던 너를 향해 날아갔다. 왜 그랬을까. 온갖 말들을 쏟아내며 원망했지만, 그렇게 하면 할수록 무너지는 건 나 자신이었다. 그럼에도 멈출 수 없었다. 다정했던 속삭임은 가장 차가운 언어로 변해 너를 찌르고 있었다. 내가 아팠기 때문에, 너에게도 같은 상처를 주고 싶었던 것 같다.


여름보다 더 뜨겁게 사랑했다. 그 열기 속에 갇혀 오븐 안의 빵처럼 숨 막히게 구워졌다. 그러나 빵도, 사랑도 지나고 나면 차갑게 식어버린다. 식어 딱딱해진 빵은 삼키기조차 힘들다. 그렇게 사랑은 목에 걸린 채로 한참이나 남다 있다가 서서히 끝나갔다.


덜 아프기 때문에 침묵하는 것도, 웃어주는 것이 아니다. 이제 나는 어른이 되어, 어른의 방식으로 이별을 하고 싶다. 울고불고 가지지 못하는 사탕을 향해 떼쓰는 아이가 아니라, 가지지 못하는 이유를 인정하고 내 것이 아님을 받아들이는 어른으로서. 너를 보내주고 싶다.


사실 내 안에는 여전히 겁이 많고 눈이 큰 어린 소녀가 살고 있다. 몸은 점점 나이를 먹어가는데도, 그 소녀는 어른이 되길 거부한다. 피터팬처럼 영원히 크지 않고 꿈꾸는 세상 속에 머물고 싶어 한다. 그래서 세상은 때로는 버겁고 무섭기도 하다. 생각해 보면 우리 모두는 마음속에 미처 자라지 못한 소년, 소녀를 품고 산다. 그래서 때로는 순수하고, 때로는 어리석게.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릴 적에는 어떤 나이에 이르면 저절로 얻는 삶의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공기를 들이마시듯,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주어지는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너를 만나고 알게 되었다. 아프고 힘든 시간을 겪으며 나는 조금씩 어른이 되어갔다. 작고 어리던 소녀는 점점 자라나, 자기 아픔만이 아니라 다른 이의 아픔도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더 이상 칼날 같은 말을 상대에게 쏟아내지 않는다. 훌쩍 어른이 되 버린 그 소녀는 알고 있다. 차디찬 말을 내뱉을수록 더 아파지는 것은 결국 자신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가면 뒤의 진짜 얼굴을 보일 때는 상처입었을 때이다. 그때도 품위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나는 너와의 이별에서 품위있게 행동했을까. 너는 나를 어떤 사람으로 기억해 줄까.


꼭 해주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말.

“너를 미워하지 않아. 너를 미워하지 않아. 한번도 미워한 적 없었어.”

하고 싶은 말도 감추고 때로는 침묵을 해야 하는 것도 어른이란 걸 깨닫는다.


감기에 걸려 몸이 아픈 줄 알았는데, 사실은 마음이 아픈 거였다. 약을 먹어도 며칠째 낫지 않는다. 앞으로 오랫동안 아프겠지. 하지만 너는 아프지 않기를, 그리고 행복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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