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통과하고 있는 모든 이에게
떨어진 빗물들이 모여 물웅덩이를 이루고,
그 축축함들은 차들이 지나갈 때마다 사방으로 튕겨나간다.
가을비는 몸과 마음을 메마르게 한다.
번개가 번쩍 — 오늘 밤에도 한바탕 비가 쏟아질 모양이다.
‘언젠가, 먼 훗날, 그때가 되어도 나는 예전처럼 울지 않을 거야. 이번에는 다 알고 시작한 거니까. 후회하지 않아. 아무렇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야.’
아프지 않아서가 아니라,
때가 되어 일어날 일들을 순순히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일 뿐. 가끔 우리는 우리 자신을 어쩌지 못할 때가 있으니까.
그래서 결말이 뻔히 보여도, 기어코 그 길을 걸어간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내 이야기는 아름다운 동화가 아니란 걸.
‘오늘까지만 울 거야. 마지막이야.’
비가 와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빗소리인지, 울음소리인지 알 수 없다. 내 울음은 비의 소란스러움에 덮여 버리니까.
백도를 넘긴 냄비의 물은 끓어 넘치다가 결국 증발해 버린다. 그 물에 닿는다면 화상을 입어 큰 상처가 남겠지만, 그런 물도 시간이 지나면 식는다. 마치 그 뜨거움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죽을 것 같았던 순간들, 가슴이 답답해 숨도 쉴 수 없었던 날들. 모두 지나간다. 그러니까 참아볼 것이다.
태풍이 몰아친 바다. 파도는 높이 솟구쳐 바다 위의 배와 모든 걸 삼킨다. 영원할 것 같았던 그런 밤바다도 폭풍이 지나고 나면 믿을 수 없을 만큼 고요하다.
나는, 내 마음속 끓고 있는 뜨거움도 흔들리는 어지러움도,
모른 척 눈을 꼭 감는다.
사진 @pkh262
이 글을 통해 우리의 현재 고통과 눈물, 마음속 혼란은 일시적임을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마음은 차분해지고, 평온을 되찾게 되리라는 희망도 같이 전하고 싶었습니다. 비, 끓는 물, 폭풍 같이 흔들리는 우리의 감정들은 격렬해지지만, 결국은 다시 고요로 돌아옵니다.